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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요리의 힘

by 복gili 2024.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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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 매일 매일 요리를 하니까 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하기도 하면서 빨리가기도 하고, 일단 어디 가서 밥사먹을 돈은 아끼는 것 같아. 재료비가 좀 들기는 하지만 진짜 내가 먹고 싶은데로 먹다보니까 좋은 것 같아.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도 그렇고 나도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잖아. 이렇게 못생기고 가난한 사람인데다가 무능해서 프리랜서 개발자나 하고 있는게 이게 제대로된 사람인거는 아니잖아. 나같은 패배자가 누굴 좋다 나쁘다 평가하겠어. 이런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편하더라고. 

 

그러니까 매사에 이기는 상황에 놓이는게 좋은건 아닌거야. 나란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닌데 굳이 이겨서 뭐에다 쓰겠어. 그냥 가끔 샌드위치를 좀 넉넉히 싸서 회사에 가져가서 보이는 사람 몇명에게 나눠주곤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을 때 기분이 좋더라고. 

 

오늘도 김치찌개도 하고 리조또를 만드는데 덥고 피곤했고, 설거지도 많이 했지만 가만히 누워서 잠이나 자는 것보다는 낫지. 냉장고가 소분한 유리용기로 가득차있는거야. 요즘 유튜브에서 어떤 여자분이 가족들을 위해서 샐러드도 만들고 파스타도 만들고, 리조또도 만들고 해서 그걸 다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가족들이 먹고 싶을 때마다 챙겨서 먹는거야. 참 좋더라고. 먹고 싶을 때마다 요리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요리를 미리 소분해서 저장해놓고 먹는거 말이야. 나도 그래서 오늘 요리를 두개나 한거야. 

 

 

그리고 고기나 샐러드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가 생기는데 거기다가 흙 붓고 이것저것 심어놨지. 유달리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서 잘자라는 것 같아. 전에는 매번 물을 잘 못줘서 시들다가 죽거나,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썩어서 죽거나 했는데 점점 잘자라기 시작했어. 큰 책상 위에서 점점 살아있는 식물들이 가득차고 있어. 

 

무언가가 자라나는걸 보면, 씨앗부터 천천히 싹트는 걸 보고있자면 얼마나 여리고 소중한지 모르겠어. 근데 또 한편으로는 왠지 얘는 곧 시들 것 같다 싶으면 가차없이 뽑아버리곤 하지. 

 

사람들하고 지내는게 너무 피곤해. 왜냐하면, 내가 건강하게 반응을 안보이고 그냥 곧 안만나겠거니 하고 회피해버리다보니까 불편한거야. 같이 있기가. 근데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뒤덮는게 요리이기도 해. 요리를 해서 이것저것 싸와서 나눠먹으려고 하다보면 뭔가 공짜로 퍼주기 바쁜 바보같은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내가 속으로 품고 있는 여러가지 불만들이나 불편함, 예민함이 좀 무뎌지는 것 같아서야. 그냥 같이 맛있는거 먹고 즐거워할 수 있는 동료일 뿐이야 하고 이제까지 느꼈던 예민한 감정들을 좀 떨쳐내는 것 같아서 좋아. 

 

뭐든지 먹는거는 참 즐거워. 맛있는걸 맛있게 먹는거는 누구나 다 똑같잖아. 그런데 내가 요리한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다는건 더 좋더라고.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이 나하고 어떤 일이 있었든지 간에 지금 같이 나눠서 먹을 수 있는게 좋은거야. 

그런데 사실은 그런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은 별로 없더라고. 조직내에서. 왜냐하면, 다들 너무 냉정하고 먹고 살기 바쁘고, 이기적이고, 밥그릇이 중요하고 그렇다보니까. 경쟁관계에 있다보니까 요리를 나눠먹는게 힘든거야. 요리를 해오려는 여유도 없고 말이야. 

 

어떤 글을 보니까, 회사에서는 업무때문에든 뭐든 차비를 쓰는 것도 아까워하는거야. 자기돈으로 쓰면 이 차비를 청구할 수 있냐고 없다면 퇴사한다면서 말이야. 그게 무슨 글이었더라. 그러니까 신입이 들어와가지고 점심먹으러 다같이 좀 멀리 차타고 가서는 올때 자기 혼자 버스타고 오게 하니까 그 차비도 그렇고 기분이 나빠서 그만뒀다고 하는거야. 나는 말이야. 

전혀 그런 적도 없고, 다 내돈내고 잘 다녔고, 내 차로 오히려 태워다 주기까지 했는데 참 나같은 사람은 병신인거지 뭐. 그런 사람에 비하면 말이야. 업무시간에는 절대 돈쓰면 안되지. 

그런 원리에 의하면 그래. 근데 한편으로는 너무 안타까워. 그렇게나 가난해가지고 말이야. 돈에 전전긍긍하는 사람으로 모두가 전락한 것 같아서 너무 슬퍼. 가난한 인간쓰레기들로 가득찬 세상이 되어버렸잖아. 귀한 사람도 희귀하고 말이야. 

 

아무튼 근데 요즘의 추세가 그렇게 자기의 돈이고 뭐고간에 절대로 회사에다가는 쓰지 않겠다가 주류마인드다보니까 나도 거기에 맞춰가야겠지뭐. 나도 절대로 내가 만든 음식 다른 사람한테 안나눠주고, 절대로 차도 안사주고, 밥도 안사주고, 태워다주지도 않을거야. 그냥 바보같아. 쓸데없는 일을 하는 사람같잖아. 돈벌어가지고 그 돈을 다시 회사에 돌려주는 꼴이잖아.  그러니까 그런 허튼 짓은 안하는게 좋은거야. 왜냐하면, 이 세상은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돈이 가장 1순위이고,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공식적으로 기부를 해서, 연말정산할 때 기부금에 대한 세금 혜택을 받아야하기 때문이지.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은 티가 안나게, 세금 환급도 안나게 그렇게 나처럼 요리를 해서 나눠주면 안된다고. 

 

절대로 남을 불법적으로 몰래 도우면 안된다고. 불법이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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