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주말에는 폐인처럼 자다가 속이 안좋아서 토하고 그럴 정도로 너무 아무것도 안했거든. 근데 요즘에 학원도 다니고 하다보니까 점점 일어나있는 시간이 늘게 되었어. 오늘은 아침부터 바빴는데, 식빵을 6번째로 만든거야. 근데 실패했어. 그게 150도로 25분을 구웠는데, 중간부분이 하나도 안익었지 뭐야. 그래서 10분을 더 구웠는데, 이미 망가진 상태라 맛이 없었어. 그래도 오늘은 세시간정도 실온에서 식혀서 6조각정도로 잘라서 보관할 수 있었어. 전에는 식힐 시간 쯤에 내가 나가야해가지고 손으로 두덩이정도 쪼개서 바로 냉동실에 넣어놨는데 오늘은 그냥 깊은 스텐레스 볼에다가 넣고 위에 스텐레스 망을 덮어놨는데 잘 식었더라고. 다음에는 그냥 150도로 구우면은 35분 정도 구워야겠어. 근데 오늘은 2차발효가 잘안된거야. 반죽이 너무 질더라고. 우유를 너무 많이 넣은 건가. 꿀을 넣어서 그런가.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될 것 같아. 20번째에는 성공할 것 같아. 그때는 원리를 좀 알겠지.
그리고 다이소에 가서 한가득 사왔거든. 이것저것 화분이랑 분갈이 흙이랑 제빵용 계량스푼도 좀 사고, 투명한 플라스틱 바가지도 사왔어. 거기다가 반죽을 발효시키면은 밑부분에서 이스트가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했는지 보이잖아.
또, 집에 베란다에다가 큰 책상을 놨는데, 우리집에는 큰 테이블이 두개나 되거든. 하나는 식탁용, 하나는 공부용이야. 근데 공부용 책상은 높이 조절이 가능한 전자동 책상이라서 좀 무식하게 생겼어. 그래서 옮기는게 힘들어. 그냥 식탁용 테이블도 크고 그러니까 거실에다 놓고 밥도 먹고 공부도 하고, 안주를 늘어놓고 술도 마시는 용도로 쓰고 있지. 그리고 무식한 전자동 책상은 키를 최대한 높인 상태에서 화분을 놓고 이것저것 싸앗을 뿌려서 키우게 되었는데 얘들이 너무 잘자란거야. 우리집 베란다가 엄청 해가 잘들어오거든. 딱 그 베란다만 해가 잘들어와. 그래서 거기다가 심었는데, 예전에는 식물을 다 시들게 했는데 요즘에는 시들어도 물주고 영양제 뿌려주면은 바로 살아나는걸 확인해가지고 잘 키우고 있어. 다들 씨앗부터 시작해서 열매까지 맺고 꽃도 피우고 그렇더라고. 내가 키우는거는 방울토마토하고 페퍼민트하고 로즈마리거든? 근데 다 이마트에서 채소나 과일 시키면은 플라스틱 포장용기가 오잖아. 거기다가 그냥 흙 넣고 키운거야. 근데 보면은 뿌리가 다 보이더라고. 그 화분이 이제 작아진거지. 그래서 오늘 좀 큰걸로 사가지고 분갈이를 해줬어. 근데 다이소에서 보니까 부추 씨앗이 있는거야. 예전에 상추를 심어서 상추가 잘 자라긴 했는데, 시중에 파는 상추같이 튼튼하지가 않고 너무 얇은거야. 잎이 힘이 하나도 없어. 양분이 부족한가봐. 그래서 못먹겠는거야. 근데 부추는 괜찮을 것 같아서 사온거지. 페퍼민트 있는 화분에다가 10알정도 뿌렸어. 왠지 엄청 잘자라서 나중에 부추전을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보니까 페퍼민트는 그렇게 온도가 더울 필요가 없다는거야.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자랄 수 있고 오히려 직사광선에 약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작은 방 창가에 올려놨지. 거기서 부추도 키우고, 페퍼민트 향도 맡으려고.
또 방울 토마토는 열매가 6개정도 맺힌 상태고, 이제 빨갛게 익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지금 마음에 안드는지 아직 익지를 않는거야. 근데 요즘 날씨가 추워져서 얘가 그래서 안익나 싶었는데, 낮에 베란다에 가보니까 따뜻하더라고. 온실같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아마도 내가 성격이 급해서 아직 익을 시기가 아닌데 왜 안익냐고 항의하는 그런 블랙컨슈머같은 존재인가 싶어. 뭐 열매까지 맺을 정도로 키운게 대단한거지. 이게, 그 키큰 책상 위에다 놔서 그런 것 같아. 바닥에 놨으면 오히려 햇빛을 못받았을텐데 말이야.
내가 나이가 드니까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하고 얘기를 하게 되었을 때 자꾸 내가 그때 나이였을 때하고 겹쳐서 보이는 것 같은거야. 근데 그때 내가 뭐 가만히 멈춰서 회상하고 그런게 아니고, 그냥 순식간에 예전 생각을 하면서 그 사람하고 얘기를 하고 있는거야. 어릴 수록 어쩔 줄 모르는 상태인 사람이 많잖아. 또 스스로를 너무 낮게 평가하고 뻔뻔하질 못하잖아. 근데 능력도 있고 괜찮은 사람이 그러면은 너무 안타까워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더라고.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도 능력도 있고 성격도 좋고 그러면은 얼마나 누군가가 도와주고 싶겠어.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더라도 사람이 괜찮으면은 누구라도 나서서 도와줄 것 같은거야. 그런 사람은 드무니까. 또 성격도 좋고 신뢰도 가고 그러면은 얼마나 좋아하겠어. 그런 사람도 드무니까. 사람이 괜찮아야지 사는내내 복이 따르고 헹운도 생기는 것 같아. 그래서 돈에 너무 연연하는 것도 좋지만은 그냥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싶었어. 어제는 차도 회사 근처에 주차하게 되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줬거든. 그게 뭐 그래서 내가 집에 가는 시간이 30분이 지체되긴 했지만은 어쩔 수 없잖아. 날씨도 을씨년한 쌀쌀하고 어두운 저녁에 좀 태워다 주면 어때. 예전에도 그렇게 몇번 동료들을 태워다줬는데, 기름값 아깝다던지 시간낭비했다던지 하고 후회가 안되더라고. 그냥 말동무도 생기고, 좋았어. 대단한걸 희생하진 않아도 베풀 수 있는건 베푸는게 좋은 것 같아. 어릴 때는 그렇게 나를 태워다 주고 그런 사람이 없었거든. 그러니까 나는 태워다 주는 사람이 되면 되는거지. 없던 세상에 한명이라도 채우는거지. 너무 간단한거였던거를 실천만 하면 될 것을 괜히. 뭐 불우이웃을 돈주고 돕는거만 돕는게 아니지.
요즘은 피아노를 주 4일정도는 한시간씩은 치는데, 이게 이렇게 8개월 정도가 지난거야. 생각해보니까. 내가 이렇게 오래오래 뭘 한게 뭐였지? 그런게 없는 것 같은거야. 처음에는 골프를 치려고 한달 배웠는데 별로더라고. 그때 망하기도 했고 겸사겸사 그냥 때려쳤는데 거의 레슨비가 비슷한 수준의 피아노를 8개월이 넘게 배우고 있는거야. 너무 좋은 것 같아. 내가 음악 듣는거좋아하는데 관련된걸 배우게 된거잖아. 체계적으로 전문가한테 배우니까 너무 좋더라고. 오늘은 선생님이 가르쳐주는데 이제 우리가 만난지도 꽤 시간이 흘렀던거야, 완전 맞춤형으로 가르쳐주시더라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배우고 싶어. 더 익숙해질 때까지. 지금은 거의 4옥타브까지 치는 범위가 확장되었고 조표까지 추가된 악보라서 엄청 햇갈린거야. 아는 음표도 햇갈리는 수준이야. 몸은 외웠는데, 갑자기 의식적으로 악보를 보고 이해할라고 하면은 완전 패닉상태야. 처음보는 악보를 보는 기분이랄까. 근데도 치다보면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치고 있고 그래.
아무튼, 내가 살아온 얘기를 잠깐잠깐 동료들한테 하다보면은, 나하고 동갑인 사람이 있는데 엄청 놀라는거야. 예를 들면은 작년에 주말에 알바를 하면서도 주중에는 개발자로 일했거든. 그 알바라는게 개발 알바가 아니라 그냥 동네 식당 알바, 청소 알바, 아울렛 판매 알바, 쿠팡 물류센터 알바, 공장 상품 포장알바 같은거였어. 몸을 엄청 쓰는 막노동을 한거야. 주말에. 그때 내가 일주일내내 운전을 해서 멀리까지 가서 일하는거였거든? 하루라도 아프면 안되는거야. 그런 상태였는데 어째 다 미션클리어한거야. 파토도 안내고 말이야. 게다가 평일 저녁에 1회성으로 호프집 서빙알바, 주방 설거지 알바도 하고, 밤새서 편의점에서 알바도 했어. 집에 운전하면서 가는데 너무 졸려서 죽을뻔 한적도 있었어.
그게 되더라고. 근데 너무 피곤하긴 했지. 요즘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이게 내가 진짜 사회생활이라고는 하나도 안하고, 인간관계도 거의 0에 가까운 상태인데도 토요일에 학원가고, 뭔가 또 앞으로 일요일날에 한번 공연도 보러 가야하고 그래서 일을 할 수가 없는거야. 어쩔 수 없이 쉬는거지. 평일에는, 아침에 5시에 일어나서 운전해서 회사가서 하루죙일 개발하고, 점심에는 피아노치고, 저녁에는 그냥 씻고 바로 자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좋더라고. 저녁안먹고 자는게 건강에 좋은 것 같아. 속도 안부대끼고 말이야.
참.. 앞으로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모르겠어. 이렇게 매일 뭐 빵을 굽든 분갈이를 하든 그냥 일상적인 집안일이잖아. 피아노도 그냥 취미고. 뭘 해야할지를 모르겠는거야. 아까는 유튜브를 보는데, 다들 지금 50대에 어떻게 준비해서 은퇴를 할 것인지나 베이비부머세대가 노령층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경제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 뭐 그런 얘기들을 하는거야. 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다시 당선됐잖아. 그랬을 때 어떻게 세계가 돌아갈 것인지도 분석하고 그러더라고. 나는 지금 식빵 굽고 있고 분갈이하는데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일어나서 내 미래를 어떻게 또 불안하게 말아먹을지 모르겠는거야. 30대 후반부터 마흔 하나까지 완전 나는 매맞는 기분으로 살아왔거든. 계속 안좋은 일이 생겼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자살하고 싶을 뿐이었고, 왜 내가 마흔이 넘어서까지 살아야하는지도 모르겠는거야. 투자도 완전 망해버렸고, 그때 만난 사람도, 그때 일할 때에도 엉망진창이었어. 결국에는 지금도 살아있고, 나는 식빵도 굽게 되었고 일찍 일어나게 되었고, 어쨌거나 일도 하고 있고 말이야. 앞으로의 나는 전처럼의 실패는 안할 것 같아. 왠지 앞으로 내가 20년 정도 산다고 쳤을 때, 이 20년동안 정신차리고 살라고 온갖 실패를 그 짧은 3년동안 에방접종 맞듯이 겪은 것 같은거야. 이럼 안된다의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랄까. 그래, 그렇게는 살 수가 없어. 이제는 그렇게 살 수 없게 되었어. 게으를 수도 없고, 어린 마음으로 살 수도 없고,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고, 섣부른 투자를 할 수도 없고, 도박이나 행운에 연연할수도 없게 되었고, 괜한 인연을 함부로 맺지도 못하게 되었고 그렇게 변했어. 이러고 사는게 너무 피곤해보였던걸까? 왠지 그렇게 열심히 살게 될까봐 그당시의 내가 미쳐날뛴 것 같기도 해. 근데 이미 엎지러진 물이야. 시간이 흘러버렸어.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살게 된거야. 나이도 먹고 해서. 물론 내나이대에 모든 사람들이 다 나처럼 살지는 않더라고. 아직도 나이가 많은데도 그냥 어린애처럼 미성숙한 정신력으로 사는 사람도 많아. 근데 나는 그게 너무 싫은거야. 어질러진 방안에서 살 수가 없는거야. 내 마음은 항상 정리되어있었으면 좋겠어. 어쩔 수가 없어. 이제 그렇게 살게 된거지. 아무튼 그렇게 되다보니까, 중심이 잡히는 것 같아. 집중할 것만 보이더라고. 이것저것 모든 것에 다 관심을 쏟을 수가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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