나는 살면서 남자들이 대다수인 곳에서 일을 해왔다.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도 다 남자였고, 개발하는데서도 모든 사람이 남자인 곳도 있었다.
나만 이상하게 거기 껴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거야.
근데 막 뭔가 혼을 내더라구, 못한다구. 근데 진짜 나는 잘 못했지. 그 일의 대가가 아니었고, 그리고 돈도 조금 받았고. 전공도 아니었기 때문이야.
원래 여자들은 혼이 나면 울잖아?
근데 나는 안우는거야.
왜 그랬냐면 우리집에서 내가 너무 힘들게 자랐기 때문이지.
가난하기도 했지만, 우리 아빠는 우리 엄마와 오빠를 폭행했고, 우리 오빠는 나를 폭행하면서 살았어.
지금도 기억나는게, 오빠와 말싸움이 붙어서 싸우다가 내 머리채를 끌고 바닥을 질질 끌고 현관까지 끌고가서 버리듯이 놓고 갔던거.. 그게 내가 초등학생때였어.
우리 아빠도 내 앞에서 우리 오빠의 뺨을 아무렇지도 않게 때렸지. 그때 내가 진짜 어릴 때였고..
나중에 우리 아빠가 내 앞에서 술마시면서 울면서 하는 소리가
"내가.. 너가 두살 때, 다른 집에서 준 우유를 마시길래 화가 나서 네 뺨을 때렸는데 그게 너무 미안하다."
지금도 나는 이 문장의 맥락이 하나도 이해가 안되고, 일단 내가 기억조차 못할 아기때 나를 때렸다니까 아무 기억도 안나긴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아빠가 인간쓰레기구나 하는걸 느꼈지.
아빠는 오빠와 엄마를, 오빠는 나를 때리며 그렇게 가정이 유지가 된거야. 억지로.
그렇다보니까 나는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된채로 자라와야했고 대학도 나오지 않은채로 돈이 없어서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맞닿뜨리는 수많은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그냥 그러려니 했던 적도 많은 것 같아.
근데 성추행을 당하게 된다던지, 직접적으로 나한테 마우스를 던진다던지 하는 상황에서는 못참겠더라구. 그때는 그만둘 수 밖에 없었어.
아무튼, 이렇게 세상을 살게 될줄이야.. 내가..
우리 오빠는 결혼해서 딸이 하나 있는데, 나는 문득 너무 무서운거야. 때로는.. 우리 오빠는 나를 때린게 그때는 어쩔 수 없었기에 때렸다고 하더라구. 그러면 그 딸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때리는건가?
나는 "어쩔 수 없었다" 는 그 말이 너무 무서워. 아직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러니까 상황에 압도되어 극단적으로 행동하게 되는게 너무 무서운거야. 나자신도 그렇게 될까봐 너무 무서웠지.
암튼, 그건 그렇고, 나는 무작정 나한테 화내는 남자들한테 은근히 지지않고 따져묻곤 하지. 그러면 그 사람들의 대답이 너무 웃긴거야. 나처럼 그렇게 진지하게 나올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나봐. 난 하도 우리집에서 당하고 살아와서 이게 그러면은 화살도 매일 맞으면은 화살이 지나가는게 보인다잖아. 그런 느낌인 것 같아.
우리 오빠는 지금은 안그러겠지만, 그때 청소년일 때의 오빠는 그냥 인간쓰레기였어.
나는 아무리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그런 사람이 마음을 고쳐먹고 새사람이 되어 사회에 공헌하며 살고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그러면 내가 죽어줘야하는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지.
나는 앞으로도 어떻게 살아야하는걸까. 극단적으로 아주 잘됐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어. 그래야지만이 해결되는 것도 있을 것 같으니까. 내가 엄청 좋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엄청 나쁜 사람도 아니고. 누굴 착취하면서 기쁨을 얻는 것도 아니고, 누굴 폭행하면서까지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이 파워를 가질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싶어.
우리 오빠는 그땐 어쩔 수 없었다 라고 대답했던 계기가, 아무래도 나를 쫓아내고 나서 부터 뭔가 많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거야. 원래 누군가를 쫓아내면은, 특히나 딸의 경우에는 좀 며칠 지내다가 기어들어와서 자기가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그러잖아. 그런데 나는 그냥 밖에 나가서 살아버린거야. 날라리도 아니었고, 전혀 놀아본 적도 없는 공부만 하고 집에서 아빠 병간호나 하던 내가 가출을 해서 그냥 사회생활이란건 한거지.
그렇다보니까 오빠가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아. 그전에는 자기가 하는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행동들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다가 말이지.
작고 여린 나지만, 이상하게도 살면서 수많은 일을 해왔지 뭐야. 나름 일하면서 학교도 열심히 다녔고 말야. 사람들이 아무리 모욕을 하더라도, 나는 나를 위해서 어느정도는 노력을 해온거야. 그 사람들이 모욕한다고 해서 깨질 수 있는게 아니야. 나는 내 인생을 스스로 책임졌던거지. 가족도 없이 우두커니 혼자서 살아온거야. 이런저런 슬픈 일 속에서도 해야한다 싶으면 묵묵히 하면서 살아온거지. 그런 나이기 때문에, 내가 너무 잘나서 누군가를 모욕한다거나 함부로 대한다거나, 나한테 상품을 판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거나 하지도 않고, 친절하게 대할 줄 알고, 어린 사람한테 무차별적으로 노예처럼 시킨다거나 하지 않고 숨쉴 틈도 제공해줄 수 있는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