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가 두명이었다. 키워준 엄마와 낳아준 엄마. 입양된건 아니지만, 친척집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지. 근데 두명의 성향이 너무나 달랐어. 한명은 자기 세계관속에서 허우적대며 사는 착각에 빠진 사람이고, 나머지는 철저하게 현실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었지.
나도 여자라서 여자들이 도대체 누굴 롤모델로 삼아 살 수 있겠어. 엄마가 가장 큰 영향을 주잖아. 요즘의 시대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이 갖출만한 어떠한 것이고 나한테 영향을 준게 없는 사람들이야. 그냥 사회 루저였어.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아. 단지 잘한 점은 결혼을 안해서 붙박이처럼 루저가 되지 않은게 다행이고, 내 이런 패배자같은 모습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아서 다행이지.
요즘들어서 못난이 속에서 휩싸여 산다는 기분이 드는거야. 근데 그 사람들은 자기가 못난줄을 잘 모르는 것 같아. 항상 변명을 하고, 자긴 억울하다는거야. 근데 옆에서 하는 소리나 행동을 보며는 정말이지 절대로 앞으로도 성공은 할 수 없겠구나 싶게 살더라고. 나같은 경우는, 요즘들어서 하고 싶은게 없어져서 그런지 그냥 완전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어. 그리고 그런 못난이랑 어울리지 말아야지 하고 멀리하기도 하고, 그냥 혼자 있는게 편해.
하지만 이렇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혼자인 것처럼 지내는게 이게 맞는건가 싶기도 한거야. 그래도 이렇게 살아야지 안그러면은, 더 나까지 못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악취가 나는 공간에는 아무리 향수를 뿌려도 해결이 안되잖아. 그런 거였지.
이렇게 살거면은 빨리 죽는게 나을텐데, 왜 이리 인간의 수명은 더 늘어나는거지?? 오래 살아서 좋을게 하나도 없는데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어.
작년 마지막날에 저렴한 가격으로 뮤지컬 한편을 보게 되었는데, 왠지 회의적이었지. 예전에는 영웅은 칭찬받아야하고 존경받아야 마땅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은, 이세상이 너무 편하고 유연하고 관대하니까 나같은 루저도 태어난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사는게 너무 힘들고, 어른이 되는 것도 힘들고 그랬다면 내가 태어날 수 있었을까 싶은거지. 왜 내가 태어나가지고 내가 뭘하려고 태어난거지? 싶은거야. 이마트 가서 장보려고 태어난거야? 그것때문에 태어난거면은 그냥 프로그램 돌리면 되지. 아무 쓸모도 없는 인생 왜 태어나서 이러고 사는건가 새해부터 또 괴로워.
작년에는 그래도 마음을 열고 사람들하고 어울리려고도 노력하고, 잘해줄려고도 노력했는데 막상 연락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는거야. 나도 하고 싶지 않고. 이제 노력도 하지 않을거야. 전혀 기대가 안되더라고. 요즘 내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전혀 마음에 들지도 않고, 곧있으면 헤어질 사람들이라 아무 기대도 안해. 괜한 일 만들어서 갈등 만들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있어야지 그런 심정이야.
어디서 봤는데 어떤 분이 말하기를, AI가 나왔는데 정작 사람들이 집안일 하고 있고, AI가 창의적으로 그림그리고 있다고 하더라고. 원래 반대여야했는데 이렇게 되었다는거야. 이리저리 무능하고, 게으르고, 이런저런 추억때문에, 사회적인 억압때문에 감정에 휘둘리는 연약한 인간은 그냥 잡일이나 하는 노예로 전락하는 것 같아. 그리고 뭐, AI 개발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이게 하루종일 모니터 보면서 옆에 사람이 쳐대는 키보드소리에 짜증내하면서 하루종일 앉아가지고 고생이지 뭐.
누구하나 즐겁게 살 수가 없어. 돈을 쓸때에만 잠깐 즐거운거지. 돈이 많아야지만 행복한 세상이야.
그리고 돈으로만 행복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도 너무 그렇잖아. 어느순간까지 그게 지속이 되겠어. 지겹겠지 뭐.
나이가 들었으니, 전보다 열심히 살고, 헛소리 안하고, 대충이라도 상호존중하면서는 살거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해. 아무래도 나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들하고는 조금 다른게 어른들이 살라는데로 안살아서 자유도가 큰 인생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사는게 지겨운 수준까지 온거야. 다른 사람들은 가족친척지인들이 서로를 옭죄면서 이거해라 저거해라 이건 안된다 하면서 겨우겨우 하고 싶은 거는 일년에 한번 할까말까 이런 식으로 하니까 오래 오래 살고 싶은 사람도 많을텐데 나는 아니거든. 게다가 혼자니까 가족들하고 얽혀 사는 사람들하고는 다른 점이 자기가 어른이 되지 않으면은 먹고 사는게 안되기때문에 어린애처럼 굴 수도 없으니까 더 재미가 없어.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알아서 다 조율해서 일상에서 무리 없도록 조심하면서 살아야하다보니까 안정을 더 추구하는 경향이 생기더라고.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데로 살 수도 없는 상황인거야.
잠깐이라도 기분좋은 상상이라도 해보면은,
만약에 복권에 당첨되어서 요즘 시세로 거의 평균적으로 10억 정도가 당첨금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면 이제 일도 다 때려치고 왜냐하면, 내가 전혀 자긍심을 가질 수도 없고 주변 동료도 대충 돈벌려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하이에나같은 심정으로 살아있는 것 같지 동료로 같이 나아갈 만한 사람들이 아니거든. 게다가 비정규직이고 계속 새로운 일자리를 얻어야하니까 항상 불안해하면서 살아야하니까 피곤해. 일도 어떻게든 구해서 하게 되면은, 그때 상황이 안좋은데도 있고,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 상황에서 억지로 껴맞추듯이 해줘야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게 지식기반으로 하는 고급스러운 일인지 드러운데 청소하는건지 모르겠는거야. 그래서 당첨이 되면은 그냥 그게 10억이라 평생 먹고 살 수는 없다쳐도 그냥 이 일을 당장 때려치고 싶어. 그리고 농협에 빚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농협에 가서 당첨금 받는거잖아. 거기 가서 빚도 갚고 그러면은 또 얼마 안남는단 말이야.
내가 보기에 일을 한다는게 참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보면은 출퇴근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일이야. 어디든지. 그거 외에는 그냥 가서, 사무실 지킴이 하는게 다인거지. 나중에는 하루에 5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놀았으면 좋겠어.
출퇴근도 그냥 가까운데서 일해도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진짜... 이 자유경쟁이라는게 사람을 이렇게 출퇴근의 노예로 만들줄 몰랐지.
생각해보면은, 우리 엄마는 왜 결혼한걸까. 자기를 때리는 남자하고 왜 결혼한거야. 완전 잘못된 선택이잖아. 자기 배까지 찢어가면서 애도 둘이나 낳아줬는데도 왜 맞는거지? 누가 이세상에서, 자신을 위해서 후세를 자기 배까지 찢어가면서 낳아주겠어. 매일 무릎꿇고 모시며 살아도 모자를판에 우리 아빠라는 작자는 그렇게 여럿의 인생을 조져버린거야. 나는 그 엄마의 안목이 마음에 안들어. 근데 내가 반이나 닮은 상태잖아. 왜 그런지 알겠어. 상대방을 너무 이해해주고 착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한게 잘못된거야. 그게 배려심이고, 사회생활할 때 기본 매너잖아. 근데 대부분은 그런 매너가 없는 사람들이 성공하잖아. 자기를 괴롭히는데 무슨 매너를 차리냐고. 나도 내가 이기적으로 굴 때가 있었는데, 완전 냉정하고 영악하게 행동했는데 그때 제일 잘 된 것 같아. 지금은 괜히 그러지 말아야지 했더니만 나만 피곤한거야. 역시 그렇게 살아서 좋을게 없더라고. 악인은 악인으로 살아야지 계속 살고나 싶어하지, 괜히 이렇게 살면 나빠 하면서 고치려고 했더니만 지금의 나처럼 아무 의욕이 없는 상태가 된 것 같은거야.
아무튼 복권이 된다고 해서 어디 여행도 가고 풍족하게 살고 그러고 싶지는 않아. 그냥 내가 하고 싶은거는 그거야. 우리 동네에 서점이 없어. 서점을 만들고 싶어. 돈이 있으면은. 서점도 만들고 그옆에다가 백반집도 만들어서 매일 거기서 밥먹을거야. 밥먹고, 서점가서 책읽고 사람들한테 책읽는 공간도 제공해주고 그래야지. 그래, 카페도 작게 만들어서 나도 커피 내려 마시고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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