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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마개조의 밤을 보며 느낀 점

by 복gili 2024.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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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주변 가족 친척들이 그리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었어. 그냥 소시민. 가난한 소시민들이었지. 우리 엄마 아빠는 식당을 했고, 고모는 화장실 청소부, 고모부는 경비원 이런식이었지. 고모들이 두분 있는데 큰고모는 전업주부였고, 큰고모부를 본 적이 없어. 집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어. 종합적으로 봤을 때 말이야. 집도 그리 좋은 집도 아니었고. 그래서 어릴 때는 그냥 도서관에 가서 책읽거나 밖에 놀거나 그게 다였거든. 경쟁을 해야한다라는 어떤 압박감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자라온거야. 그런데 살면서 보니까 연애자체도 경쟁하듯이 하는 느낌? 연애에도 갑과 을이 있는 그런 상황에 계속 놓이는거야. 너무 짜증이 났지. 그렇게나 이세상이 서로 손해를 안보고 살려고 아둥바둥대는 곳인지 몰랐지. 일을 해도 마찬가지야. 다른 사람한테 잘대해주는 것 자체가 나는 너보다 못한 존재야라는 걸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어. 그래서 앞으로는 아무한테도 잘해주지 않으려고. 그게 쓸데없는 행동이었고, 이력서에 쓸 한줄에 전혀 필요한 행동이 아니었거든. 보니까 그렇더라고. 오래 남아있는 사람들 보면, 정말 이기적이야. 방어적이기도 하고 그렇더라고. 근데 한편으로는 그러니까 오래 남아있는거고 승리자인거잖아. 방어적이고 이기적인 상태가 되는게 오래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었던거지. 

 

그리고 어제는 마개조의 밤이라는 일본 TV프로그램을 봤어. 나는 일본의 연예계가 마음에 안들거든. 거기가 그렇게 미소녀 아이돌들이 많잖아. 근데 그게 야쿠자랑 연관되어있대. 그래서 뭔가 눈밖에 난 아이돌은 개쓰레기 취급을 당하면서 일을 한다는거야. 너무 놀랬어. 그러면 아이돌이란 산업자체가 왜 있어야하는걸까 싶어. 그래서 별로 마음에 안들었는데, 하나 마음에 든거는 마개조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이었어. 대부분 개작살나는 변태 쓰레기같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인데 그것만은 왠지 기술자들을 위한 긍정적이고 발전적이고 유쾌하고 건강한 느낌의 프로그램이더라고. 

 

그래서 한글로 번역된 영상이 있길래 봤는데 너무 재밌는거야. 이게 팀이 세팀인데, 대학생 팀하고 중소기업팀, 대기업 팀이 서로 경쟁하는거고 최대 금액 한도를 정해서 그 재료비 한도에서 토스트기나 움직이는 인형을 개조해서 엄청 성능이 좋게 바꿔서 경쟁을 하는 그런 취지의 프로그램이었어. 

 

일단은 움직이는 인형은 그 강아지 있잖아. 강아지가 스위치 켜면 천천히 짖으면서 발랄하게 걸어다니잖아. 엄청 천천히 말이야. 그거를 머리만 빼고 다 개조해서 경주를 해가지고 가장 먼저 도착하는게 이기는거야. 결국 대기업팀이 이겼거든. 그리고 두번째는 토스트기인데, 토스트를 익힌다음에 그 토스트를 가장 높게 점프시키는게 이기는거야. 그거는 중소기업팀이 이겼어. 

 

이걸 진행하는 과정이 너무 웃기고, 그리고 연구개발하는 과정도 너무 진지했어.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 협력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고. 또 토스트 식빵을 멀리 쏘아올리기 위해서 토스트기 위에다가 모터를 각각 달고 그 모터에 바퀴를 달아서 회전수를 최대치로 한다음에 엄청 빨리 회전하는 바퀴 사이로 토스트가 통과하면 그 힘을 받아서 더 높게 치솟는다는 그런 기술이었어. 너무 대단한거야. 

 

내가 어릴 때나, 아니면 주변에서는 그런 걸 본 적이 없단 말이야. 그리고 나란 사람한테 기대하는 것도 없다보니까 내가 아무리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더라고 하더라도 도움을 받거나, 자극을 받을 만한데가 없는거야. 

 

이번에도 내가 철물점에 돌아다니면서 화장실 공사할 때 필요한 자재를 사거나 할 때, 그 주인들 입장에서는 어떤 어린 여자애가 와가지고 폐기물 봉투를 달라고 하지를 않나, 시멘트를 달라고 하지를 않나, 벽돌을 달라고 하지를 않나, 그라인더 어떻게 쓰냐고 물어보고 가질 않나 계속 그러는데 얼마나 어이가 없겠어. 다들 공사하는 사람이거나 뭔가 평소에 경험이 있어서 용어를 빠삭하게 아는 사람들이 와서 바로바로 사가지, 나처럼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공구를 찾고 있다고 장황하게 설명하면은 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거야.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야. 여자들이 철물점에 잘 안가잖아. 그러니까 내가 가니까 오히려 막 뭐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막 화를 내고 큰소리를 내는거야. 제대로 설명을 못하니까 무시하면서 말이야. 근데 나는 그런데를 두번이고 세번이고 가서 사장들을 적응훈련시키거든. 왜냐하면, 내가 돈내고 상품사는 고객인데 그 사람들이 나한테 화를 낼 필요는 없잖아. 그 사람들이 나중에 나같은 어리숙한 여자애가 와서 또 장황하게 설명을 할 때 다시는 짜증내지 않게 내가 계속 가서 뚫는거야. 난 일할 때도 그런 식으로 해왔던 것 같아. 다들 선입견이 있고, 너무 무시하더라고. 함부로 얘기하고 함부로 대하고 말이야. 그 전까지는 여자가 그렇게 한 적이 없으니까. 

 

내 주변에 나하고 비슷한 여자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이나, 입지를 살펴보니까 일단 자기가 사회에서 별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처럼 인정하고 들어가는게 있더라고. 그게 결국에는 그 사람들이 다 결혼하고 애도 낳고 그러니까, 스스로가 사회생활에 시간을 대부분 할애할 수 없다라고 인정을 했는지 그냥 부수적인 존재로 전락을 한거야. 그러니까 같은 다른 여자 동료한테도 자기가 자기 존재를 인정한 만큼만 인정해주고 대우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자살하고 싶은거야. 별로 그런것도 보기가 흉해. 보기가 싫어. 그걸 굳이 이겨내고 싶지도 않아. 그냥 나랑 같은 나이의 남자들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대충 행동해도 먹고 들어가는게 있는데, 나는 너무 힘든거야. 매순간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 

 

결혼을 했었지. 한번. 근데 그게 진짜 너무 잘못된 선택이었어. 별로 노력할 마음도 없는 대충대충 인생 사는 사람이 자기한테 그냥 친한 동료로 잘 지내고 싶어하는 여자한테 결혼하자고 해가지고, 그냥 그 상태로 유지하면서 대충대충. 원룸에서 애를 낳고 살아도 잘 살 수 있다면서 노력을 하나도 안하는 사람 말이야. 만약에 내가 애를 낳았다면은, 정말 나혼자 키웠을 것 같은거야. 뭔가 허드렛일은 내가 다 떠맡고 나머지 그냥 우쭈쭈 이뻐해주는 거나 할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뭐 대단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왜 결혼했는지 모르겠어. 내가 진짜 내인생을 버릴려고 했었나봐. 가족도 없이 떠돌아다니다보니까 외로우니까 대충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결혼시장에 그리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좋다고 그냥 사귄거잖아. 나도. 나도 너무 잘못이 많은거야. 지금 생각해보면은. 

 

그렇기도 하고. 요즘에 로봇이 발전하는 것 같아. 많이 많이.. 그런 상황에서 용역으로 돌아다닌다는게 언제까지 이럴 수 있는지 너무 걱정되는거야. 로봇이 해주면 되는데, 그거를 내가 하고 있는 상황이잖아. 지금. 정말 일이 사라지면, 나는 자살해야만 하는 그런 지경인거야. 내가 제작년부터 진짜 사회의 허드렛일이라고 볼 수 있는 온갖 몸으로 떼우는 일용직을 알바로 해봤는데 진짜 할게 못돼더라고. 진짜.. 그거 하느니 죽는게 나은 것 같아.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야. 다들 악에 바쳐서 일하더라고. 기존에 일하는 사람도 말이야. 그렇게까지 살아야돼? 어떤 사람들은 너무 편하게 사는데 왜 그렇게까지 불쌍하게 사는거야. 그렇게 목숨이 소중한거야. 신이 내린 목숨이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해야 천국에 가서 그렇게 사는건가 싶을 정도로 참고 일하더라고. 나는 못하겠어. 진짜. 조금이라도 체력이 좋을 때 경험해봐서 다행이었어. 

 

진짜 잉여인간이라는게 십년전인가부터 유행하는 단어였잖아. 아마 그 단어가 격하게 공감되는 사람들은 진짜 애를 낳지 말아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거야. 잉여인간을 낳아서 뭐해. 얼마나 괄시받고, 부자들 노예로 전락하는 삶을 살겠어. 내 후손이, 내 핏줄이 그런다 생각하면 너무 마음아프지 않아? 그리고 막 내 후손이 보이스 피싱당해서 전재산 잃고, 내 후손이 성폭행당해가지고 그 영상이 토렌트 같은데에 올려져가지고 다른 애들한테 조롱거리가 되고 사회에서 매장당한다고 생각해봐. 이런 사회잖아. 또 기후 위기라서 어디 놀러갈만한데도 없고, 일회용품도 펑펑 쓰지도 못하고, 백인하고 흑인이 합세해서 황인종을 차별하는 이시대에서 어떻게 해외여행을 맘데로 가겠어. 이렇게 삭막한데서 말이야. 그래서 애 안낳는거지뭐. 교육비도 너무 비싸고 그렇잖아. 그리고 집도 너무 비싸니까, 서울에서 일자리가 많은데 서울에 살 수가 없잖아. 그렇다보니까 경기권에서 산다쳐도 경기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게 얼마나 개빡세냐고. 그거를 어떻게 견뎌내라고 후손을 낳고 그렇겠어. 그리고 또 오래오래 한 곳에서 일할려고 막 경쟁적이고, 방어적이고, 다른 사람 막 함부로 대하고 그렇게 살아야지만 되는데 내 후손이 다른 사람을 괄시하면서 일한다는거 생각만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거야. 그래서 나는 좀 가난하다 싶으면은 애를 안낳는게 낫은 것 같아. 

 

서울 도심에 자가로 살고 있고, 모아놓은 돈도 많고, 자기 직업도 은퇴걱정없이 계속 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하고도 잘지내고 그런 사람이 애를 많이 낳으면 되는거지 뭐. 그렇지 못한데 뭘 희망을 가지고 사는지 나는 잘 모르겠더라고. 슬픔을 자아내는 희생적인 상황에 처하는게 그게 과연 맞는건가? 애초부터 그게 맞는 상황인건가 싶은거야. 

 

아무튼간에, 뭔가 씁쓸한거야. 변종같은 이 삶이 싫어. 얼마나 뚫고 살아야지 되는거야? 그냥 자살하면 모든게 다 끝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 헤쳐나가면서 살아야하는지 모르겠어. 사람들이 막 조롱을 하잖아. 나도 자살하고 싶어. 정말. 그만하고 싶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사회에서는 뭔가 표준의 기대치가 있잖아. 거길 벗어나면 너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는거야. 이번에 노벨문학상 받은 작가도 말이야. 그 작가가 여자니까 그 아버지를 굳이 기사에 올리더라고. 그 아버지가 작가니까 그의 딸이 영향을 받아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이런식으로 썰을 풀더라고. 기자들이. 너무 웃긴거야. 그런 기사들을 보니까 역시 이 사회에서는 여자는 다 자살해야지만 되는 존재인거야. 아니면은 블랙핑크가 되거나 둘중에 하나인거지.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생각도 완전히 무너지는 어떤 특정 시점이 오겠지. 기존의 관성을 전혀 유지할 수 없는 어떤 파괴적인 시점이 오겠지. 그게 바로 AI가 발전해서 더이상 어떤 기존의 관념이나 선입견으로는 살 수가 없고, 굳이 힘센 사람이 이 사회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시점이 오는거야. 키가 크거나 잘생기거나 예쁘거나 하는 어떤 선천적 조건이 우성으로 여겨지는 시대에서 완전히 탈피하겠지? 그때는 사람도 거의 없겠지만. 엄청 먼 얘기지만,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긴 하잖아. 그러니까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 방어적이고 불친절한 사람은 멸종하는 시대가 올 것 같아.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특정 기술이나 자원을 선점해서 그 선점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 방어적이고 불친절한거잖아. 결과적으로.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는 특정 기술이나 자원을 선점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될 것 같은 거야. 일단은 기술자체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잖아. 그래서 어떤 지역에서 어떤 소수의 사람들이 뻐기면서 살 수가 없는 상황이 된거지. 그리고 자원도 나중에는, 완전 초극소수가 독점할거니까, 대충 동네에서 유지 정도로 살 수 있던 사람들은 빈민이 되겠지 뭐. 하여튼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서 애를 낳으면 안되는거야. 

 

나는 과학을 알면 알수록, 더더욱 아이를 낳으면 안되겠다 싶었어. 뭔가 알면 알수록 이 세상에 후손을 남긴다는건 확률적으로 너무 위험해. 확률이란 개념도 알게 되면은 더더욱 괜한 일은 안만들게 되더라고. 희망도 사라지고 말이야. 이세상에는 희망이 없어. 확률만 있을 뿐이더라고. 어떻게 한 인간한테 기계처럼 굳어진 일상을 살게 하고, 풍요를 눈앞의 영상으로만 바라보게 하면서 허덕이게 살게 하는거야. 이게 지구랑 태양이랑 달이랑 뭐 명왕성이랑 이것저것 암석들이 굴러다니면서 만들어낸 환경이야? 이게 뭐야. 나는 너무 짜증이 나. 그런거 보고 있으면은. 우주의 신비를 사람들이 알아낼수록, 그냥 우연히 태어난 존재가 뭐가 그리 행복하겠어. 뭐 암것도 기대치도 뭣도 없이 우연하게 생겨나가지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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