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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일상에서 줄곧 짓는 표정은 참 중요해

by 복gili 2024.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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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 나와 동갑인 동료가 나한테 말하기를, 내가 되게 신뢰감있게 생겼다는거야. 같은 여자였거든. 그 친구는 진짜 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것처럼 보였고, 자기 관리도 잘하고 옷도 예쁘게 입고 다녔어. 근데 나하고 같이 있을 때 하는 말도 내 장점을 칭찬해주고 내가 가진 열등감을 보호해주는 그런 느낌으로 대화를 하더라구. 너무 좋은 친구였지. 

 

그래도 같이 어울리진 않았던 것 같아. 지금도 나는 프로젝트에서 보이는 여자 동료들은 잘 안사귀게 되더라구. 같은 팀이어도 처음에는 어울리려고 하다가 점점 잘 안맞는다는걸 느끼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친해지고 싶지가 않은거야. 나하고 너무 달라. 달라도 친해질 수는 있지만 아마 내가 생각하는 것하고 상대방이 생각하는거하고 다르게, 나는 안친해졌는데 상대방은 이미 나를 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무튼 일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바빠서 아무 생각없이 시간이 휙휙 지나가는데 어떤 때는 회의를 하잖아. 그러면서 사람들을 보게 되거든. 아니면 지나가다가 사람들하고 마주치기도 하고 그렇잖아. 근데 문득 어떤 사람들의 표정은 그 일상적인 표정있잖아. 뭔가 쎄한 느낌이 드는거야. 

 

왜 저런 표정을 짓지?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뭔가 이상하다. 별로다 그런 표정들이 분명 있더라고. 

어떤 사람은 말이야. 계속 쳐다보고 싶게 만드는 얼굴이 있잖아. 그런데다가 표정도 너무 좋은거야. 웃고 있는다기보다 무표정이라도 계속 보고 싶은거야. 근데 어떤 사람은 쳐다보면 굉장히 바보 같아보이는 표정인거야. 눈을 꿈뻑꿈벅 뜨고, 턱은 주걱턱처럼 치켜올라가 있고, 눈빛이 동태눈처럼 빛이 하나도 없는데다가, 뭔가 잔뜩 속이고 있는 사람처럼 가짜인 것 같은 존재가 내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표정을 짓는거야. 

 

그리고 또 나이가 든다는게 이런건가 싶은게, 또는 내가 너무 혼자 살아와서 그런지 사회에 때가 많이 묻은건지, 혼자서 씩씩하게 독하게 살아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은근히 다들 혼자서는 못하는 뭔가가 있더라구.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상대방이 뭔가 약해보일 때마다 상대적으로 내가 지독하고 억척스런 사람처럼 보이더라고. 

 

그래서 나이가 어린 사람들하고 어울리다가도 불편해서 더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은거야. 내가 대신 다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니까? 

 

또 내가 여자잖아. 여자이고 혼자이다보니까 괜한 남자가 꼬인단 말이지. 겨우 떼어놓은 사람이 있는데 또 어제 와서 말걸더라구. 모른척했더니 그냥 자기 혼자 어디 나가더라구. 뭐 잘생기지도 않고, 말할 때마다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데다가 예의도 별로 없고 대단히 부자인 것도 아니고, 일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런 사람이 나한테 집적거려봤자 내가 뭐 어떻게 해야겠어. 내 주제에 감사합니다 하고 어떤 인간이든 남자다 하면 좋다고 받아줘야겠어? 그건 아니잖아. 

 

나도 내가 별것도 아니고 괜히 태어났다고 인정하고 나서부터는 먼저 다가간 적도 없어.  이 놈의 인간관계에도 갑과 을이 있다는걸 깨닫고 나서는 그냥 아무 노력도 하기가 싫어졌어. 

 

그냥 괜한 사람들하고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말이야.. 외로워서 괜히 누군가와 약속을 잡는 것보다, 내 차 세차나 하는게 더 나은 것 같아. 

 

나는 절대로 열 수 없는 문을 열기 위해서 온갖 건물을 다 파괴하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면서까지 그 문을 열기 위해서 노력하는게 과연 옳은걸까?  생각해보면은 나하고 안맞는 것 같아서 좀 피하고 다니면 어떤 남자들은 나한테 와서 자길 무시하냐면서 나한테 너무 화를 내고 그랬거든. 우리 새 아버지도 그랬고말이야. 금방이라도 폭력을 휘둘를 것처럼 날뛰면서 화를 내더라고. 막 겁을 주면서 말이야. 약간 그런 식이야. 자기가 못나가지고 다른 사람이 자길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하진 못할망정 그냥 그 상황에 자기 자신이 혼자가 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 화를 내는거야. 그게 너무 싫어. 

 

왠지 그런 사람들하고는 어울리고 싶지가 않아. 이제는. 지금도 어울리고 싶지도 않다. 

나는 사람들이 인싸라는 둥 자긴 친구가 많다는 둥 하면서 항상 바쁜 사람들 있잖아. 그리고 결혼한 사람들도 그렇고 가족끼리 사는 사람도 그렇고 말이야. 근데 보면은 가족하고 살고 있는데도 일상적으로 할 일이 없어가지고 혼자 있었다고 하는것도 참 이해가 안가더라구. 그러니까 가족하고 살아도 각자 인생이지 다같이 항상 화합하며 살진 않는다는 거잖아. 그리고 결혼한 사람도 서로 불륜하고 막 잡으러 다니고 그러는데 뭐. 그게 뭐가 안외로워. 그래 잡으러 다니느라 외롭진 않겠다. 찬찬히 다 뜯어보면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아. 나도 겪어보니 그랬고. 

 

오히려 혼자이면, 할 일이 정말 많아. 진짜로 혼자가 되면, 할일이 많더라고. 그리고 푹 쉬기도 좋구. 

요즘에 안쉬고 일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언제 휴가가냐고 그러는거야. 그리고 괜히 뉴스에서 개근거지라는 말도 나오고 말이야. 해외여행 갈 돈이 없어서 휴가를 안가는 사람들을 개근거지라고 하더라구. 

 

근데 해외도 나이먹을수록 좋은데가야지 싸구려인데로 가봤자 몸만 고생하잖아. 물갈이도 하고 말야. 좋은데 좋은 호텔이나 리조트아닌이상은 해외여행 갔다고 할 수가 있겠어? 해외는 간거지만 싸구려 여행을 하고 온거잖아. 

그리고 그런돈 모아서 집 인테리어나 좀 바꾸고 청소나 하지 집은 엄청 드럽고 살기 불편하고, 세탁기도 별로고 건조기도 없고, 변기도 낡고, 화장실도 오래되서 더럽고 그런데 해외여행가버려서 돈 다 써버리면은 일년중에 고작 2주 정도 밖에서 놀자고 나머지 300일을 넘게 좁고 더러운데서 사는거야?

 

해외여행 갈돈으로 난방이나 펑펑 틀고, 에어컨도 펑펑 틀고 말이야. 집에 예쁜 욕조도 들여놓고 반신욕도 하고 그래야지 사는거지 평소에는 거지같이 살다가 일년 중에 일주일 정도 부자로 사는게 그게 말이되냐는거야. 

 

평소에는 사람들 틈에 엄청 끼여가지고 지하철타고 버스타고 다니면서 온갖 개고생을 일년내내 300일을 넘게 하다가 일년에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에만 비싼 비행기 타고 다니는게 그게 체력적으로 따져봤을 때나 안전이나 뭔가 감염위험이라든지 보안이랄지 성추행 위험이랄지 이런거 다 따져봤을 때 어디다가 돈을 쓰는게 낫겠어?

 

옷도 막 좀 이쁘게 입고 다녀야지 일년에 일주일 정도만 해변에서 화려하게 치마 입고, 나머지 300일은 추레하게 입고 다니면서 말이야. 

 

예전에는 해외여행가야지 하는 마음이 당연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거기 가서도 돈을 맘껏 못쓰니까 제대로된 여행을 못하고 오잖아. 그냥 가끔 주말에 국내 해변가에 가서 놀다오는게 더 마음 편한 것 같아. 일상이 단단해져야지 더 살아있는 기분이 들고 외롭지도 않더라구. 일상 속에서 내가 바쁘고, 해결할 것도 많이 챙기고, 인식하고 말야. 노력하고 공부하고 그래야지 왠지 일상시간에서 더 좋은 장소에 가게 되는 것 같아. 해외여행할 때나 갈법한 공간을 일상시간동안 그런 공간에 가게 되더라구. 

 

이번주에도 나는 또 결국에는, 쎄한 사람은 멀리하자는 결론과, 부담스런 사람한테 마음쓰지 말자는 결론과, 일상시간에 좀더 좋은 장소에 가고 좀더 좋은 음식을 먹고, 집을 잘 관리하기로 마음먹었지. 

 

오늘은 괜히 집에서 엄청나게 존재감있던 가전제품을 내가 혼자서 철거를 했는데, 오랫만에 전동드릴을 꺼내서 쓰는데 햇갈렸지만 점점 생각이 나면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철거를 해버리고, 두세번에 걸쳐서 분해한 제품을 내다 버렸지. 그게 없어지니까 괜히 집이 커지고 환해졌어. 

 

참..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인데 말야. 그냥 사람이 지나가고, 그냥 앉아있는데 마주치고 회의를 하는데 상대방이 보이고 하는 아주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순간이잖아. 그런데 어떤 사람은 상대방을 보면서 반해버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상대방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왜이리 바보같이 보이지 하고 왜 저런사람하고 같이 일하지 하고 짜증나기도 한다는걸 요즘 느끼고 있어. 전에는 그런게 안보였거든. 그러니까 사람이 신뢰감있어보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그런 이미지가 되어야하고 그런 능력을 갖춰야지만 되는거구나 싶은거야. 대화를 할 때도,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은 선의 유쾌하고 매너있는 대화를 해야지되는구나 싶은거야. 그리고 또 아무리 내가 막 여자야. 나이가 막 오십이야. 근데 술을 마셨어. 또 마시는거야. 회식에서. 근데 그 회식자리에 20대 꽃미남 남자 직원들이 세명이 넘게 앉아있어. 그러면은 내가 그 사람들 손을 막 잡고 그래야겠어? 괜히 안고 그래야겠어? 술김에 말이야. 그게 말이 되는 상황이야? 근데 반대 케이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거야. 당한 여자도, 한 남자도 말이야. 진짜 서로 마음에 들고, 같이 하고 싶고 그런 상황이면은 조용히 알아서 만나서 하겠지. 그렇게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만지고 그런게 정상적인 상황인건가 싶더라고. 

 

부자도 아니고, 앞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한데 무슨 여행이고 나발이고, 사랑이고 뭐고 간에 다 사치야, 사치. 괜한 오지랍떨면서 남한테 잘해주지 말고 내 갈길이나 잘 닦아내고, 개근거지근성으로 열심히 살자고. 국내 여행 다니면서 국내 자영업자 사업자 먹여살리는거지 개근거지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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