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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나무들의 커뮤니케이션

by 복gili 2024.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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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권에 살다보니까 운전을 하다보면 보이는게 꽤 초록색 식물들 뿐인거야. 전세계적으로 식물들이 은근히 많잖아. 

산도 보면은, 산을 식물이 뒤덮고 있잖아. 

 

세력이 인간보다 더 세면 셌지 절대 약하거나 뒤지지가 않는 것 같아. 

근데 또 보면은 나무들은 생김새가 뿌리도 있고 가지도 있는데 왠지 모르게 인간처럼 몸통도 있고 팔다리도 있는 것 같은거야. 가만히 있지만 계속 자라고 있잖아. 그럼 움직이는거 아니야? 그리고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얼마나 많은 화학작용을 하고 햇빛 중에서도 좋은 것만 골라서 흡수하고 그러잖아. 

 

이런 가만히 있어보이는 이 식물들이 사실 인간보다 더 우월한 존재가 아닌가 싶은거야. 

왜냐하면 인간처럼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느끼지도 않으니까 죽음에 대해서도 의연한 것 같아보이고 후손을 퍼트리는데에 열심히 활동하잖아. 은근히 경쟁도 하는데 경쟁한다고 해서 다른 종들이 보기에 불편할 정도로 그렇게 온세상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난장판이 되도록 싸우지도 않잖아. 그게 참 나보다 더 우월해보이고 어른스러워 보이는거야. 

 

그리고 너무 신기한게, 어떻게 땅 속에 뿌리를 내려서 자신을 지탱하고 그리고 하늘로 솟구칠 생각을 한걸까. 

식물이 원시적인 지구에서부터 생존해왔고 그렇게 진화하지 않은 존재들이라면, 그때 당시의 지구는 아무래도 엄청 빨리 자전을 하느라고 식물들이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느라 땅속에 뿌리를 내려서 지탱한건가 싶기도 하는거야. 

지금은 좀 천천히 도는건지도 모르지. 

우리가 뿌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이렇게 앉아있어도 미끌어지지도 않고 어디 굴러 떨어지지도 않는게 너무 신기한거야. 

 

요즘에 사람들하고 대화도 하고 밥도 먹고 하면서 하루하루가 은근히 빨리 지나가더라고. 근데 한편으로는 아.. 어떤 누구든지 간에 서로에게는 간격이 필요하구나 싶었어. 예를 들면은 어떤 사람은 같이 밥까지는 먹을 수는 있지만, 술을 마시면 안되는 사이가 있는거야. 왜냐하면 상대방이 술을 마시면서 보여지는 민낯의 어떤 표정들이나 하는 말들이나 생각들이 불편하더라고. 그러면 다시는 술을 같이 마시면 안되고 무조건 그냥 밥만 먹고 헤어지고 그래야겠지. 

사람마다 허용되는 범위가 있는거였어.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고 하더라도, 나하고는 맞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으면 그냥 그만큼만 다가가면 되는거였지. 

그리고 다들 살아온 나날들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일단은 다르면, 그냥 다른데로 안맞으면 안맞는데로 모른척하고 덜 다가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간격을 두는게 좋은 거 같아. 요즘 운전하면서 앞뒤옆 차가 나하고 어느정도 간격을 유지하는지 체크하곤 하는데, 어떤 차들은 자기가 급하니까 내 뒤에 딱 붙어서 오더라고. 근데 예전에는 그러면 기분나빠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내가 옆으로 이동해버리고 마는거지. 그러면 그런 차하고는 같이 안다녀도 되잖아. 사람도 마찬가진 것 같아. 싫은 사람하고 엄청 싸우기보다는 그냥 다른 사람하고 놀라고 양보해주는 것도 좋은거였어. 

 

싫은데 같이 지내야할 필요는 없는거잖아. 우리가 뭐. 왜 같이 지내야하는데??? 이렇게 땅덩어리가 넓은데 안맞는 사람하고 잘지내야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하여튼, 나는 그냥 요즘에는 안해야할건 안하는게 맞는거지 해야하는걸 하는데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기로 했어. 

나무도 보면은 가만있잖아.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게 진짜 맞는거였어. 나무가 너무 현명해보이는거야. 

 

우리 아빠 엄마도, 서로 그렇게 선을 지키면서 간격을 띄우면서 살았으면 싸우지도 않고 행복하게 나를 잘 키우면서 살았을거 아니야? 하지 말아야할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행복하고 효율적이고 현명하게 살았을까.

오히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면서도 술마시고 때리는 것보다도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고 술도 안마시고 안때리는게 좀 적적해보이기는해도 더 오래 편하게 같이 살 수 있었을거야. 

 

그냥 서로가 가장 원하고 잘하길 바라는거 한가지만 집중해서 연습하고 잘하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 근데 그렇지 못한거는 왜 그런걸까. 식물들처럼 발이 묶인 것도 아니고, 마음껏 움직일 자유를 가졌는데도 식물만도 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여기저기 자유롭게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좋은 것도 많이 배우고, 깨우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했어야지, 왜 그렇게 미련하게 싸움에 집착하는거야. 정말 이해가 안되더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이모양인것 같아.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데도 혼자 꿍하고 있게 되고 그게 혼자서 쌓여서 괴물같은 존재가 되는 것 같아. 

 

보면은 직장에서도, 분명히 자신과 잘맞는 사람들이 있잖아. 근데 나도 그렇고 사람들은 자꾸 자기랑 안맞는 사람들과의 기억에 사로잡힌채 분노하면서 일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요즘에는 내가 오히려, 아.. 자꾸 나랑 안맞는 사람들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기보다는, 그게 수동적으로 내가 가만있으니까 그렇게 되는거잖아. 그러니까 나랑 맞는 사람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녀서 그 사람들하고의 추억을 쌓고 그 사람들하고 어떻게든 일해야지 후회도 않고,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 안그러면은 가만히 있으면은, 별 희한한 인간 쓰레기들이 괴롭히러 오는거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게 내가 누굴 좋아하는건 이유가 다 있잖아. 그거에 초점을 맞추면은 다른거는 아무 생각도 안나고 아무리 옆에서 뭐라고 한들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는 것 같아. 길고 좁은 원통에다가 굵은 자갈을 넣고 그 다음에 작은 조약돌을 넣어야지, 작은 조약돌을 먼저 넣으면 굵은 자갈은 조금밖에 못넣잖아. 그냥 내 인생을 자잘한 가루같은 시덥지도 않은 일로 가득채우면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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