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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책상에서 밥먹기

by 복gili 2024.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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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항상 방바닥에 앉아서 둥그런 밥상 위에서 식구들하고 밥먹는게 그게 당연한 일상이었지. 그리고 가끔 식당에 가서 외식하는 즐거움이 있었고 말이야. 근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에는 내가 일했던 곳엔 항상 직원식당이 있었어. 그래서 직원식당에 가서 점심시간에 다같이 가서 밥을 먹고 커피믹스를 타서 먹는게 그게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했었는데, 어느순간 책상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거야. 그게 왜 안좋은거냐면, 만약에 그게 냄새나는 음식이면 그게 남잖아. 사무실에 말이야. 전에는 뭔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사람들이 다 티를 내고 이상하다고 싸우면서 살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뭔가 이상하면 다들 소극적으로 수근대고 말지 대놓고 티를 안내게 되었잖아. 

 

예전하고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어. 그냥 점점 단절되는 것 같은거야. 그리고 자기 마음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여기 왜 일하러 나오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는 그런거? 더이상 일하는데는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닌 상태가 된거지. 다들 불안정한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살게 되었어. 

 

암튼 나도 그래서 책상에서 도시락을 먹던 때가 있었던가? 그냥 오븐에 구운 고구마 같은건 먹었는데 굳이 도시락을 잘 차려와서 먹은 적은 없었거든. 일하는 자리에선 잘 안먹게 되는데 왜 당연하게 먹고 있는지 아무렇지도 않은지 모르겠어. 

 

뭔가.. 요즘에는 확실히 분위기가 전보다 덜 권위적이고, 일률적으로 움직여야하는게 사라지긴 했지만, 개인주의가 심해져서 다들 따로따로 노는 기분이야. 나는 점점 더 억지 웃음도 짓고,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척하지만 사실은 아무 생각도 없고 아무 것도 하기가 싫더라고. 

 

이제 회사라는 곳은 점점 사라질 것 같은거야. 왜냐하면 더이상 그렇게 일하는 척하면서 비위맞춘다고 해서 이윤을 얻는 구조가 쉽지가 않은거야. 온라인이라는게 점점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잖아. 아무런 비밀도 뭣도 없는 모든 것의 민낯을 낱낱이 들어내서 더이상은 격식만으로 돈을 벌 수가 없는 세상이 된거야.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해서 얘기를 자세히 들어주다보면, 그 사람은 사실 일을 못하는건데 이상하게 상대적으로 더 일을 못하고 안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유독 상대적으로 잘해보이는거지. 사실상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엄청 많은데 그 조직에서 사람을 잘 못구해가지고 그렇게 된거야. 아무튼 인공지능이란게 발전하고 온라인이 발전할수록 일을 잘하는 기준이라는 것도 투명해져서 더이상은 우물안에서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아. 

 

갇혀있는게 갇혀있는게 아닌 세상이 된거야. 

마치 올해도 보면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 그게 성행하는 이유가 뭐야. 국내에서 폭리를 취하던 중간상인들의 유통구조를 해외 직거래로 바꾸면서 그렇게 된거 아니야. 우물안의 벽이 다 폭파된거지 뭐. 

 

물류센터 이런데서 하루에 일당 9만원 받고 일하니까 하루종일 힘들게 노동하고 일해서 번 돈을 누군가의 중간이익으로 날리고 그런식으로 사는게 기분이 좋진 않잖아. 하루종일 일만 하는데, 이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가 사기꾼인지 그걸 어떻게 다 사리분별을 잘 할 수 있겠어. 몸이 고된데 말이야. 빨리 사서 그냥 쓰고 말지 그런 생각만 하겠지. 

 

이세상은 참.. 어떻게 돌아갈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모든게 투명해진다면, 우물안의 벽이 다 폭파되서 다들 바닷물이 되어버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걸까. 바닷물 중에 아주 작은 물방울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떤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나도 나이가 들수록, 뭘 하려는 노력이 그저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하게 되더라고. 새로운 시도를 말이야. 오히려 그냥 지금 하는 일을 더 정성스럽게 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하게 되는 것 같아. 그냥 매일매일 하는 수많은 지루한 일들을 좀더 퀄리티를 살려줘야지 이런거지. 괜한짓은 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밥도 책상에서 먹고 싶지가 않은거야. 

 

자기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도 함부로 대하더라고. 그건 진리인 것 같아. 

그게 함부로 대하고 싶어서 대하는게 아니고, 그냥 정신이 깨어있지를 못한 것 같아. 뭐가 뭔지 모르니까 어떻게 대하는게 좋은지를 모르니까, 그 무지가 사람을 싸구려로 만들고 나쁜 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무지하게 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에너지를 괜한데다가 쓰니까 그런 것도 있어. 자기 자신을 가꿔야할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괜히 휘둘리는데 사용하니까 그런 것도 있는거야. 

 

가끔은 아이쇼핑도 하고 더 좋은게 뭔지 찾아볼 시간도 확보해야하는데 그 시간이 없는거야. 그 시간을 안써서 싸구려 인생을 살게 된거야. 생각해보니까 나는 집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요리하고 이런데다가 시간을 은근히 쓰고 있었어. 세탁물도 가려서 세탁하고, 건조기에 돌리고, 셔츠도 다려서 입고 하는 그런 시간들이 꽤 오래 걸리더라고. 주말에 은근히 가만히 있는 시간보다 이것저것 집안일 하는데 시간이 더 쓰이는거야. 

 

밥먹고서는 꼭 양치를 빨리 해서 괜한 냄새 풍기거나 이빨에 고추가루가 끼어있거나 하는 모습도 안보여줄려고 노력하고 말이지. 사람들하고 대화를 해야할 때가 있잖아. 아무튼 그렇게 되더라고. 근데 그걸 깨닫기까지가 왜이리 오래걸린 건지 모르겠어. 아무래도 서울에서 살 때 좁은 고시원이나 원룸방에서 살다보니까 집안에서 할 수 있는게 한정되어있어서 그런가. 술을 사람들하고 많이 마셔서 그런가. 온통 밖에서 살다보니까 나를 관리할 시간을 잘 안줬던 것 같다. 괜한 공부나 열심히 하고 그랬었지. 인생을 너무 허비한 것 같아. 나한테 좀 정성을 쏟았어야했는데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다 그러던데.. 나는 안그랬어. 외로움도 많이 타고 그랬던 것 같아. 혼자 있는게 너무 슬프기도 했고 서럽기도 했지. 

 

월요일에는 아침부터 차사고가 두어군데나 나서 출근하는데 시간이 지체된거야. 위험천만했지. 대중교통이용할 때는 이렇게 차사고 걱정하면서 다닐 일이 없는데 요즘에는 항상 언제 죽을지 모른단 생각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항상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껴서 가야하잖아. 어느날은 누군가 막 토하고 있고 말이야. 어느날은 누군가가 시끄럽게 통화하면서 싸우고 말이지. 어느날은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무례하게 나를 깨우면서 옆으로 좀 비키라고 하고 있고 그러더라고. 어느날은 방귀를 뀌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왠갖 빌런들의 괴롭힘을 다 견디면서 한시간을 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그게 너무 힘든거야. 그게 좋다는 사람들은 진짜 대단한 것 같아. 나는 지금도 대중교통 이용하는게 너무 힘든거야. 갑자기 서울에 살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 만만해보이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어. 만만해보이지 않으려면 적절한 때에 화도 내고 그래야하는데 나는 화도 내기가 싫어. 나는 기분좋게 하루를 보내고 싶은데 화를 내면서까지 그렇게 살아야하나 싶은거야. 어떤 사람은 하루종일 화를 내잖아. 근데 그게 화를 낸게 아니라는거야. 그냥 일상을 보낸거지 화를 낸건 아니라고 하더라고. 그런 사람하고 같이 지내기도 싫어. 화를 낸 건데도 화낸게 아닌라는 사람하고 말이야. 

 

나도 누군가가 나한테 화내는게 싫듯이, 굳이 남한테 화내는게 싫은거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 왜 잘지내면 안되는건데? 그냥 잘 얘기해서 오해 풀면 안되나? 서로 다르게 살았으니까 잘 모르니까 그런거니까 이것저것 서로 속사정 얘기해서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게 그렇게 힘들어? 겉만 보고 막 화내는게 너무 바보 같고 단순해보이더라고. 

 

나도 좀 진짜 현명한 사람하고 잘 사귀어보고 싶어. 그런 사람을 찾기가 너무 힘든 것 같아. 나는 진짜 내 몸처럼 아끼고 잘 대해줄 자신있는데 말이다. 

 

그런 사람이 없어. 어딨는지도 모르겠어. 

왜 세상은, 사람이란 존재를 왜 쓰레기로 양산하는 시스템으로 전락해버린거야?

못나고, 못생기고, 잘꾸미지도 못하고, 남한테 단순하게 화만 내는 그런 단순한 양아치로 키우는거야. 

직업도 말이야. 이상한 단순 업무 같은거를 무슨 그게 직업이야. 노예지 뭐. 

그렇게 사람이 창의력이라는게 없는거야. 미학도 없는거야. 예술혼도 없어. 

그게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자기네들끼리만 노는거지 뭐. 

 

이렇게 못생기고 더러운 세상에서 이번주 주말이 지나가네. 

책상에서 밥을 먹어야할 정도로, 이세상 제대로 누릴 수도 없게 돈에 전전긍긍하면서 살게 만들고 말이야. 

개나 소나 애 낳으면은 이렇게 되는거야. 불쌍하게 살아도 어쩔 수 없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거야. 나도 괜히 태어나서 개고생만 하고 말이야. 좋은 차도 못타서 줄곧 도로 위에서 차별을 받곤하지. 

 

나의 역할은 차별받고 무시당하기 위해서 태어난 역할인건가봐. 

누군가는 차별하고 무시해야하니까, 상대배역인 내가 필요해서 내가 태어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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