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나쁜 사람인 것 같다.
내 주변에 같이 놀 사람이 없단 말이지.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겠어. 그냥 어떻게든 한번 얘기했던 사람 중에서 좀 만만하다 싶으면은 다가가서 같이 차도 마시자 담배도 피자 그렇게 할 수 있잖아?
근데 나는 그뿐인건데, 상대방은 마침 이성이고 솔로라서 오해를 하는거야.
회사에서는 내가 먼저 차마시자 담배피자 말을 걸지만, 막상 나한테 술을 마시자고 물어보면 다른 사람이랑 마시라고 거절을 했단 말이다. 그런데도 자꾸 개인적으로 만나려고 하는거야.
그게 참 신기한게, 어떤 사람은 아무리 회사에서 친근하게 대하고 그래도 사적으로 절대 안만나려고 하는 사람이 있잖아. 근데 나는 그냥 심심해서, 회사 다닐 때 혼자 쉬기도 적적하고 하니까 같이 어울릴 사람도 없고 해서 어울리자고 다가간건데, 그거를 꼭 그렇게 막 의식을 하고, 혹해가지고 사적으로도 만나려고 그러더라고. 그런 사람들이 은근히 있는거야. 그래서 내가 혼자 다녔던거야, 그동안.. 생각해보니 그런거였어.
아니 너무 신기한게, 어떤 사람은 그렇게 회사에서 어, 마누라같이 대해도 사적으로 만날 생각을 안하던데, 왜 나는 그렇게 거절을 해도 기어코 사적으로 만나자고 그렇게 부담을 주는지 이해가 안되는거야.
그래서 이번 연휴에 만나자고 두번이나 뭔가 자기는 시간있다고 그러더니만, 내가 아무말 안했더니 그 다음날에 또 나한테 추석 때 우리 동네로 온다는거야. 그러면 밥 사줄거냐고 그러는거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하고는, 가만있었는데 이제까지 연락처도 몰랐던거야. 나한테 연락처까지 굳이 또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르쳐줬지.
근데 항상 내가 먼저 차마시자고 메신저를 보내는게 습관이 되다보니까, 이번에도 내가 먼저 연락할거라 생각했나본지 연락이 없더라고. 그래서 나도 연락안했더니, 그냥 그날은 아무일없이 넘어가버렸다.
그래서 내일 너무 어색해지게 생겼어. 그냥 같이 차나 마시고, 담배나 피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된건지 모르겠어.
내가 너무 괜한 말을 한 것 같아. 내가 잘못한 점이 있었어.
내가 그냥 처음에는 회사얘기도 하고, 욕도 하고 그러다가 계속 만나서 시간을 떼우다 보니 할말이 없잖아. 그러니까 어제 뭐했다 그런 근황토크도 하게 되었는데, 내가 요즘에 요리를 많이 하다보니까 요리한 얘기를 해줬더니 엄청 기대를 하는거야. 나는 나를 위해서 요리하는데 내가 마치 그 사람을 위해서 요리도 가능하다는듯이 플러팅한 것처럼 된거야.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말실수를 한거야.
아니 어떤 사람은 자기가 집에서 뭘하든지 말든지 다 얘기를 해도 절대 서로 선을 안넘더라고. 근데 나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아니 어떤 사람은 자기가 샐러드 재료 사다못해서 서로 나눠주고 그러기까지 하는데도 서로 선을 안넘는데 나는 왜이러는거야.
그러니까 뭔가 상대방이 기대하게 하면 안되는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또 실수한게 있다.
나 혼자 내뱉는 탄성이라고 해야하나, 추임새같은게 있는데 이게 되게 상대방한테 혹하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었던거야. 그때마다 막 혼자 웃더라고. 그래서 이런거는 안되는거야. 되게 점잖하게 할머니같이 말해야돼. 괜한 오해 받지 않기 위해서는 그렇게 했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너무 후회가 된다. 내일 나는 담배도 펴야되고, 오후에 음료수도 사마시러 가야하는데 같이 갈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이 괜히 상처를 안받았으면 좋겠어. 나는 진짜 너무 바보같이 상대방을 오해하게 만들었어.
하여튼 가끔 너무 피곤해. 늙어가지고 이제 흰머리도 나고 그랬는데도 이모양이야. 이래서 누굴 그냥 아는 사람으로서 사귈 수 있겠어. 그리고 말이야. 나보다 젊고 가진것도 많고 앞날도 창창한 그 여자들은 왜 또 그렇게 매력이 없는거야. 도대체 왜 그러고 다니는거야. 어릴 때 연애를 많이 해야할 거 아니야. 왜 그래가지고 괜히 가만있는, 그냥 같이 담배나 피고 차나 마실 사람이나 필요한 나라는 사람한테 시선이 가게 만드는거냐고. 나는 그렇게 빚도 많다고 그랬는데도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는거야. 하여튼 사람들은 가중치가 다들 다른가봐. 내가 생각했던 거랑 다르더라구.
아무튼 오늘도 저녁에 엄청 요리를 했다. 오늘 만든 요리는 소고기시래기된장국이다. 소고기 국거리하고 시래기하고 두부, 애호박, 마늘다진거, 파, 된장, 후추, 알룰로우스, 국간장을 넣어서 만든거야. 시래기가 부드러운 시래기를 팔고 있어서 오천원에 사왔지. 이제 절대 주변 사람들한테 내가 요리한 얘기 하지 말아야지. 쓸데없이 오해하게 만드니까. 아무튼 맥주랑 같이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어찌나 나는 왜이리 내 입맛에 맞게 잘 요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나를 위한 전용요리사같아.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요즘이야.
그리고 가끔 나는 왜 그렇게 해야하나 하면서 내 인생을 재편성하는 순간이 있어. 완전 화분분갈이 하듯이 다 뒤집어 엎는거야.
이번 추석연휴도 나는 가족을 만나지 않았다. 내가 막내라서 먼저 찾아다녀도 모자라지만, 예전에는 그랬는데 이제 안그런지 4년이 넘은 것 같아. 이게 참 비정상적이긴하지만, 한편으로는 맞는 것 같다. 가족이길 포기한 가족에게 굳이 찾아가는건 아닌 것 같아. 우리집 진짜 완전 파탄났기 때문이다. 아빠는 죽고, 엄마는 세번씩이나 결혼한 상태이고, 오빠는 데릴사위이기 때문에 남의 가족같고. 누구하나 내 가족이다 싶은 사람이 없는거야. 살아있는 두명다 가족이 아닌 것 같아. 우리 엄마는 내가 너무 어릴 때 헤어져서 남같이 느껴지기 때문이고, 우리 오빠는 살면서 너무 이기적으로 굴었기 때문에 그냥 남이야. 그래서 혼자 우두커니 추석으로 보낼 때가 많았지. 이런 심정을 몇번 담배피면서 얘기를 했더니 상대방이 내가 불쌍해서 만나줄려고 했던 것 같아. 근데 만약에 내가 상대방이었으면, 아무리 호감이 가는 존재여도 뭔가 선을 긋는 것 같아보이면 만나자고 막 그러지 않았을건데, 좀 불편하더라고.
아무튼 그랬지. 그리고 그냥 하루종일 잠을 잤는데 너무 힘든거야. 속도 안좋고.. 뭔가 하고 싶었는데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너무 밖에서 나돌아다녔기 때문에, 특히나 작년인가 제작년에는 주 7일을 쉬지도 않고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로 쉰다 싶으면 밖에 나가기가 너무 싫어진거야. 아무튼 그래서 그냥 속이 안좋은데도 잠을 자고 그랬던 것 같다. 이틀동안. 오늘은 외출했지. 그리고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일을 시작해야하는 때가 됐어.
정말 신기한게 예전에는 그렇게 가진게 없는데도 밖에서 그렇게 잘놀고, 집에서 공부도 열심히하고, 지하철을 탈 수 밖에 없는데도,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고 다녔어. 지금은 집에 온갖게 다 있는데도 귀찮아하고, 그냥 잠만 잘려고 하는게 너무 안타까워. 뭔가 의지가 확 꺾인 것 같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을 할 때, 내가 뭘해야할지를 알고 있어서 다행이야. 그간의 노하우가 축적되어서, 뭘해야할지가 계속 생각나니까 좋더라고.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생겼지만 그래도 좋은거지. 내가 할 일이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뭘해야할지 아니까. 그런 수많은 귀찮음과, 의욕없음과, 스트레스와,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바쁨 등에 치여서 사는거야. 매순간 갈등하면서 사는거지.
아무튼. 썸을 원하는 사람들은 말이야.
왜 자기가 매력이 없는지부터 탐구할 필요가 있어.
일단 성격이 안좋은거야.
성격이 너무 이기적이야. 그게 문제야. 그리고 말을 곱게, 예쁘게 하란말이야. 쓸데없는데 감정소모하거나 화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일단 좋은 소리만 하고, 감정표현은 나중에 돌려서 물어보듯이 하란말이야. 상대방은 그럴 의도가 없었을 수도 있잖아. 무턱대고 화를 내면은 그냥 실격처리되는거야. 성격이 일단 좋아야돼.
그리고 표정이 중요해. 표정이 밝아야돼. 표정이 이상하면 안된다구.
표정관리를 평소에 잘해야돼.
그리고 애처럼 굴지 말라고. 자기 내면의 어린애는 버려버리라고. 나이들었으면은 어, 필요없다구.
또, 이성한테 말이야. 신체적으로 어필할거는 어필하란말이야. 자신있는 부위는 좀 부각시키란 말이야.
그리고 옷도 어디 스텝입니다 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위장하려고 하지 말고 좀 매력적으로 입으란 말이야.
깨끗하고, 구김없게 관리도 하고, 향기도 좀 나고.. 향기도 막 엄청 심하게 막.. 강한거 말고 산뜻하고 은은한걸로 뿌리란말이야. 강한거 말고.. 산성제품같은 향수 말고.
그리고 평소에 관심있는 사람하고 차도 마시고 바람도 좀 쐬고, 산책도 하고, 그냥 스몰토크도 여러번 나누고 그렇게 하란말이야. 끙끙앓지 말고. 그리고 요리 잘한다고 꼭 어필하라고. 어제는 뭐 만들었고 오늘은 뭐할거다 이런거 계속 얘기하란말이야. 상대방이 희망을 갖잖아. 나는 몰랐지만.
왜 그렇게 안해가지고 흰머리도 많이 나고 있는 나한테 관심을 쏟게 하냔 말이야. 빚도 많은데 어떻게 하라고 나보고. 나는 지금 갚을 돈이나 신경써야한다구.
아무튼.. 사람이라는게, 한번 고삐를 풀면 얼마든지 헤픈 사람도 될 수 있고, 카사노바도 될 수 있고 그렇거든? 하지만, 헤프게 산다고 해서 좋은게 아니더라고. 어떤 인간관계든지 한번 오픈을 하면 끊을 때 너무 힘들더라고. 인간관계는 참 섬세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쉽사리 오픈을 하면 안되는 것 같아. 어디서 보니까 프랑스는 연애에도 인턴기간이 있다는거야. 아무사이도 아니지만 마치 애인처럼 할건 다하는데, 그게 몇년이 지나서 서로 인정을 해야지 공식 커플이 되는거야. 그전에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우리나라는 그게 될 수가 없잖아. 나도 그렇게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든거야. 우리가 무슨 사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나 하고 조금이라도 확신이 없으면 만나는게 참 힘들더라고. 근데 프랑스는 안그런데.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었어. 나라는 사람도 그런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건가? 그런 아량이나, 나라는 사람이 드디어 발전된 인류의 한 종류가 된 건가? 싶지만 아직도 보수적인 것 같아. 근데 어찌되었든지간에 인간관계는 한번 맺으면 끊는게 너무 힘들기 때문에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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