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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우리집 거미

by 복gili 2024.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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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재활용품 버리다가 여름이었는데, 말벌이 막 거기서 뭔가 달콤한게 있는지 플라스틱 모아둔데를 날아다니고 있는거지. 근데 그 말벌이 나를 자꾸 따라오는데 딱히 공격하려고 온다기보다는 신기해서 따라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날 꿈을 꾸는데, 꿈의 시간대는 새벽이었고 안개가 좀 있었고 하여튼 세상이 수분기가 가득했다. 그 상태에서 내가 마치 그 벌처럼 어떤 높은 산을 날아서 올라가가지고 어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부드럽게 안착을 하는거야. 그리고 그 숲길을 걷는 꿈을 꿨다.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이 벌들은 그렇게 사는구나. 걔네들 입장에서는 세상이 다 거대하다보니까 근데 또 날라다닐 줄도 알다보니 자기가 원하는데로 다 돌아다니면서도 얼마나 풍경좋은데만 골라서 다닐 수 있고, 그걸 여유롭게 즐길 수도 있을까 싶은거야. 운이 안좋아서 잡아먹히기는 해도 살아있는 동안은 그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게 부러웠다. 

 

우리집에는 바퀴벌레는 본 적은 없는데 거미가 사는 것 같더라고. 큰 거미는 창문 밖에서 살고, 작은 거미들이 집안에 사는 걸 몇번 본 적이 있다. 큰 거미는 내가 베란다에서 화목난로를 트느라고 창문을 열어놨더니 안으로 들어왔길래 집게로 집어서 밖에다가 놔줬지. 근데 징그럽긴 한데, 나한테 해를 끼치려고 오는게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 들어오는 기분이 드는거야. 

 

그러니까 죽일 수가 없었다. 

 

작년에는 차에서 내리는데 백밀러라고 해야하나 거기에 큰 거미가 붙어서 거미줄로 자신을 매단 채로 위태롭게 내가 운전하는 동안 같이 타고 온거야. 얘도 드라이브 하고 싶었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그래서 그냥 핸드폰으로 휘휘 저어서 바닥에 내려줬다. 

 

여름마다 창문 밖에는 큰 거미가 거미줄을 좀 크게 쳐서 벌레들을 잡아먹는데, 워낙 벌레가 많다보니까 다 못먹겠는지 도시락처럼 벌레들을 싸놓은거야. 근데 가을이 되어서 이제 철수하는데, 그 도시락들은 끝까지 안먹고 놔두고 가서 너무 짜증이 났다. 너무 흉물스럽게 말이지. 막대기에 휴지를 감아서 그 흉물스런 거미줄을 다 치웠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왠지 나한테 주고 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월세 내는 그런 느낌으로?

 

 예전에 내가 일할 때, 그때 월 이백얼마 받는데 돈을 아껴야하잖아? 그래서 점심으로 천원짜리 편의점 김밥 엄청 얇은게 있었는데 그걸 먹고, 집에도 걸어서 가고 그랬던 것 같아. 근데 내가 좋아하는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랑 커피 사마시러 가는 그 오전 시간대가 너무 좋았어. 각각 계산해서 겨울에 2천오백원짜리 따뜻한 라떼를 사서 계속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사무실로 오고 그랬는데, 나는 그 언니가 나한테 커피를 사주지 않아도, 점심을 사주지 않아도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그냥 같이 있는 시간이 좋았다. 지금도 생각나고, 같이 웃으면서 얘기하던 그 시간이 추억이 되었지. 직장인이다보니까 동료한테 굳이 사줘야하는건 아니고, 그냥 각자 사먹으면서도 서로 같이 얘기를 하는 그 시간이 중요한거지. 

 

그래서 내가 시니어가 된 지금은 가끔 사주기는 하지만, 너무 그런걸 바라는 것 같은 사람은 멀리하게 되는 것 같아. 자연스럽게 말이야. 나도 어릴 때 안그랬는데 왜 쟤는 저러는걸까 싶은거야. 

 

그리고 나한테 밥사주고 술사주고 차사주고 그러는 남자선배는 결국에는 같이 한번 자보려고 그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굳이 그런거 안바란다. 사람들도 얘기하는거 들어보면, 다 그거야. 그래서 내가 샀다. 하지만 걔는 안샀다. 다시 같이 밥먹거나 차마시는건 부담스러워졌다. 그런 식의 생각들은 다들 하는 것 같더라고. 

 

거미도 말이지. 결국 나하고 상생관계잖아. 우리집에 붙어사는 대신에 내가 싫어하는 벌레들 다 잡아먹어주잖아. 그래서 내가 안죽이고 가만 냅두는거지. 뭔가 서로 같이 있으려면 각자의 역할이 분명히 필요한 것 같다. 

 

예전에는 순진해서 나를 싫어하고 내가 그만둬줬으면 하는 그 사람들한테도 잘해주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그런 사람 있으면 나도 아무 도움도 안주려고 최선을 다하는 거 같아. 하는 행동들을 잘 봐서 그 사람들한테 똑같이 해주려고 노력한다. 

한편으로는, 조직생활하는게 너무 불쌍한 것 같아. 나라는 사람말이야. 안그래도 투자도 번번히 실패하고 빚도 몇억이나 갑자기 생겨버려가지고 힘들어죽겠는데, 회사에다가 뭐 굳이 차사주고 밥사주고 그럴 필요가 없잖아. 나한테 해주는 것도 하나도 없는 사람한테 말이야. 

 

어떤 사람은 부모님 잘 만나서 편하게 사는데 나라는 사람은  엄마가 다섯살인 나를 버리고 도망을 가질 않나. 아빠는 술쳐마시다가 뇌졸증걸려서 반신불수 되어가지고 평생 자식 병수발 들게 만들질 않나. 동사무소에 가서 불쌍한 사람 취급받으면서 식권같은거 받으러가게 하질 않나. 그렇게 못사는 사람처럼 살게 만들거면은 왜 결혼들을 해가지고 자기 자식을 사회에서 인간쓰레기 취급을 받게 만드는지 모르겠는거야. 

결혼시장에서 허접한 인간쓰레기 취급이나 당하게 만들고 말이지. 

아무튼 그러니까 혼자 살 수 밖에 없지. 아무리 나한테 관심을 표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도 자세히 뜯어보면 별볼일 없고, 그 자신도 못났으니까 같은 못난 사람 찾다가 만만한 나를 발견해서 어디 규칙적인 창녀나 집에서 하인처럼 부려먹을려고 집적대고 말이지. 그런 창녀와 하인 역할이 필요해서 말이야. 

 

그런 생각하면은 정말 얼마전에 자살한 사람들처럼 나도 자살하고 싶은거야. 뭐 별볼 일 없는 인생한테 뭐가 남았겠어. 

일도 그냥 하기는 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 보고 있으면, 나보다 선배인 사람들은 진짜 이기적이어서, 뭐 뜯어먹을거 있나 없나만 생각하지, 베풀고 그런거 하나도 없어. 그 사람들도 얘기 들어보면, 자기 자신의 못난 인생에 대해 연민을 가진채로 타인에게 전혀 베풀지도 않고, 자기만 피해받았다 생각하고 있더라고. 그러니까 일하는데서 사람을 사귈 수가 없는거야. 다들 실패자만 모여있는거 같아서 말이야. 

 

돈을 벌어도 내돈이 아니고, 다 빚갚는데 쓰게 되고.. 고시원살 때는 너무 감옥같은데 갇혀서 내 일상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너무 끔찍했다. 요즘 드라마들이 다 그런거잖아. 신입사원인데 사실 재벌집 아들딸이어서 회사는 그냥 취미로 다니고 연애나 하고 편하게 사는거야. 너무 부럽더라고.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젊을 때는 열심히 공부하고 힘들게 살아도 다 좋은 추억인거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게 뭐야.. 병신같은 현실에서 괜히 태어나서 굳이 힘들게 살아야하는 숙명을 타고난 거잖아. 굳이 태어나서 말이야. 어른들이 애 낳아야하는게 당연한거라고 몰아붙여서 어쩔 수 없이 낳아가지고 말이지. 

옷도 비싸고 재질 좋은거 막 엄청 신경써서 고를 여유도 못갖고.. 취미활동할 시간도 돈도 없고 말이지. 

 

 

자기가 멋져질 여유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인생 흐름에서 사람들이 해야한다고 암묵적으로 약속한 것들을 수행하느라고 돈 다쓰고 힘다쓰고 말이야. 

 

요즘 피아노 배우니까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이런 걸 배울 수 있는 여유를 갖추려면은 남들이 생각하는거 다 하면 안되는거야. 

집이 잘사는 집이 아닌 이상은 남들 하는거 하면서 배울 수가 없겠더라고. 

나이들어서 말이지. 

평생 남의 밑에서 노예처럼 부림당하면서 살아도 자기 밥그릇 못챙기는 무능한 사람이 되면은 더더욱 여유가 없는거야. 

오늘은 어떤 사람이 나한테 잘지내요 하고 문자를 보냈는데, 저장이 안된 번호라서 누군지 모르겠더라고. 근데 왠지 연락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만한 사람도 아닌 것 같아서 답을 안했지. 

 

어릴 때는 멋모르고 엮였을테지만 요즘은 안그러게 되더라고. 나라는 사람도 누군가한테 이렇게 아무 가치도 없는 사람이 되는게 싫어. 그러니까 나도 괜히 먼저 다가갈 마음이 없어.

 

 

그러니까 공부를 하는 것 같아. 내가 할 수 있는게 그거밖에 없어. 괜히 태어났기 때문에 말이야. 그리고 술을 마시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도 없구, 그 사람들은 말이 계속 바뀌는 것 같아. 마음도 약하고 말이야. 생각도 폭넓게 하지도 못하는게 인생 전반에 걸쳐서 술을 마시는데 시간을 허비해서 그런지 경험도 별로 없고, 아는 것도 없는 것 같아. 술을 마시면은 그 시간뿐만 아니라, 그 다음날도 힘들어서 뭘 못하잖아. 그리고 자기 의지대로 하는 말도 아닌 것 같고 그냥 뇌안에 어떤 기생충들이 시켜서 행동하는 것 같아. 절제력이 없는 사람을 가까이 해봤자, 나도 똑같이 절제력이 없어질 뿐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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