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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세대와의 대화

by 복gili 2024.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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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60세가 넘었지. 예전에 엄마랑 얘기할 때마다 느낀 거지만, 찐 한국사람은 상대방의 모든걸 다 알고 있어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거의 뭐, CIA요원이 따로 없어. 그냥 한국 사람중에 5060세대를 뽑으면 완전 성공한 채용이지. 그냥 막 엄청 웃으면서 뭐 과자쪼가리같은거 막 먹이면서 재산에 대해 (정확히) 액수까지 물어보고, 얼마 벌고 있냐고 물어보고, 어디 사냐, 부모님은 어디 사냐, 형제는 어떻게 되냐 그런거를 엄청 조사하는거야. 생각해보니까 이모가 있었는데, 나한테 막 중고차를 사고 싶다면서 돈을 보태달라는 식으로 그러는거야. 내가 사회 초년생인데 말이야. 그것도 엄청 가난하게 살아온데다가, 대학도 학비도 안대주고 해서 대학도 못간 사람한테 그렇게 얘기하니까 때려버리고 싶더라고. 자기 아는 사람 중에 보험하는 사람 소개시켜줘서 보험도 들게 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완전 자기 이기주의인 사람들이 너무 많은거야. 엄청 현실적이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상황에 대해서 철저하게 파악해서 이 사람한테는 어떤 도움을 줘야하고, 그대신에 자신은 어떤 도움을 받으면 좋을지를 계산하는 성향이 있더라고. 

 

그런데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 자기가 얼마 버는지나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면 엄청 싫어하고 나를 무례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많았었고 그게 완전 실례인 경우도 있었어서 근데 그걸 난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어서 나도 어느순간부터는 다른 사람에게 왠만한건 얘기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지. 

 

이렇게 완전 뭐랄까. 왜냐하면 사업이 네트워킹같은거 막 암웨이같은거 주변 사람들 다 동원해서 고객으로 만들어버려야지만 먹고 살게끔 되어있는 일을 하게 되면, 뭔가 안다 싶으면은 그 사람을 자신의 고객으로 만드는거야. 뭐 딱히 주는 것도 없으면 말이야. 과자쪼가리같은거 쥐어주면서 말이야. 그러면서 엄청 부담주고 말이지. 

 

오늘도 어떤 분하고 얘기를 하는데 뭔가 정확한 액수까지 얘기해야하는 시점이 오면 내가 얘기를 안했다. 그리고 오히려 왜 그런걸 물어보냐고 엄청 물어봤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뭔가 논리가 앞뒤가 안맞아도 어떻게든 웃으면서 관철시키기 위해서 온갖 이상한 명제로 사람 혼란스럽게 만드는거야. 그러니까 특히나 나보다 어른인 경우에는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하는게 우리 나라 유교 사상이잖아. 그렇다보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한테 사기를 친다거나, 등쳐먹으려고 한다거나, 이용해먹으려고 한다거나 하면 예의바르게 듣다가 결국에는 마지못해 수락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굉장히 부담스럽게 부탁을 하고, 그걸 안들어주면 갑자기 사이가 틀어지는거야. 

 

내가 생각해보건데, 나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나도 때로는 부담스러운 사람이 되기도 했고, 아니면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다보니 점점 나이가 들수록 혼자이게 된거야. 왜냐하면 나도 누군가에게 영업을 하거나 부담스럽게 부탁을 해서 이득을 취하려고 하려니까 좀 양심에 찔리는 것도 있고 도저히 나는 못하겠더라고. 그렇다보니까 그냥 혼자서 끙끙대며 해결하려고만 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다보니까 인간관계가 오히려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거야. 

 

어떤 사람들하고의 대화는 듣고있어보면은, 답이 없는거야. 그 시간도 그냥 날라가버린 것 같고 말야. 그냥 TV본 것만도 못한 때가 있다. 

첨본 사람하고는 특히나 친해지려는 듯하게 얘기를 많이 하면 손해를 볼 때가 너무 많은 것 같다. 그 사람이 아무리 선의를 베푼다고 하더라도 그 선의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거지. 나도 오피스텔 투자로 인해서 손해를 봤을 때, 누군가가 나좀 구해줬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도 했는데 결국에는 아무런 부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알아서 그 투자실패 철퇴를 철저하게 맞고 있는 중이야. 

 

혼자서 그 괴로운걸 다 맞아가면서 술도 막 퍼마시면서 빨리 죽었으면 하고 뉴스기사에 나오는 자살 소식들을 보면서 이제 제가 두번째로 갑니다 하고 댓글도 쓰고 싶을 정도로 그렇게 힘들었다. 

내가 뭔가 실패해서 돈도 없고 쫓기듯이 허덕이며 살 때에 그때의 내 주변 사람들한테는 괜한 부담이든 걱정이든 나누면 안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그러면 그 사람한테 나도 그만큼을 꼭 보상해야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괜찮다고 해도, 그 사람의 무의식에서는 벌써부터 나한테 뭘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에 군침을 흘리고 있을테니까 말이야. 그건 그냥 자연법칙과도 같은거다. 

 

그래서 사람은 책을 읽어야하고, 공부를 해야한다. 돈을 주고 책을 사고, 강의료를 내고 공부를 하는거니까, 정당하게 선배들의 지식과 지혜를 전수받는거잖아. 암튼 나는 그랬어. 그러니까 내가 어울려야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한테 뭘 받고 줄 생각보다는 그냥 나하고 하는 생각도 비슷하고, 놀 때 부담감이 없어서 마음 편한 사람을 만나야하는 거였다. 억지를 쓰거나 너무나 친절하거나 너무나 부정적인 사람 즉 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에게 나의 열정을 다 퍼붓고 내 재산을 다 몰아줄 마음이 없는 한은 만나면 엄청 피곤할거야. 누구든 만나면 나만의 어떤 장점이나 내가 가진 뭔가를 나눠줄 생각을 꼭 해야지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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