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그랬어. 나도 내가 암것도 아니고, 노력도 안하고 대충대충 하고 살 때는 주변에 나보다 더 멋지고 나보다 잘사는 것 같은 사람있잖아. 그런 사람 중에 워낙 성격이 좋아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한테조차도 친절한 사람들한테 반해서 친해져야지 하고 쫓아다녔던 것 같아. 남자고 여자고 말이야.
근데 그때 나는 나를 멋지게 만들기 위해서 아무 노력도 안했던 것 같아. 아니 했어도, 그게 제대로 된 노력이 아니었어.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한테 뭔가 선물을 사주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그 사람들이 나한테 더 베풀고 그랬던 것 같아.
지금 나이들어 생각해보면, 어쨌튼 부자도 아니고 아무리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서로 주고받으면서 지내야지 한쪽만 일방적으로 베푸는건 말이 안되는 것 같아. 그럴거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다가 기부를 하는게 맞지. 일방적으로 베풀어야한다면 말이야.
오히려 못난 나한테 화를 내면서, 내가 왜 못났는지 막말하고, 무시하는 사람이 더 나한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왜 나를 싫어할까. 아.. 그 이유 때문이구나 하면서 그때 당시에는 상처를 받아도 점점 나아지는거야. 그래서 요즘에는 일단 전과 달라진 점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먼저 다가가거나 쫓아다니지 않는다는 거다. 차라리 내가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이 있으면 부담안되는 선에서 좀 도와주고 마는게 그 사람을 위한 거였어.
또 이런 것도 있지. 누군가 나한테 다가오는데, 물론 누가 나한테 다가오면, 외롭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긴 하지만, 그 사람이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을 뿐더러, 나와 다른 점이 너무 많으면 어울려도 속이 뭔가 답답하고 갈등에 휩싸이게 되는거야. 그러면은 아무리 심심하진 않아도 안만나느니만도 못한 상태가 되는거니까 그냥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거리를 두는게 좋았던거야. 그 사람은 당장은 예전의 나처럼 상처를 받겠지만, 자기자신을 좀 돌아보고 더 나아지거나 아니면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아 떠날 수 있잖아.
외롭지 않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는건 독인거였다. 배고파서 싸구려 정크푸드 먹는 그런 느낌이랄까.
매일 정크푸드를 먹으면 암걸리잖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충 겉으로만 잘지내는 척하는 것도 요즘 해보고 있다. 속으로는 아무 생각없는데 말이지.
그런데 그렇게 되면은, 오히려 상대방이 점점 내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자신과 그렇게 잘 맞는 사람은 아니구나 하고 그 사람이 점점 거리를 두는 것 같더라고.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서로 잘 안맞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일방적으로 잘지내야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길래 내가 억지로 그냥 맞췄줬거든? 근데 대화를 떠올려보면 은근히 뼈있는 말을 내가 너무 많이 한 것 같은거야. 그때 당시에는 웃으면서 지나가더라도 상대방이 왠지 곱씹고 있다가 자신을 바꾸고 그러더라고.
하여튼 센스가 있는 사람은, 주고받기를 참 잘하는 것 같아. 상대방이 뭘 주는구나 그것도 잘 캐치하고, 그럼 나는 뭘 줘야하나 그런 것도 잘 선별할 줄 아는거지. 그런건 평소에 대화도 많이 해보고 사람을 좋아해야지 터득할 수 있는 건데, 그 경험이 부족하면 점점 소외되는거야.
예전에는, 내가 나자신을 꾸미고 가꾸는데 아무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외로울 땐 혼자 너무 몸서리치게 외로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때는 원룸에서 살아서 내 공간이 너무 없고, 소지품도 별로 없어서 그랬기도 했고, 혼자 있을 때 뭘해야하는지를 몰랐던 것 같아.
일단은 요즘에는 씻을 때도 어찌나 시간이 오래걸리는지 몰라. 머리 감는데도 시간걸리고 머리 말리는데도 시간걸리고, 화장품 바르는 것도 섞어서 발라야하질 않나 하여튼 뭐 하나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외로울 겨를이 없다. 그리고 요리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장보는 것도 매일매일 뭐살지 혼자 궁리하다가 사는거라 머리속이 항상 바쁘고, 악기도 배워야해서 틈틈이 연습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또 일할 때도 정성껏 만들려고 하다보니까 공부할 시간도 필요하고 해서 바빠 그냥. 누군가와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었던거지.
매 순간순간 나는 뭐든 만나고 있었던거야. 근데 어릴 때는 그걸 외면했던 것 같아. 무신경하기도 했고 개념도 없었어. 정성도 부족했지.
또 이런 것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일단 만나보고, 뭔가 서로 안맞는다 싶으면 거리를 두는거야. 근데 좋았던 기억이 있으니까 그 추억을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면서 사는거야. 그것도 참 나쁘지가 않은거야. 좋아하면 꼭 내 곁에 둬야한다는 절대적인 법칙은 없는거였다. 그냥 그런 사람은 또 언젠가 어떻게든 만날 것이고, 그때까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시간을 갖으면 되는 거였다.
일도 마찬가진 것 같다. 아무리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더라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시간을 보내다보면 결국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변해간다는거야. 왜냐하면 내 입지가 점점 커지면서 내가 원하는데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든다고 계속 욕만 하고 투덜대고 점점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안하고 있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어지는 것 같아. 그만둬야지만 해결되는거지.
내가 웃을 수도 없고, 아름다움도 추구할 수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 수가 있겠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거야. 게다가 초라해진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을테니까 말이지.
나한테 함부로 하는 사람하고 잘지내려고 억지로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멀리하면, 뭔가 해결되는 것 같다. 남한테 함부로 하는 사람한테 잘해줘봤자 그 사람은 고마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다른 식으로 괴롭히거나 더 많이 나를 이용할 생각만 하더라고. 하여튼, 내가 진짜 마음에 들면 내 의식이 말려도 무의식이 알아서 쫓아다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외로워서 누굴 사귀는거는 말이 안됐던거야. 그건 너무 이기적인거지.
요즘에는 빚도 많고 돈으로 베풀 수가 없는 상태다 보니까, 말이라도 잘해야겠구나 싶은거야. 좋은 얘기라도 해주고, 잘 들어주고, 칭찬도 해주고 그러면서 약간 몸으로 떼우는 느낌이랄까. 그런 식으로 살고 있다. 전에는 밥도 사주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큰 출혈이다보니까 그렇게 되었지. 오히려 이렇게 없이 사니까 더 괜히 바쁜 것도 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들과 얘기도 더 많이 하게 되고 말이지. 대화를 하면서 내가 평소에 오해도 많이 하는 구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혼자 가만있으면 괜한 착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근데 대놓고 같이 얘기를 하면 오해가 풀려서 좋은 것도 있었다. 전에는 사람들한테 하도 휘둘려서 왜 이렇게 됐지 하면서 하루에 말 열마디만 해야지 하고 묵언수행을 몇년을 했는데 말이야. 그러고나서 사람들한테 집착하는게 사라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기대치가 사라져서인지 요즘에는 휘둘리질 않는다. 휘둘린다고 하더라도, 점점 잘 빠져나오게 되었어. 그게 절대적 법칙이, 먼저 다가가진 않는다 그거거든. 그러니까 좀 휘둘리는게 현저하게 사라졌지. 그리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이것도 있어. 결국 사람은 뭐든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줘야하는 그런 관계야. 똑같은걸 돌려준다기보다는 그만큼의 정성은 필요한거지. 그 사람이 베푼 보람이 있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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