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아빠라는 프로그램의 오류

by 복gili 2024. 4. 21.
반응형

난 인생을 살면서 기준 척도가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 부모님이다. 

아빠와 엄마. 

 

두사람의 결혼생활이 왜 실패했나를 항상 되새김질하곤 한다. 

 

우리 아빠와 엄마는 키가 작다. 근데도 애를 낳았다. 

나는 커서 키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 것 같다. 

얼굴만 나온 사진을 보고 만났더니 키가 큰줄 알았는데 아니네 그런 반응도 있었고

키가 좀만 컸다면 소개를 시켜줬을텐데 키가 작아서 소개를 못시켜주겠다는 소리도 들었다. 

나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야. 그런 반응 보일 때마다 내가 화를 내기도 참 뭐한거야. 

 

어찌보면 그 자리에서 무례한 반응을 나한테 보인건데도 나는 가만히 있었으니 바보가 따로 없었던거지. 

 

한편으로는 키작은 나를 혐오하는 마음이 저변에 깔려있다보니 그냥 그런 말을 들었을때, 아.. 맞아.. 태어나질 말았어야했는데 우리 아빠랑 엄마가 괜히 낳아서 내가 괜히 살아가는거야. 이 세상에 피해를 주고 있는거야. 내 외모로 사람들한테 말이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 사람들한테 화를 못낸거야. 그 말은 즉, 내가 자격지심이 심하다는 것이었지. 

 

내가 어떤 프로젝트에 갔을 때 나처럼 키가 작은 여직원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일을 잘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너무 안타까웠어. 

나는 그런 일못한다는 소리 안들으려고 진짜 악착같이 공부도 하고, 사람들한테 친절하게 대하기도 하고, 내가 맡은 일 열심히 하고 그랬거든? 다른 식으로라도 칭찬을 듣고, 그 조직에서 인정받고 가치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어. 한편으로는, 키가 작은 나같은 여자들이 사회에서 인간쓰레기취급받기를 원하지 않아서 그 사람들을 위해서 더 참고 일했던 것도 있어. 

 

근데 그 친구는 너무 똥을 싸듯이 그냥 아무 노력도 없이 변화도 없이 있는 느낌이랄까. 아니야, 그래도 야근도 하고, 옷도 사입고 뭔가 노력을 했어. 그친구는.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가 부족한걸 알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것 같아. 근데 그 노력이 노력처럼 보여지진 않았던거야. 결국에는 고객사의 임원이 직접와서 정말 너무 못한다는 소리를 직설적으로 듣고 상처받아서 며칠동안 회사에 결근을 하고 만거야. 근데 나는 그것도 참 충격인게, 고객사 임원이 그 말단 직원에게 직접와서 뭐라고 할 동안, 그 직원의 윗사람들은 아무말을 안하고 방치했다는게 너무 슬프고 서러운 현실인거야. 나는 프리랜서라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고 말이야. 

 

그렇게 내 편이 없는 조직에서 일을 한다는건 그런거야. 모두가 나를 별로라고 여기는 조직에서,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조직에서는 정말 나를 완전 탈바꿈하지 않으면 인정받기가 참 어려워. 사실은 서로 같은 편이라고 하는 사람들마저도 그 내부에서도 얼마나 갈등이 많고 이랬다저랬다 편을 가르기도 하고 찍어누르기도 하면서 힘겹게 버티는거지 평화로움은 하나도 없었던 거야.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왠갖 인간의 잔혹함을 보면서 벙어리처럼 살아왔지. 

그게 말을 많이 해봤자, 사람들은 자꾸 오해를 하더라고. 

또는 그 사람을 이해해줘봤자, 그러면 그 사람은 내 단점을 어떻게든 들춰내서 나를 밉보이고 인간쓰레기나 지적 장애인 취급을 하는거야. 

잘해줘봤자, 검은 머리 난 짐승은 잘해주는게 아니라는게 진리였던거야. 

 

어떤 의사결정을 폭력이나 폭언을 행사해가면서까지 관철시켜야한다면 그 관계는 건강한 관계가 아니잖아. 

우리 아빠가 그 사실을 어릴 때 깨달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거야. 

그리고 자기가 키가 작아서 자식들도 키가 작을테고, 그로인해서 겪을 사회적 차별을 조금이라도 생각이라도 했다면 결혼도 안하고 그냥 자기 솔로 라이프를 제대로 즐기다 갔을텐데, 말년에 그렇게 똥오줌을 방바닥에 처바르면서 살 줄 누가 알았겠어. 

내가 과거로 가서, 청소년인 우리 아빠한테 아빠가 결혼해서 자기 부인을 뼈를 부러뜨리면서 때릴 것이며, 딸이 5살 때 부인이 집을 도망가게 할 것이고, 그로 인해서 우울증이 생겨서 평생 술 담배에 빠져 살면서도 가난해서 노동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테며, 그러다가 젊은 나이에 뇌졸증을 4번이나 걸려서 결국 방바닥에 똥오줌을 지리며 혼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자기 딸한테 그 병수발을 들게하다가 척추를 다쳐서 더이상 키도 못크게 할 거라고 그렇게 말해준다면, 아빠는 아마 자살했을지도 몰라. 

 

내가 우리 아빠 밥먹일려고, 매일 학교 마치고 집에 와서 그 무거운 사람을 들어서 일으켜 앉혀서 밥을 먹인거야. 그러다가 허리를 심하게 다친거야. 그때 중학생때였는데, 한창 키클 나이었거든. 너무 아파서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했지. 그 시간이 너무 끔찍했던 것같아. 그 기억 때문에 왠지 키 얘기를 하는 상대방들이 너무 나를 조롱하는 기분이 드는거야. 그냥 그 사람은 놀리느라 그런거지만, 나는 그 기억이 떠오르게 되더라고. 그게 트라우마라고 하는거지?

 

뭔가 내가 서운했던 점을 상대방에게 얘기하면,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냥 한 말이야. 신경쓰지 마. 왜 그걸 신경써 그런 식이야. 

그래서 내가 더 어울리려는 노력을 안했던 것 같아. 

 

하여튼 사람은 말 조심을 해야해. 

 

내가 어찌보면, 어릴 때 그런 안좋은 기억들로 가득차있는데 굳이 평범하게 좋은 사람이 되어서 살려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게 지금 와보면 너무 후회되는거야. 그냥 나도 잔혹한 범죄자가 될 걸 그랬나 싶어. 어렵게 살았는데, 앞으로도 어려울게 뻔한데 왜 착하게 살려고 노력한거지? 왜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한걸까. 왜 사람들한테 배려하면서 살려고 노력했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줄려고만 한걸까. 왜 희생하려고만 한걸까 그런 자괴감이 드는거야. 

 

우리 아빠도 그렇게 막살았는데 왜 그의 자식인 나는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한거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던거야. 

 

하지만 사실 막 산다고 해서, 그렇게 살게 되면 수명이 엄청 짧아야만 되지 안그러면 그 여파가 일파만파인거야 또. 

아픈채로 오래 사는 것도 정말 파국으로 치닫는 일이지. 

인생이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 줄 알았으면 내가 정자 난자일 때 서로 안만났지. 

 

왜 만나가지고 수정이 되어가지고 왜 태어나가지고 이렇게 괴롭게 살게 된거야. 

그 생각만 하면 정말 자살하고 싶어. 

 

내가 만난 무수한 그 인생 실패자들 말이야. 결국엔 그 사람들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만나서 괴롭히거나 자신의 고통을 전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만남을 추구하더라고.

 

나는 너보다 우월하고 너는 인간 쓰레기야. 너는 단점도 많고 그런데 내가 봐주는거야.

 

이런 식으로 대하기 위해서 만나더라고. 

그렇기에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가 없겠더라구. 

 

남한테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 역시 사랑을 줄 수가 없더라. 

그런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야. 

 

난 아직도 기억이 나는게,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빠한테 떼써서 어떤 산길을 올라가는데 나를 업게 만든거지. 그래서 아빠가 나를 업고 가고 그 옆에는 오빠가 걸어가는 그 광경이 떠올라. 근데 오빠는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가 어린데도 초등학생도 안됐는데도 뭘 잘못할 때마다 혁띠로 때리는 아빠인데, 자기 동생은 여자라고 안때리면서 저렇게 업고도 가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겠지. 그래서 나한테 내내 못되게 굴었을테고 말이야.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폭언을 하면서까지 만나야하는 관계라면, 그게 정상인거야?

안만나는게 깔끔한거지. 왜 그렇게 강하게 몰아부치면서까지 함께 있어야하는거야?

 

애초에 안맞는 신발을 막 자르면서까지 신어야하는 이유가 뭐야?

왜 그때까지 자기한테 맞는 신발을 못찾은거야? 그 시간동안 도대체 뭘한거야?

자기한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길래, 자기한테 맞는 신발을 찾지도 못하고, 사지도 못하고 그냥 인간쓰레기가 된거지?

그렇게 하루하루 바빴는데 왜 결말이 왜이리 부정적인게 되었을까. 

왜 그랬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고 나면, 평소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가 답이 나오더라고. 

지루한 일을 끝도 없이 열심히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괜한 말 꺼내지 말고 조용히 있으면서 

분수에 맞게 살아야하는구나. 자신없으면 아예 나서지 말고 말이야. 

 

지금의 나는 부족하고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까 말이지. 몇십년이나 살아온 사람의 인생을 평가절하면서 존경할 수 없고 존중할 수 없다는 건 참 슬픈 일이야.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상에서 밥먹기  (0) 2024.04.27
눈치없는 사람  (0) 2024.04.23
주말근무와 연두색간판  (1) 2024.04.21
인생에서 누려야할 것과 공부와 운동사이에서의 갈등  (1) 2024.04.20
양아치의 특징  (0)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