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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5000원 짜리 구내식당 점심과 만원짜리 점심

by 복gili 2023.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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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초등학교 때에는 급식이 나왔는데 그때 그렇게 맛있는건 아니었지만, 그걸 꼭 먹지 말아야겠다는 둥, 왜 이런걸 먹냐는 둥하면서 투정하면서 먹진 않았던 것 같다. 

 

예전에 생각나는게 뭐냐면, 내가 초등학생이었는데 집에 엄마가 없다보니까 아빠도 다른데서 살면서 일을 하다보니, 오빠와 내가 둘이서 살게 되었는데, 오빠가 나한테 도시락을 싸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요리할 줄을 모르는 사람인데 나한테 그러니까.. 어느 날은 갈치를 구워서 그 토막으로 굽고 그 한토막을 반절로 잘라서 내 도시락과 오빠의 도시락에 나눠 넣은건데, 나중에 오빠가 집에 와서는 왜 그런식으로 도시락을 쌌냐면서 나를 때리는 것이다.  왜 나한테 도시락을 싸라고 하는지도 이해가 안되는데 맘에 안든다고 때리는 것도 이해가 안되서, 결국 지금은 어른이 되어서는 서로 연락을 안한다. 나는 언젠가는 오빠와 새언니와의 식사자리에서, 술담배를 많이 한다며 오빠 흉을 보는 언니한테 - 그게 그냥 할 말이 없어서 하는 농담이었는줄도 모르고 - 내가 봐도 오빠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며, 보험 많이 들어놓고 나중에 보험금 많이 타라고 했지. 

 

어릴 때, 엄마가 없어서 먹을 걸 제대로 못먹다보니까 아무리 아빠가 요리사였다고 하더라도 집에 거의 들어오지도 않았고, 우릴 위해서 전혀 요리를 안했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음식에 대한 결핍이 굉장히 심했던 것 같다. 내가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어릴 때처럼 궁핍하게 밥을 먹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했던 거야. 근데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주는데 너무 부실하게 주더라구. 마치 이거나 먹고 죽으라는 느낌이어서, 그 다음부터는 바깥에서 사먹기 시작했다. 더 비쌌는데도 구내식당의 식단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한끼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자 하면서 다른 팀원들은 그 부실한 식단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 나는 밖에 혼자 돌아다니며 사먹었다. 그때는 십년도 더 전에는 혼자 밥먹는 사람에 대해서 시선이 곱지 않았는데, 나는 정말 욕을 먹으면서도 밥을 먹었던 것 같다. 그 식당 아주머니들은, 이상하게도 혼자 밥먹는 젊은 여자들을 구박하듯이 대하는 경향이 있었거든.

 

아무튼, 그때는 집이 원룸이라 주방이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아서 요리를 하기가 그래서 밖에서 많이 사먹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요즘 사는 집은 주방이 좀 크고 냉장고도 양문형이라 넉넉하게 수납도 가능한터라 몇년동안 집기도 하나씩 마련하고, 각종 시행착오를 통해서 어떤 요리를 해야될지도 알게 되었고, 하는 법도 터득하게 되었고, 못하는건 계속 연습해서 점점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 

 

제작년인가는, 매일 도시락을 싸갔는데 그 이유가 채식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싸는 직장인들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나, 외식이 비싸서 싸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내 도시락이 외식보다 비쌌던 것 같다. 채식을 하면 재료비가 줄을거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고급재료가 많았다. 그러다가 점심을 아예 안먹고 집에서만 먹기도 한 적도 있고, 아니면 그냥 만원도 넘고 이만원이 넘는 것도 먹어봤고.

 

요즘에는 그냥 안먹을려고 하다가 구내식당이 저렴하기에 먹기 시작했다. 근데 메뉴가 정말 잘나와서 밖에서 외식할 필요가 없는 곳도 있었고, 이번에 먹게 된 구내식당은 조금 부실한 감이 있는데 밥은 맛있어서 내가 사이드로 반찬을 챙겨가기로 했다. 

 

밥을 혼자먹으면 조금 적적하긴 해도, 같이 먹는 것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하다. 

 

사람들하고 업무 외의 얘기를 하건 뭘하건 다 좋은데, 서로간의 고충을 계속 들어주다보면 넘 피곤한거야. 인생 자체도 하루하루 피곤해죽겠는데, 힘든건 알지. 다 힘들지. 나도 힘든데, 그럼 그냥 그만두면 되지, 계속 힘들다 괴롭다고 하니까 듣기가 싫더라구. 해결도 안되는 일을 가지고 죽자살자 불평을 해대면은 주변 사람도 힘들고, 특히나 밥먹는 점심시간 한시간동안 내내 힘든 얘기만 하고 있으면은 그게 풀리는 게 아니고 그냥 다같이 고통이 생기는 기분이랄까. 리프레시는 커녕, 같이 전쟁에 나간 기분이 드는거야. 

 

예전에는 남들이 뭐라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었는데, 별로 공감도 안됐고, 요즘에는 아는게 많아져서인지 경험이 축적되서 그런지 공감이 되더라구. 근데 공감이 된다는게 결국 나를 힘들게 만드는거야. 대충 듣고 말아야하는데 말이지. 그래서 마흔들어 담배를 피기 시작한게 꽤나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 어제 넷플릭스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전자담배 회사의 흥망성쇠에 대한 다큐를 좀 봤는데 담배가 참 사람을 꽤나 병들게 하긴 하지만, 사회생활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거는 다들 인정하고 있더라구. 

 

그냥 담배를 피게 되면, 일단 나가서 오히려 바람을 쐬게 되잖아? 의자에 앉는 시간도 10분이라도 줄이고 말이지. 의자병이 더 위험한 것 같아. 내가 보기에는. 그리고 밥먹고 바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담배도 피고 바깥바람도 쐬고 그러는게 정신건강에 더 좋은 것 같았다. 일단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쓸데없는 말을 많이 안하는 것 같고 그리 성격도 민감하지 않아서 편하더라구.

 

내가 만약에 중학생 때부터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가 친해지는 사람을 봐도, 다들 어릴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오히려 담배 안피고 건강하게 살아왔다는 사람들은 보기가 힘들고 친해지기도 힘들고, 친해지더라고 하더라도 뭔가 깍쟁이 같아서 손해보는걸 싫어하는 것 같고 인간다운 면이 없는 것 같아보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어울리는 것을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들이 담배를 안피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돈도 없고 하다보니, 외식을 비싼걸 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요리를 해서 먹지, 외식하기 싫단 생각이야. 

김치찌개를 끓이면 고기도 듬뿍넣고 끓이고, 뭘 넣는지도 다 알기 때문에 안심이 되는데 식당은 잘 모르겠으니까. 고기도 적게 넣기도 하구. 

 

암튼 나는 갑자기 어릴 때의 그 도시락 싸던 생각이 나서 화가 났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오빠를 찾아가서 복수를 한다거나 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오빠는 자기가 했던 말도 안되는 행동들 때문에 스스로가 용서가 안되서 자길 죽이려는 듯이 술담배를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가족이라고 의지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는 진짜 다르고, 입장도 다르고, 내가 보기에는 정말 미친 사람 같아보이기 때문이다. 폭력적이고 우울증 환자였던 우리 아빠가 만든 괴물같은 존재가 우리 오빠였지. 그런데 나는 사실 우리 오빠를 우산삼아 비교적 안전하게 살았기에 성격이 유순한 편이고 평화주의자가 된 것이었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고, 이렇게나 생각이 복잡한 인간이란 생명체도 결국 동물이라 밥을 먹는건 1차적인 삶의 목표인 것 같다. 어제 예식장 알바를 하면서 밥도 못먹고 물도 못마신채로 6시간을 넘게 일을 하게 되어서 그런지 직장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게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 시간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하면서 어제 일을 했다. 

 

회사에 구내식당이 있다는 것도 참 그 회사가 배려를 100퍼센트나 넘게 해준거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ㅎ

어제 일한데가 다들 이십대 초반이어서 속으로 너무 불쌍했었지. 다들 맛있는 음식을 보기만 하고, 먹지는 못하는 상태였는데 그 사장도 자기가 데려온 자기 남자친구한테만 챙겨주고, 나머지 사람들은 너무 괴롭히듯이 쉬지도 못하게 하며 일을 시키는거야. 내가 사장이었어도 그랬을까. 음식도 푸짐했고 결국엔 남았는데, 마지막에라도 좀 먹으라고 돌아가면서 쉬게 했을텐데 말이야. 

 

그래도 금요일에는 제육볶음이 반찬이었는데, 제육이 세조각정도 밖에 없었기에 조금 아쉬웠지. 그래서 나는 오늘 늦은 밤에 요리를 해서 반찬처럼 가지고 다니려고 한다. 굳이 외식을 하러 나가진 않을거지만, 내가 한 요리랑 구내식당에서 하이브리드로 해서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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