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너무 규칙적이어서, 로봇같단 생각이 든다. 어제는 피곤함이 절정에 달하는 때였는데, 어제 달도 막 노란색 보름달이 낮게 떠있더라고. 크게. 그래서 그런지 더 싱숭생숭하면서도 퇴근길이 막혀서 정신을 놓다시피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야할 일은 하고, 계속 어떻게 살아야하나 그런 생각도 하면서 살고 있지.
회사에서는 내가 맡은 일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쉬운 일인건지 분명 같은 분량을 배정받아도 내가 빨리 끝내고 혼자 놀고있더라고. 며칠째 놀면서 처리 해야할 개인사도 보고, 이것저것 카드 혜택도 알아보고 했다. 내가 하는 일은 주로 레거시를 최신 기술로 바꾸는 식인거야. 그러니까 레거시 코드도 잘 해석해야하고, 최신기술로 변환을 잘 시켜줘야해. 그렇다보면은 이게 결국에는 역사학자같은 마인드로 접근해야지만 일을 수월히 해낼 수가 있는거야. 그때 당시에 왜 이런식으로 코드가 짜여지게 된 것인지도 이해를 해야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환을 할 것인지도 현재의 규칙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해. 과거의 규칙도 잘 알아야하고, 현재의 규칙도 잘 알아야하는거야.
나도 뭔가 누군가들처럼 나만의 사업이랄지, 시스템을 구축한다던지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본다던지 하고 싶은데, 쉬지도 않고 일하다보니까 새로운 환경에 즉각 적응도 해야하고, 일도 해내야하니까 정신이 없는거야. 요즘에는 멀리로 출퇴근을 하다보니까 매일 야근한 것 같은 멍한 표정으로 그냥 로봇같이 걸어다니고 있어.
한편으로는 참 좋은게 이러니까는 괜한 인간관계에 치이지 않더라고. 누군가 나한테 관심이 있다 싶어도 내가 너무 힘들어서 별로 신경쓰이지가 않는거야. 이게 둔감한 상태라고 해야하나? 전에는 내가 예민해서 조금이라도 거슬리면은 불편해하고 그만두는 원인이 되기도 했거든. 근데 이번에는 안그랬지.
이번에도 나한테 기분나쁘게 얘기하는 동료가 있었는데, 그게 처음에 같이 차도 마시러 나가고 그러니까 그게 계속 밖에서 할 얘기가 사적인 얘기잖아. 당연히 그 사람은 농담인 것처럼 물어보는거고, 나는 불편한거고 계속 그랬던거야. 근데 일이 바빠져서 같이 어울리지 못했더니, 그런 불편함이 사라졌어. 결국에는 같이 어울린게 문제였던거야. 안어울리면 그만이었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막 엄청 부정적으로 태도 돌변해가지고 조용히 있고 그런 사람은 아니야. 매일 인사하고, 이것저것 했냐고 체크도 해주고 무슨 일있냐고 다 물어보고 들어주고 하거든. 개인사만 얘기를 서로 안하면 되는거였어.
로봇을 만들면은, 그 로봇은 인사라도 하잖아. 잘 들어주고. 나도 그렇게 하는거지. 그냥 동료건 상사건 고객이건간에 다 내 고객이다 하는 마음으로, 고객한테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대하면은 그만인거지. 죽마고우가 될 필욘 없잖아.
그래서 마음이 편해졌어.
그리고 또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들었다. 갑자기, 마음 속으로 한문장이 잔잔히 울려퍼지는거야.
상상은 상상으로 끝낸다.
상상하는데로 꼭 이뤄야할 필요는 없는거야.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게 아무리 지금 당장은 별거 아닌 소소한 일로 보이더라도 왠지 일탈같은 행동이다 싶으면은 나중에 꼭 나한테 탈이 생기더라고. 뭐 별거겠어. 하고 그냥 계속 습관처럼 반복하면은 꼭 안좋은 일이 생기고 내가 혼자서 기분나쁠 때, 우울할 때에도 더 우울하게 되는 효과가 있더라고. 그래서 나는 그냥, 왠지 나한테 별로이다 싶은 존재나 그런 일은 잘라내 버리기로 했어.
괜한 기대도 하지 말고, 내 일상에서 중요하다 싶은 몇가지에 최선을 다하는게 맞는거였지. 괜한 기대라는 건 결국 희망을 갖는거잖아. 그런 것도 가지면 안되더라고. 그게 갚아야할 빚이 있다보니까는 더 그렇게 방어적인 상태가 되는 것 같아. 전에는 모른 척했는데, 요즘 하도 새벽같이 일어나다보니까 깨어있는 시간이 가장 냉철한 시간대라서 그런지 새벽이 말이야. 그래서 뉴스도 보고 그렇다보니까 내가 점점 감성이 사라지는 것 같은거야. 근데 그게 참 적절한 것 같아. 지금 시기에 가져야할 마인드로 참 괜찮은 마인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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