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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그래도 연습은 해야지

by 복gili 202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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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피아노연습을 계속 열심히 하고 있어. 별 방해란 방해는 다 받았지만 그래도 꿋꿋히 하루에 한시간 이상은 꼭 연습하는편이야. 그게 왜그러냐면, 잘치는 줄 알았던 애도 연습을 안하니까 버벅이더라고. 아무리 어릴 때 피아노배웠다고 해서 매일 연습을 안하면 버벅이는건 마찬가지였어. 

 

피아노연습을 열심히 하다보면은, 무슨 생각이 드냐면은, 아.. 내가 사람들하고 아무리 놀고 얘기하고 차마시러 가고 밥사주고 그래봤자 구나. 이게 뭐 나한테 돌아오는거 하나도 없고 너무 허무하다 그런 느낌인거야. 

근데 피아노연습을 하면은, 뭔가 남잖아. 나한테. 그리고 그만큼 내가 헛소리를 안하니까 얼마나 효율적이야. 

 

이세상살면서 헛소리를 하기가 너무 쉬운거야. 나를 힘들게 하는 친절을 괜히 타인에게 베풀게 되고 말이야. 그러니까 침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배우는데에 집중하는게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오늘은 새로운 사람하고도 얘기를 해봤어. 근데 너무 신기한게, 내가 별로다 하는 사람들을 여럿 겪고 그래서 실망하고 아.. 정말 시간낭비였어 하고 짜증게이지가 폭발할려고 했을때, 분명히 전에 얘기했을 때는 실망포인트가 있었던 사람이었는데 오늘 다시 얘기해보니까 뭔가 사려깊은 사람인거야. 헛소리도 안하고 말이야. 사람이 항상 그순간에 보는게 다가 아니었다는걸 깨달았어. 그리고 전에 실망했던 사람들도 내가 거리를 좀더 두고 대했다면 잘 지냈을 수도 있겠다 싶은거야.  태양과 멀리 떨어진 행성만큼 떨어져서 대화해야하는 사람도 있을건데 오히려 가장 가까히 두고 대해서 내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지쳐버린 사람도 있었던 것 같아. 그냥 날씨얘기로 만족해야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야. 

 

우리 선생님도 가끔은 나를 싫어하고 무시하나 그런 생각도 드는거야. 사실은 내가 자격지심이 있어서 그런거지만, 왠지 대화하다보면은 괜히 화가 나더라구. 근데 다시 얘기를 하면은, 왠지 나를 너무 좋아해주는게 느껴지는거야. 그게 너무 고맙더라구. 사람은 베푼만큼, 같이 밥먹고 차마신 시간만큼 대화한 시간만큼 애정이 생기는게 맞는 것 같아. 하지만 내가 가진 자격지심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기도 하고, 자꾸 오해하게 만들고, 방어하게 만들더라구. 

 

그래도 꿋꿋이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익숙해지는 수 밖에 없겠지?

피아노를 배우는데 오늘은 왠지 내가 너무 긴장하고 있었구나 그런 각성이랄까 인식을 처음으로 하게 된거야. 어떤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구나, 아직도.. 유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유연하지가 않았던거야. 그게 선생님이 알려줘서 깨달은거야. 그게 너무 고마웠어. 역시 스승님한테 배워야지 뭐가 늘지 혼자 독학해가지고는 죽어도 뭐가 안되는거야. 

 

내가 오늘은 정말 혼자서 화가 너무 많이 나있던 차였는데, 왠지 모르게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괜시리 풀리더라구. 

내가 뭔가 피폐해진게 느껴진건지 걱정도 해준 것 같고. 참 주변에 그래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너무 좋더라고. 하지만, 거리를 두는게 좋았던 사람도 있었어. 아무리 좋아도 거리를 두지 않으면 내가 지쳐버리니까. 나는 매일 할 일이 많고, 신경쓸 것도 많고, 혼자라서 스스로를 지키고 살아야하는데 지쳐버리면 예전처럼 창문 틈새로 오만가지 날벌레가 날라와서 천장에 붙어있는거야. 날아오는지도 모르고 말이지. 

 

우리 엄마도 나한테 얼마나 알뜰살뜰하게 대해줄려고 했는지 나는 다 기억하지만.. 어린 시절 같이 한 기억이 없는데다가, 점점 현실을 직시할수록 화가 나더라고. 왜 내가 이렇게 살 수 밖에 없게 부모 중 하나인 엄마가 나를 방치한건지 말이야. 어린 내가 얼마나 이해를 하는게 맞는거야. 난 이해할 수 없어. 나이가 든 지금도 말이야. 이미 헤어진 사람은 다시 만나면 안되는구나. 그게 엄마라도 만나면 안된다는게 너무 슬퍼.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대방이 한 행동을 이해하고, 나도 할 수도 있다는 뜻이잖아. 난 안그럴거야. 

 

내가 할 수 없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친하게 지내기가 너무 힘들더라고. 

 

나는 정말로 너무 바보 같은 것 같아. 아직도 성공이고 뭐고, 그러니까 내가 못하는 사람도 아닌데 기회고 뭐고 다 박차고 던져버리고 말이야. 쓰레기통같은데 갇혀가지고 이러고 있으니까 너무 힘들어. 내가 다시 눈을 뜨게 된다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하고, 일하고, 침묵하면서 헛소리따윈 안하고 말야. 사람들과 거리도 좀 멀리해서 날씨 얘기 정도나 하고 그래야겠어. 사람들하고 가까이 해도, 이상하게 친해지고 싶지 않고 불편한 사람이 있는거야. 아무리 같이 밥먹고 차마시고 그랬다고 한들 끝은 씁쓸하고 의심쩍은 사람이 있더라고. 그런 사람은 이제 날씨 얘기로 시작해서 날씨 얘기로 끝내야지 뭐. 

 

뭔가 쎄한 느낌은 무시하기가 좀 그렇더라구. 

까마귀 날자 배떨어지는 느낌으로 오는 사람들은 이상한거야, 뭔가가. 

 

그런 사람한테 날씨 얘기 외의 얘기를 하는 시간을 피아노 연습하는 시간으로 바꾸자고. 아닌건 아닌거고, 아닌 게임에 돈을 걸어봤자 도박이고, 탕진인거잖아. 투자실패도 많이 했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거야. 내가.. 

 

현실은 너무 냉정해서, 아무리 유교사상이고 뭐고 간에, 감동실화고 뭐고 간에.. 가족도 나와 생각이 다르면 다른 길을 가야하는거였어. 굳이 안맞는 사람하고 같이 어떻게든 혈연으로 감싸봤자, 탈만 나는거야. 다른 혈액형의 피를 수혈받으면 안된다고 하잖아. 

 

안맞는 사람은 안맞는거야. 오늘도 다시금 느낀다. 그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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