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우연히 아나운서들에 대한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다. 전에는 아나운서분들이구나 하고 그러고 넘어갔는데 오늘은 그분들의 책상이나 말투나 생각들을 좀더 디테일하게 살펴보게 된거야.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면서 느낀거지만, 어떤 조직이든간에 그 조직을 이루는 주류 감성이 있거든. 거기서 큰소리로 떠들 수 있는 사람들이 몇명정도 주축을 이루고 있고 그 사람들이 만드는 어떤 분위기가 그 회사를 좌지우지하더라구.
예전에 백화점에서 일할 때는, 그때 어떤 어른들이 신는 편한 구두 브랜드였는데 일년정도 일했거든. 잠깐 다른 지점에 가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지점에서 일하는 점장과 직원이 남자분들인데 너무 성적인 에너지가 충만한거야. 그래서 옆 브랜드 매장의 여직원한테 계속 성희롱같은 농담을 해서 어느날 안보이더라구. 나한테도 막 어디 유치원 선생하고 클럽에서 만나가지고 창밖을 보면서 섹스를 했다더라 그런거를 막 자랑하고 난리도 아니었지. 근데 나는 연극계에서 일하다가 온 사람이라서 거기는 얼마나 더 심하겠어. 사람들이 막 얘기를 하는데 어제는 누구랑 술을 마시다가 자고, 그리고 오늘은 그 사람이 아는 사람이랑 자고 그랬다더라 그런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하는 곳이었지. 근데 그 두곳의 차이는, 그 백화점에서 일할 때에 그런 얘기를 들으면 왠지 사람들이 꽤 싸구려같이 느껴지고 무례하게 느껴졌는데, 그 연극하는데서 얘기할 때는 그냥 친한 사람들이 소탈하게 아무 사심도 뭣도 없이 순수하게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거였지.
아무튼 나는 이런 상태인데 그 아나운서분들이 하는 얘기나 책상위에 있는 소품들이나 이것저것 목소리나 그냥 자기들은 소탈하게 후질근하게 입고 왔다고 하더라도 뭔가 그래도 최대한 관리한 느낌이 나고, 절제한 느낌이 나고, 자기 개성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한 것 같은 그런게 있는거야. 근데 내가 일하는데에서는 사무실 자체도 먼지도 많고 지저분한데도 많고, 사람들도 자기 돈 한푼도 안뺏기겠다는 심정으로 전쟁터에 나온 생업전선에 뛰어나온 그런 사람들 있잖아. 남이 가진 조금의 무언가도 다 질투가 나고 화가 나고 그런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너무 피곤한거야. 이번에 일하게 된 데에서도, 내가 차키를 들고 다닌다는 거를 엄청 큰 소리를 얘기하면서 되게 부러워하는건지 분노를 하는건지 그런 거? 그냥 자잘한 그 대화의 품질이라는게 어느덧 나로하여금 사람을 가려서 대하게 되는 그런 때가 오더라고.
오히려 예전에는 선배들이, 다들 나보다는 훨씬 잘살았기에, 자기가 집이 있는데 집이 어떻다는둥, 차를 사려고 하는데 무슨 차가 좋다는 둥, 뭔가 가진 것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래서 나는 와.. 나도 언젠가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이면 저분들처럼 풍요롭게 살 수 있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데 요즘에는 잘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고 연차도 많기에 당연히 돈을 더 많이 벌기는 하지만, 여기저기 자기가 돌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검소하게 살고 있기도 하고, 돈을 자신을 위해 쓰는게 아니라 그냥 술을 마시는데에 다 퍼붓는 것 같은 그런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하고 어울리는데 다 쓰는거야. 그 돈만 모아도 차도 사고, 옷도 사고 신발도 사겠다. 집도 사겄어.
갑자기 예전에 넷플릭스 드라마에 세계의 대출이 다 삭제된다는 설정의 내용이 있었는데.. 오늘은 나도 그 상상을 해봤다.
DallE한테 그 내용을 얘기해서 이미지를 만들어봤다.
세계의 모든 대출이 다 삭제되고, 빚이 없는 사람한테는 현금을 주는거야. 그러면은 어떻게 되는거지?
그럼 대출은 없어졌어. 그럼 이제 현금만 쌓이는 걸까? 기존에 일을 하고 있으니까 수입이 들어올거 아니야.
아무튼 엄청.. 엄청 기분이 좋더라고. 왜냐하면 이번달에 내가 지금 부가가치세도 500만원 + 136만원 내야되지. 오피스텔 건설사에도 계약 취소분으로 350만원을 내야하지 카드값도 230만원을 내야하는데 내 수입은 그보다 적어졌고.. 무언가 어디다가는 호소를 해서 담달로 이관해야지 안그러면은 내가 도망자가 되게 생긴 것이다. 원래는 낼 수 있으리라 판단을 했는데 오피스텔 건설사에서 이번달에 내는 날인지를 몰랐던 거지. 내가 안챙겨서.
아무튼 참 착잡해져서 아까는 집에 있는 맥주를 마시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량이 세지가 않으니까 두캔 중에 한캔은 거의 남기고 버려버렸다. 다행인 것 같아.
그러고보면은 이십대때도 내가 돈이 한푼도 없었을 때가 꽤 많았던 것 같아. 그때는 알바 시급이 3000원이어서, 일을 해도 그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도 않았다. 우리 엄마는 시골에 짱박혀서 살면서, 내가 도시에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너는 사막에 가도 살 사람이야 하고 나를 인정해주곤 했지만, 너무 섭섭하고 바보같은 말이지. 어떻게 딸을 도시에 혼자 덩그러니 방치하고 살 수가 있지? 물론 엄마가 자기한테 내려와서 같이 살자고 한 적이 있었는데, 아니 재혼한 사람의 가정에 가서 내가 어떻게 살겠어. 그러다가 잘못되면 어쩌라고. 그래서 안갔던 것 같다.
이런저런 일일 알바를 힘들게 버티며 해봤는데, 영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앞으로도. 단순노동이라는 것은 몸을 버려가면서 하는 노동이기 때문에 일을 하면 할수록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거야. 자존감도 떨어지고 말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악을 써가며 어떻게든 그런 험한 일안하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하려고 하는게 이해가 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일을 거부하는게 나는 이해가 되고, 계속 거부해서, 전체적인 근로환경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싶어. 외국인 근로자가 와서 일을 치면 그 당장은 좋겠지만, 그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에 번 돈을 송금을 한다는거야. 외화 유출아니야?
어떻게든 우리나라 사람한테 일을 시켜서 그 사람들이 국내에서 돈을 쓰게 해야지 자영업자들도 살고 그러지, 그 외국인들은 어디 국내 로컬 식당에서 밥안사먹고, 자기네들 식재료 사서 집에서 요리해먹잖아. 당장 함부로 굴릴 사람이 없다고 해서 궁여지책으로 내놓는 것들이 단기적으로만 반짝 해결될 뿐이지 장기적으로는 골다공증의 원인이 되는 거였지.
그래서인지 아무튼 아나운서분들이 브이로그를 찍는데, 그 분들도 어떤 흑역사가 있었겠지만, 오늘 본 영상으로서는 저렇게 일하는게 맞고, 저런 마인드여야지 오래 붙어있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뭔가 사람 일하는 느낌이 들잖아.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느낌?
어떤 전쟁터에 참가해서 생존하기 급급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라, 이제 인간이란 존재는 고등생명체인데다가 문화도 갖추고 있고, 각자 풍족하게 살고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모여서 그냥 어울리며 뭔가 컨텐츠도 만들고 그런 느낌이 인간들이 일한다는 느낌이지.
근데 내가 이번에 일한데들을 떠올려보면은, 전혀 그런 느낌은 없었고, 곧 로봇이 대체해야겠구나 할만한 힘들고 삭막한 일.. 사람 존중따위는 없는 일이었다구.
그래서 인문학이라는게 존재하는거지. 인문학이라는게 없으면, 어떻게 우리가 옷을 갖춰입고, 악기를 연주하려고 하고, 말을 하고, 글을 쓰고, 남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역사를 되짚어보려고 하고, 전략을 생각하고, 꿈을 꾸고, 이상적인 모습을 떠올리고, 해결을 하려고 하고, 남을 도와주려고 하고, 약한 존재들도 품어주고 보호해주려고 하고 그러겠어. 근데 대부분의 그 험하다는 산업현장에서는 인문학이라는건 사치일만큼 그냥 생명체도 다 하나의 기계로밖에는 안보고, 생명체도 스스로가 나는 기계이다라고 생각해야지만 돈을 벌어갈 수 가 있을 정도로 그렇게 험하고 힘든거야.
어쨌튼 나같은 사람이 뭔가 파워를 갖게되면 나는 전세계의 빚을 삭제버릴거야. 해킹능력이 있다면 말이다. 뭐든지 좀 힘들다 싶은 그 포인트는 다 없애버릴거야. 고등생명체들은 다 그런 식으로 살지 않나? 영화에 나오는 고등생명체 외계인들도 굳이 자기네들이 파워가 세든지 말든지 상대방인 나약한 인간이라는 존재한테도 잘해주고, 로봇한테도 그 로봇이 가진 문제점을 파악한다음에 해결해줄려고 하잖아. 얼마나 문제해결력이 좋으면은, 월등하면 남의 일까지 다 해결해주겠어. 아주 암것도 아니란 듯이 해주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