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야근이 너무 당연했거든? 이상하게도 그때는 힘들지도 않았어. 야근을 열심히 했었어.주말에도 나오라고 해서 주말에도 나갔어.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가지고 논건데 말이야.
야근을 하면 말이야. 야근식당에서 밥을 공짜로 먹을 수 있거든? 그게 다야. 야근수당은 없는거야. 몇천원 밥값 받자고 야근하는거야.
그리고 막상 야근하잖아? 다음날이 힘들어.
다음날의 에너지가 고갈된채로 계속 그렇게 일하면 어떻게 되는줄 알아? 주간에 일을 하는게 힘들어. 너무 피곤해서 일을 못해.
그러면 뭐겠어. 야근하는게 무의미한거야. 주간에 열심히 하는게 맞는거지.
근데 왜 야근을 하라고 하겠어. 주간에 일을 열심히 안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야근까지 하라는거잖아.
보니까 낮에 막 술을 마시고 오더라고. 진짜 놀랬잖아. 옷도 후질근하게 입고 오고 못생긴 주제에 낮술까지 마시는데다가, 일도 제대로 못해?
근데도 붙어있는게 신기한거야. 겉으로는 아침에 일찍오고 밤에 늦게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낮에 술을 마시고, 어린 여자애한테 모르는거 계속 물어보면서 개발하는게 그게 사람이 할 짓이야?
존나 한심하더라고.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야근하라고 하지.
그런 사람들이 주류인 곳이니까 주간에 일을 안하니까 야근해서라도 하라고 하는거지.
그리고 한번은 식당에 따라갔는데 어떤 오십대 아저씨가 있는데 내 옆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서 뭐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하면서 자꾸 자기 오피스텔 호수가 몇호라고 계속 반복해서 얘기하는거야. 그러니까 결혼해가지고 애도 있는데 그렇게 일할라고 밖에 나와서 회사 근처에 혼자 살면서 외롭잖아. 그러니까 괜히 옆에 있는 여자한테 치근덕거리는데 그렇게 호수를 얘기하는거야.
그러면은 내가 야근을 해야겠어. 말아야겠어? 위험해서라도 하면 안되겠지?
야근해봤더니, 너무 피곤한거야. 몸도 마음도.. 하루종일 앉아있잖아. 다리 아프다고.. 다리 저리다고.. 근데 거기다가 몇시간을 더 얹어서 앉아있으면 의자병걸린다구..
첨에는 눈치보여서 할려고 하다가, 막상 몇번해보니까 능률도 안나고, 괜히 누가 오피스텔 몇호 사는지도 알게 되고 그러니까 더 야근하기가 싫은거야.
왜 야근을 해야할정도로 일이 많은거지 싶은데, 나는 없는거야. 일정도 잘지켰다구. 그냥 눈치본거지.
진짜로 야근을 해야할 지경이면은 이렇게 몸이 힘든지도 모르고, 누가 오피스텔 몇층 몇호에 사는지도 모르고 집중해서 해야할 일만 보였을텐데 그리 바쁘지도 해야할 것도 없다보니 이렇게 온 세상이 나에게 야근하지 말라고 방해를 하는 것 같더라고.
주간에 미친듯이.. 막 그린데이 드러머가 드럼치듯이 일을 하면은 되는거 아닐까?
집에와서 해야할 것도 많고 해서 공부도 해야되지 집안일도 해야하지 밥도 먹어야되지, 씻어야하지 머리도 말려야하지 화장품도 바르고 말이야. 운동도 해야지 얼마나 할게 많은데 말야. 회사에 잘생긴 사람도 단한명도 없는데 이참에 완전 집중해서 일 열심히 할 수 있잖아. 이상하게 내가 일하는데에는 잘생긴사람이 단한명도 없더라구. 왜그런지 모르겠어. 다 어디 처박혀서 누가 가둬놨나봐. 못생긴 사람들이 잘생긴 사람들 다 감옥에다가 가둬놨나봐.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한명도 없을 수가 있어?
그래서 일이 이렇게 잘되는거야. 한눈 팔게 없거든. 내일부터는 더 열심히 일해야지. 한눈팔게 없잖아.
그리고 저녁에 야근할거면은 피아노를 치란 말이야. 차라리 스트레스라도 풀어야지.
아니 무슨 샤넬 백이라도 하나 사주면서 오피스텔 몇층 몇호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몇층 몇호면은 뭐야.. 거저 먹겠다는거야?
그렇게 인생이 쉽사리 흘러가는 줄 알았으면은 이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웠겠어. 야근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자기 몇호 산다고 말하는거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더라구. 그만큼 덜된 사람이니까. 옷도 매일 똑같은 것만 입고 다니더라고.
왠지 별로인 사람들, 뭔가 쎄한 사람들은 멀리하는게 맞는거야. 맞는거였어.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요일 아침에 늦잠잘 때 느끼는 시간의 상대성 (0) | 2024.05.12 |
---|---|
외롭지만 주변에 만날만한 남자가 없는 이유 (0) | 2024.05.11 |
누구라도 내 밑에 있어야한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을까? (0) | 2024.05.05 |
옆에 앉은 동료와 인사도 안하고 말도 안하는 이유 (0) | 2024.05.04 |
이탈리아와 로로피아나 (1) | 2024.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