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여행을 가는게 너무 좋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작년에 집안 인테리어에 돈을 좀 쓰고 나서는 아.. 여행보다는 집안의 낡은 걸 바꾸는데 돈쓰는것도 여행보다 훨씬 좋은 선택일 수 있겠구나 싶은거야. 집은 엄청 꼬졌는데, 어디 호텔가서 한 삼일정도 있어봐. 그돈으로 집 벽지도 바꾸고 변기도 고치고 욕조도 고칠 수 있잖아. 집에서 매일 매일 시간을 보내는데 집에는 돈안쓰고 고작 며칠 밖에서 노는데에 돈을 쓴다는게 너무 아까운거야 요즘에는.
그리고 내가 볼 때에는 혼자 사는 것보다는 가족하고 같이 살면서 집안에 인테리어도 더 좋게 바꾸고, 더 넓고 좋은 집으로 다같이 가서 살고, 코스트코 같은데서 엄청 많이 저렴하게 사서 다같이 나눠먹는게 장기적으로는 이익인 것 같더라구. 뭐 고부갈등이니 뭐니 할 거 없이 다같이 살 수 있는 만큼 모여서 사는게 이익인 것 같아. 아무튼 이번에도 나는 여행대신에 가스렌지 후드를 바꾸는 걸로 퉁치기로 했고 오늘 설치를 다 마쳤어.
막상 설치하고 나니까 조금 비싸긴 해도 너무 만족스러운거야. 평소에 매일같이 요리하는데 후드가 고장나서 사용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바꾸니까 이제 환기 걱정은 없는거야.
전에는 몰랐는데 모여서 다니게 되면은 일단 식당에서도 다양한 메뉴를 시켜먹을 수 있잖아. 그게 장점이더라고. 같이 가서 말한마디 없이 먹더라도 먹는게 좋은 사람들은 모여서 먹는게 더 이익인 것 같아.
여기저기 내집없이 방황하며 옮겨다니는 사람들은 자기 공간에 진짜 있어야할 좋은 가구들이나 가전제품이 없으니까 인생자체가 임시직 알바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젊은 시절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너무 후회가 돼. 어릴 때 몇천이라도 있을 때 집사서 잘 가꾸고 살았다면 더 안정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왜 고시원이나 원룸 월세로 살려고만 했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그냥 오늘도 우리집에 멋진 식구가 하나 생겼네 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여행안가도 될 것 같아. 그냥 집에서 휴양지룩 원피스 입고 다니지 뭐. 바다 풍경 영상 틀어놓고 말이지. 난 도무지 이렇게 살다가 이동네 붙박이장이 될 것 같은거야. 집은 점점 좋아지고 말야. 원래 주말에 공부가 안되서 나가서 카페가서 공부할려고 했는데 작은방에 너무 잘 꾸며놔서 어디 가서 공부하기가 아까운거야. 그리고 회사 사무실에도 내가 딱 일하기 좋게 편하게 만들어놔가지고 한번 앉으면 엄청 오래오래 일할 수 있거든? 일할 때는 무조건 발받침이 있어야돼. 그래야지 허벅지 뒷쪽에 무리가 안가지. 그냥 신발 벗고 편하게 발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일하니까 너무 좋더라고.
왠지 내 집에서 사니까 좋은 점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 초대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이 나를 추억할 때 우리집까지 같이 떠올리는 것 같아서 좋더라구. 또 누구지 어떤 아이돌 노래 중에 "운전만해"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게 약간 여자는 항상 조수석에 타고, 남자는 운전하고 그런거잖아.
그게 결국에는 자동차딜러가 차를 팔기 위해서 날리는 영업멘트에 도움되라고 그런 문화가 조성되어있잖아. 여자친구한테 잘보이려면 좋은차 타셔야죠 이런 멘트에 도움되잖아. 나는 내가 내차 타고 다니니까 남자친구를 오히려 내차에 태우면 태웠지 남의차에 타본적이 없는거야. 운전하고 나서부터는 말이야. 그리고 또 괜히 남의 차를 타는게 부담스럽고 보험문제도 걸리고 해서 못타겠더라고. 오히려 여자들이 더 섬세하고 질서를 잘지키니까 처음에는 버벅일 수 있지만 나중에는 꽤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 결국 운전하는 것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더라구. 앞뒤옆차하고 신호를 주고받고 눈치보면서 간격도 유지하고 그래야하잖아. 약간 모성본능도 있으니까 왠지 119 지나가면 더 안쓰럽고 그렇고 말이야. 차를 타면서 경쟁을 한다는게 말이 안되지. 남 생각안하고 운전하는게 그게 내 앞뒤옆차면은 내가 어떤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거야. 얼마전에도 그런 차가 덤프트럭앞에서 끼적대다가 사고가 나더라고. 자기생각만 하면은 그렇게 되는거야.
독립적인 상태가 되는게 참 중요한 것 같아. 남한테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찾을려고 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
그렇지 못한 사람하고는 굳이 어울릴 필요도 없구. 오늘 후드를 설치한 기사아저씨가 처음에는 괜한 꼰대같이 행동할까봐 좀 걱정됐는데, 진짜 업무에 필요한 말만 하고, 절제력이 있으시더라고. 그게 매너지. 매너가 있는 사람이어야지 어른인 것 같아. 괜한 말을 하는 사람이 되면은 가벼워보이고 먼저 말걸기도 싫더라고. 말수는 적지만, 상대방도 자신도 즐거운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노력하고 유쾌하게 분위기를 조성할 줄 알아야지 어른이지 그렇지 않으면 왠지 헛 살아온 것 같아. 그 긴 세월 동안 그렇게나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유화시킬 기회가 없었던거야?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발견하지도 못할만큼 어떻게 살아온거길래 그렇게 된건지 모르겠는거야. 수십년동안 지속적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게 이게 가능한거야? 왠만하면 그럴 확률이 엄청 낮을 것 같아.
이상한 사람들로 둘러쌓여있을 때, 그러니까 집이 쓰레기로 가득찬거야.
그러면 청소를 해야지. 좀 당분간 몸이 힘들더라도 청소를 해서 더 낫게 만들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거는 성숙하지 못했다는 거지.
집이 드러운데 그상태로 계속 수동적으로 남이 청소하기만을 바라면서 사는거는 아닌 것 같아. 어린애같애.
요즘 경계선 지능 장애라는게 있다던데, 그게 그 사람들의 특징을 보니까 자기 줏대가 약해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 혹해서 잘못된 판단을 하기가 쉽대. 그게 사실 어릴 때는 그렇잖아. 경험이 없다보니까 다른 사람한테 휘둘리기가 쉬운거야. 근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경험이 생겨서 점점 거절도 잘하고 이상한건 멀리할 줄도 알고 그렇잖아. 근데 보면은 집에서 티비만 보고 핸드폰만 하고 있으면은 사람이 수동적으로 변하고, 관음증 환자같이 되어버려서,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사람한테도 이상한 얘기를 하고 스스로도 제대로 뭘 관리도 못하고 이상하게 하고 다니잖아.
나도 어릴 때 부모님이 나를 좀 챙겨서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끔 막 쇼핑도 하러 다니면서 옷고르는 법도 좀 알려주고, 나한테 어울리는 패션도 좀 어릴 때부터 배우게 하고, 사람들하고 대화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계속 알려주고, 성교육도 좀 시켜주고, 나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대해야하는지도 좀 배우고, 집에서 어떻게 청소하고 인테리어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세상에 어떤 아름다운 장소가 있는지 그런거 좀 같이 즐기고 그랬다면 내가 좀더 빨리 성숙해질 수 있었고 현명해질 수 있었을텐데 그런거 하나도 없이 방치되듯 자라오다보니까 그냥 순진한 애가 된거야. 무서운 것도 많고, 남한테 함부로 얘기하는 인기 없는 사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거지.
지금 나이가 이렇게 먹어가지고 좀 정상이 된 것 같은데 너무 짜증이 나는거야.
암튼 가스렌지 후드에 돈을 쓰게 된 것도 참.. 집안 공기 환기가 중요하고, 요리할 때 나오는 매연이 나쁘다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되다보니까 바꾼거잖아. 원래 고장났을 때 그냥 자연환기로 했는데 안되겠더라구. 뭐 알아야할게 너무 많아. 가만히 있기가 좀 그래.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만을 알기에는 세상은 너무 오만가지 분야로 가득차있는데다가 대충은 하나하나 뜯어서 살펴보질 않으면 순식간에 바보가 되고,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게 되는거야. 괜히 전문가라고 믿고 맡겨도 안됐던거야. 권위있다고 해서 그 권위를 무작정 숭배하면 안됐던거야.
그러니까 매일매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조금씩 의무적으로 읽는게 좋은 것 같아. 그리고 뭔가 불편한게 생기면, 왜 불편한지도 좀 분석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해결법도 생각해보고, 괜히 바보같지만 시도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했어.
또 아무리 바보같은 상황에 놓이고, 별로 같이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놓인다고 해서, 괴로워만 할게 아니고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분석하고 교훈을 얻는 시간이 갖는게 참 중요한 것 같아. 그래야지 다시는 그런 상황에 안놓일 거 아니야. 아니면 내가 오해를 했던 걸 수도 있으니까.
나도 참 처음에 점심에 당연히 밥먹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그걸 깨고, 밥안먹고 공부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그걸 버티고 그래서 습관으로 만든게 신기해. 아침에도 일찍 나와서 십분이라도 책읽는 시간 가진게 너무 대단한 것 같아. 집에서도 창틀 더러운거 보면은 깨끗히 닦아내려고 결심하는 것도 신기한 것 같아. 주말마다 이불이랑 수건 빨래도 하고, 요리할 때마다 가스렌지 깨끗히 닦는 습관이 생긴 것도 신기하다.
계속 좋은 습관을 가지고, 발견해서 내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들도 좀 해결했음 좋겠어. 다시는 그런 실수 안했으면 좋겠어. 괜한 투자를 해서 망한다던지 하는 참혹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자기만 알고, 자기 이익에 의해서 나를 휘두르는 사람은 어디 변방에 가서 조용히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 사람들이 잘되도록 도와주고, 상처받지 않게 해주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데에만 집중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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