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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야근시작

by 복gili 2024.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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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야근을 슬슬 시작했다. 

예전에 꽤 많이 했는데.. 그때는 회식도 자주 했던 것 같아. 

점점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이제는 코로나때 어떻게 살았는지도 기억이 안나. 

사람들하고도, 코로나때는 좀 같이 마주보고 얘기하는 것도 꺼림칙했는데 요즘은 괜찮아.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도 있고, 뭔가 답답함도 있고, 서운함도 있고 오묘한 기류에 휩싸이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어. 요즘에는. 

 

생각해보면은 너무 신기한게 그 무수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독 마음이 간다던지, 좀더 관심이 생긴다던지, 괜히 말걸어보고 싶다던지 하는 사람들이 있는거야. 그게 참 신기하지 않아?

 

어떤 사람은 아무리 바로 옆에 있어도 말한마디 안섞는데 어떤 사람은 저 멀리에 있어도 왠지 신경이 쓰이고, 궁금한거야. 

그게 진짜 신기한 것 같아. 그만큼 내가 평소에 좋게 보는 성향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거잖아.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도 매력을 갖추고 있어야지 누군가가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어하고, 스쳐지나가더라도 설레여하고, 잘 되기를 바라기도 하고, 도와주고 싶고 그러지 반대로 아무 매력도 없고, 나한테 다들 관심없어 보인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면은 미래에 더더욱 아무 인연도 생기지 않는다는거야. 

 

하여튼 예전에는 왜 내가 대충대충 살려고만 했지? 완전 일에만 집중했지, 저변의 일상을 이루는 아기자기한 것들에는 전혀 신경을 안썼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었어. 왜그랬는지 모르겠어, 아직도. 

 

어떤 영화리뷰를 봤는데, 내가 어떤 결정을 했을 때 그 결정의 경우에 수에 따라서 새로운 차원들이 생긴다는거야. 근데 그 차원중의 한 사람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서 거기 사는 사람하고 차원을 바꿔치기 해서 다른 삶을 산다는거야. 그것도 너무 신기한 개념이었어. 나는 매일매일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결과로 현재를 살고 있잖아. 근데 내가 과거로 가는게 아니라, 과거의 다른 선택을 한 또다른 나의 현재 세상에 가서 삶을 바꿔치기하는거야. 그 삶이 정말 만족할만한 삶인걸까? 왠지 실현가능한 상상인 것 같아서 더더욱 갑자기 겁이 나는거야. 만약에 그 선택을 지금의 내가 번복하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만약에 우리 아빠가 안아팠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만약에 우리 엄마랑 아빠랑 이혼을 안했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만약에 우리 엄마아빠가 결혼을 안했다면 둘은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어. 끔찍한 과거가 태풍처럼 한차례 지나갔고, 또 지금은 평온한거야. 게다가 내 일상은 단단해지고 안정되고 전보다 더 성실하게 살고 있어. 무언가가 나를 나락으로 끌어내리려 무진장 애를 쓰고 있고, 몇번이고 떨어져 죽을 뻔했지만, 결국에는 다시 평온해졌어. 그런데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면, 내가 또 그렇게 태풍에 휘말리게 되는걸까?

 

일단은 하지 말아야할 건 하지 않는다가 원칙인 것 같아. 사람들이 말하는 보편적인 원칙들 있잖아. 

가지 말아야할 금지구역같은데, 마치 무슨 51구역은 안가는게 좋다 이런거, 버뮤다 삼각지대에 배끌고 가면 안된다 이런 법칙있잖아. 

그런 말은 듣는게 좋은 것 같아. 

 

사람들이 다들 싫어하는 사람과 굳이 친해지려고 하는 것도 내가 상처받으려고 돌진하는 것과 같은거지. 

그리고 계속 의문을 품고 있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얼마전에 본 최면관련된 영화리뷰도 되게 좋았어. 최면을 건다는게 참 여러가지 방법이 있더라구. 

사실 최면에 걸리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대방의 말대로 내가 행동한다는 거잖아. 

근데 꼭 눈앞에서 주문을 외우고 그럴 필요도 없이 일상에서 끊임없이 똑같은 말을 사람들이 반복하기만 해도 아무리 잘못된 개념이라고 하더라도 익숙해지면서 친근해지기도 하고, 받아들이게 되잖아. 

마치 건강에 안좋은 음식들이 고급스럽고 세련된 광고 효과에 의해서 건강을 포기하더라도 꼭 먹어야하는 음식으로 둔갑하듯이 말이야. 

그렇게 나는 이제까지 살면서 수많은 최면들에 휘둘리면서 나를 망치면서 살아온 것 같은거야. 

그러니까 일상의 아기자기한 관리들에 소홀했던거지. 내가 매일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입고다니는 옷이나, 매일 덮는 이불이나 사용하는 가구나 내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가전에 별로 신경을 안쓰고, 술이나 처마시고 왠지 돈을 헛쓰면서 진짜 써야할데는 안쓴거야. 

공부도 제대로 안하고 말이야. 매일매일 악착같이 공부해도 시원찮은데 뭘 믿고 그렇게 놀았던건지 모르겠어. 

그걸 깨달은게 이렇게 나이를 엄청 처먹고 나서야 깨닫다니 이렇게 통탄스러울수가 없어. 너무 슬퍼. 

 

앞으로는 하루하루를 허투루 쓰지 말아야지. 내 시간을 정성스럽게 사용해야겠어. 

다른 사람의 시간도 정성스럽게 쓰고 그래야지. 

 

요즘은 지각을 한다는게 전혀 상상이 안되는거야. 예전에는 지각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지각을 하는게 이해가 안되는거야. 용납도 안되고 말이야. 그리고 회사에 옷도 대충 입고다니는 것도 좀 용납이 안되는거야. 그게 문화가 성숙해서 옷을 대충 입고 다녀도 된다는게 아니고,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숙하면 할수록 다들 더 매력적이고 예쁘고 아름답고 멋지게 치장하는데 시간을 써야하는거 아닌가 싶어. 엄청 비싼거는 아니더라도 그냥 아 저 사람 참 멋지다. 예쁘다. 깔끔하다 이런 소리가 나오게끔, 그 사람의 진면목이 나오게끔 스타일링 하는 게 성숙해보이는거야. 내가 요즘 보기에는 그렇더라고. 자기 멋을 아는구나. 어른스럽고, 어떤 조직을 대표하는 것 같고, 어떤 조직의 문화를 잘 반영하는 것 같고, 어떤 브랜드의 사람이구나 싶은 그런 스타일링을 할 줄 아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아. 그리고 약간 멋스럽게 입고 다녀야지, 어른들끼리 재밌게 노는게 가능하지 뭔가 저 사람은 애같고 사귈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게끔 한다고 해야하나? 나도 예전에는 너무 어리숙했고, 바보 같았어. 지금 생각해도. 중요성을 몰랐던 것 같아. 왜 그런지 모르겠어. 그렇다고 그때의 나에게 무턱대고 화를 낼 수도 없는게, 그냥 순진해서 그렇게 아무렇게나 산거잖아. 불쌍해서 아무 말도 못할 것 같아. 

 

하여튼 그냥 야근을 하게 됐어. 코로나도 끝나고.. 그리고 사람들하고도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하고 그러니까.. 그게 처음에는 뭔가 버벅거리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주고 받고 상처도 받고 그럴텐데 그렇다고 한들 계속 만나서 얘기하니까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거야. 더 어른스러워지는 기분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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