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집에 설치된 조명이라고는 천장에 달린 형광등과 책상에 놓인 스탠드 밖엔 없었다. 그 스탠드도 작은 형광등이 장착되어 있어서 그냥 작은 형광등인거야. 인테리어에 대해서 아무런 감흥도 뭣도 없고, 자기 주관도 없는 상태에서 아빠가 사오는 알 수 없는 민속촌 느낌의 가구에 만족하며 살 수 밖에 없었지. 그때 아빠가 사온 가구 중에는 쌀을 보관하는 원목함이 있었다. 그걸 귀주라고 부르는 건가?
암튼 이렇게 생겼다. 뒤주라고 부른다고 한다. 현재 가격이 9만 오천원이다. 이 뒤주에 쌀을 넣어서 보관을 하는데, 어느순간에는 쌀벌레가 너무 많이 생겨서 밥을 지을 때 그 벌레를 없애느라 고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요즘에는 쌀을 사면 소량으로 사고, 사서는 플라스틱 긴 통에 넣고 냉장고에 보관하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아무래도 워낙 밥을 자주 지어먹고, 20키로 단위로 사다보니까 그랬던 것 같다. 그때는 양문형 냉장고가 없었잖아.
이렇게 민속촌 느낌나는 가구에 형광등과 같은 생존형 인테리어에 적응하며 살다가, 나중에 다 커서 유럽여행을 갔을 때에도 아무리 멋지고 고풍스럽고 역사가 오래된 건축물을 봐도, 아무 감흥도 없고 감명도 없고 보자마자 바로 다른데로 이동해버리거나 그 근처에 놀고 있는 백조나 오리를 구경하는데 더 시간을 쏟게 되었다.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은 그 앞에다가 아무리 가치 있는걸 갖다놔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비싼 것이고, 순수결정이며, 아주 단단해서 왠만한 걸로 부실 수 없다는걸 모르는 사람은 그냥 다이아몬드를 봤을 때 왠 조금 큰 돌인가 하면서 무시했을거야. 아무튼 그렇다보니까 살면서도 조명에 대해 돈을 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오늘 문득 우리집에는 천장에 형광등을 켜지 않았고, 촛불을 두어군데 켜놓고, 부분 조명들을 몇개 켜고, 부엌에는 내가 진짜 뼈빠지게 설치한 미니 샹들리에 조명을 켜놨다. 얼마전에는 화장실에 LED 스탠드 안쓰는걸 갖다놓고 내가 활동하는 저녁시간 동안에는 켜놓고 있다. 왜냐하면 화장실에 너무 쨍한 백색 조명이 천장에 설치되어있는데 그 조명 아래에서 나를 보면 너무 현실이 느껴지고 지친 것처럼 보이더라고. 오히려 한쪽에 스탠드를 잔잔히 켜놓으니까 내 모습을 전체적으로 거울을 통해 다 쳐다보지 않아도 되어서 그게 정신적으로 덜 피곤한거야.
그리고 TV 를 볼 때도 커다란 형광등이 천장 한가운데에서 내리쬐는 것보다, 내 뒷쪽에 백색 LED 스탠드 등을 배치해서 내 머리 윗부분에서 아래로 내리쬐도록 해놓으면 더 집중도 잘되고 눈이 편했다. 컴퓨터를 하는 것도 LED 스탠드가 컴퓨터 모니터위에서 아래로 내리쬐는게 눈이 좀 덜 피곤해졌다.
촛불의 경우에는, 촛불이 참 움직이면서 빛나고, 전체적으로 그렇게 밝지는 않지만, 적막한 분위기를 깨고, 누군가라도 열심히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서 외롭지가 않더라고. 향초를 켜놓으면은 (대신에 환기를 정기적으로 시켜줘야한다) 향도 은은하게 나고 하여튼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풍수지리를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지만, 꽤 흥미로운 아이디어들로 가득차있고, 듣다보면은 왠지 수긍이 가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유이기도 해서 이것저것 찾아보곤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 중에서 침실에 경우에는 일단 침대가 문쪽에 있으면 안되고 대각선으로 보게끔 위치해있어야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만약에 귀신이 막 우리집에서 돌아다니면서 나 잡으러 다니는거야 막. 근데 내가 막 자고 있어. 귀신이 방문을 열고 딱 봤는데 내 발이 바로 보이는거야. 그러면은 귀신이 어떻게 하겠어. 앗싸하면서 내 발을 딱 끌어당겨가지고 막 사방팔방 방바닥에 끌고 다니다가 아침되면 햇빛 무서워서 사라지겠지? 그럼 나는 괜히 일어나가지고 온몸이 다 쑤시는거야. 그래서 침대를 내 발이 문에서 바로 보이는 방향에 놓으면 안된다고 한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은, 귀신이 돌아다니면서 나를 찾지, 방문 앞에서 팔만 뻗게끔 뭔가 조치가 된 것도 아니고 말야.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방에 들어와서 잡으면 되잖아. 근데 뭔가 내가 눈치깔 시간을 벌어야하는 건가보다. 무의식의 내가, 귀신이 먼저 내 발을 잡기 전에, 얼른 반사신경을 작용해가지고 먼저 피하는거야. 그렇기에 대각선으로 멀리 침대를 놔서 무의식의 내가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 풍수지리에서 그렇게 권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된다. 아무튼 나는 침대의 방향을 꽤 여기저기다 뒀다. 진짜 경우의 수를 다 쓸만큼이나 다양한 위치에 침대를 놔봤다. 사실은 풍수지리와는 상관없이, 바깥 풍경을 잘보기 위한 방향을 잡아봤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쪽에다가 내가 머리를 두는 방향으로 침대를 놔뒀는데, 왠지 그 영상을 보고는 다시 대각선방향으로 돌려놨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잠이 왔고, 침대에 누워서 전에 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생각들을 쉼없이 쏟아내게 되었다. 그전에는 욕망을 우선시했는데, 침대 방향을 바꾸고 나니까 왠지 모르게 그 영상이 플라시보 효과인지 뭔지, 갑자기 기존의 내 생각들의 오류를 막 발견하면서 탓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내 머리가 막 굴러가는거야. 그랬지. 그리고 침실의 가구는 거의 없고, 어두워야지 된다고 한다. 재물이 집안의 어두운 공간으로 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그래서 침실에다가는 책상이나 책, 전자기기를 최대한 두지 않고, 티비도 방에 설치하지 않았다. 침실은 꽤 어둡게 해놓은 상태였고, 꽤나 어둡게 쭉 그렇게 해놓은 상태였는데 왜 오피스텔투자가 실패한 것일까. 아무래도 수많은 복합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하나씩 풀어서 하나하나 다 해결해야지만 기존처럼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거야.
며칠전에 어떤 찜찔방에 한번 가봤는데, 거기도 조명으로 인테리어 효과를 극대화했더라고. 일단 찜질방 내부의 조명은 다 간접조명이다. 만약 형광등을 설치했다면 굉장히 눈이 피곤하고 누워서 쉴 수도 없고, 타인의 모든게 다 보여서 거북했을 것 같다. 쉬는 공간은 조명이 참 중요하고, 어디서 들었는데 예전에 원시인들이 동굴안에서 모닥불 옆에서 안식을 느끼며 잠이 드는 것처럼, 태양과 같은 강한 빛이 아닌 모닥불만큼의 적은 빛을 봐야지 잠도 잘오고 휴식이 된다고 했다.
하여튼 예전보다 형광등을 쐬는 일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쇼핑몰에 가도 간접조명이나 전구빛 조명이 많고, 음식점도 좋은데는 조명이 다르다. 음식점에서도 식탁위의 요리에 집중적으로 밝은 빛을 쏘이고 나머지 부분은 어둡게 해놓는걸 추천한다. 전에는 하나도 몰랐던 건데.. 생각해보니 운전할 때도 가야할 곳만 조명을 쏘이지 나머지 부분은 어두운 상태이다. 그러니까 조명이라는 것은, 내가 집중해서 바라봐야할 부분을 밝게 비추면 된다는거지. 그러고보면 태양이 지구나 다른 행성을 밝게 비추고 있는데, 그렇다면 태양 입장에서는 집중해서 바라봐야하는 이유가 있어서인게 아닌가 싶다.
요즘에 삼각형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한다. 삼각형의 윗부분의 꼭지점의 각도는 밑의 두 지점의 각도에 영향을 준다. 일단은 밑바닥에 붙은 선은 지구의 땅바닥이고, 그리고 양옆에서 윗 꼭지점의 각도를 결정하는 두 직선(또는 직립하는 어떤 존재 둘)은 서로 머리를 기대고 있다. 직각 삼각형은 한명이 완전히 똑바로 직립한 상태이고, 나머지는 상대방한테 완전히 기댄 상태이지. 근데 처음에 완벽하게 서있던 존재가 좀 힘들어서 점점 다리가 풀려 넘어질려고 할 때 나머지가 드디어 받쳐주기 시작하는 것이다. 힘을 내면서 말이지. 처음엔 완전 기대고 있다가 말이야. 그러다가 둘다 넘 힘들어가지고 완전히 바닥에 누워버리면, 삼각형이 사라지고 땅과 완전히 같은 방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