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상에는 만나면 안되는 사람이 있더라고.
왠지 그 사람을 만나면, 나는 내 안으로 자꾸 침식하듯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더러운 상황이 되는 느낌이야.
어떤 사람을 사귈수록 혼자인 상태가 된다면 그 사람을 만나면 안되는 것 같아.
그래서 그냥 정말로 아무리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축적된 "사람에 대한 평가력"이 종합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리던지, 어떤 욕망에 휘둘리는지 간에 아무 생각없이 매일매일 수련을 하는 마음으로 아무도 안만나고 혼자서 산 적이 있었어.
누가 나한테 다가오든지 간에 거리를 두면서 말이야.
정말 심심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당시에 내가 제일 많이 바빴던 것 같아. 그리고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걸 깨닫게 되고, 다양한 사람들을 얕게 많이 만나게 된거야. 그게 매일매일 일을 쉬지 않고 해서 그런거야. 투잡 쓰리잡을 했던 때였지.
그래서 매일 일을 하니까 누굴 진득하게 사귀지도 못하고 그냥 일하는 동료나 상사로서의 인간관계나, 고객을 대하는 점원의 입장이 되어본거지.
그러니까 그때는 내가 가장 효율적으로 살았고, 효율적으로 사람을 대했던 것 같아.
그런데 요즘에는 뭔가 좀 달라졌어. 내가 마음이 약해진 것 같고, 그렇기에 괜한 사람을 만나는게 아닌가? 괜히 앞으로 절대 만나지도 않을 사람에게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잘해준 것 같은거야. 그래서 내내 마음이 불편한거야. 어떻게 그 관계를 끊어야할지 고민이 되는거야. 한편으로는 그렇게 끊어버릴거면서 왜 만나고 왜 친하게 지내고 왜 다가간거야. 왜 잘해준거야 하고 스스로를 또 탓하기 시작했지. 내가 너무 쓸데없는 행동을 잘하는 것 같아.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어.
나는 아주 가끔 쇼핑을 하러 가는데, 쇼핑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내가 일도 안하고 , 또는 괜히 가난한 사람과 결혼해가지고 애를 잔뜩 낳아서 나를 위해서 쇼핑도 한번 못하고, 쇼핑을 하고 싶은 나를 오히려 욕심이 많다면서 교황님처럼 굴기를 바라는 주변 가족들한테 휩싸여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니 소름이 끼치는거야. 아니 쇼핑하라고 쇼핑몰이 있는거지, 그게 나쁜거야? 그게 악마의 산물이야? 자기가 잘 벌어가지고 쓸 줄도 알아야지 뭐. 자기 옷살 돈도 없는데 자식까지 수두룩하게 낳아가지고 또는, 남편때문에 일도 안하고 집에서 갈비찜이랑 잡채만드느라고 돈을 못벌어가지고 쇼핑도 못하면은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운명이야.
또 그런 것도 있어. 내가 보기에는, 한번 틀어진 인연은 다시 주워담을 생각을 하면 안되더라고. 틀어지는 이유는 다 있으니가 그렇게 틀어지는거 아니야? 근데 왜 주워담어. 대체할 사람이 없으니까 아까워서 그런거잖아. 하지만 그 틀어지는 이유가 더 크기 때문에 과거에 틀어졌을거고. 정말 좋았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건데, 아쉬운 점이 있다하더라도 최악으로 느껴지는게 있었기 때문에 헤어진건데 왜 다시 만나고 지랄인지 모르겠는거야. 그런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약해지던 내 마음이 강해지더라고. 요즘에 유튜브에서 쥐롤라가 그렇게 킹카부츠 노래를 중독적으로 잘해서 수능금지곡이 되었다더라고. 쥐롤라처럼 살아야지 이 세상 험한데서 잘 살 수 있지, 얼마나 마음이 약해져가지고 그 약한 마음으로 뭐가 되겠어.
내가 예전에 주말에 일했던 옷가게 사장님이 유부녀인데, 그분이 어릴 때 일진이었대. 자기가 애들 괴롭힌거 막 웃으면서 얘기하는거야. 그리고 자기 딸은 두명이나 있고 이십대가 된거야. 근데 그분이 결혼을 했는데, 일진인데도 시집살이때문에 너무 힘들어하고 나이들어서도 시어머니가 너무 짜증이 난대. 그리고 남편은 너무 편하게 일도 안하고 그냥 간간히 여기저기 다니면서 월세 받고 그러고 사는데 자기는 매일 매장에 출근해서 옷을 판매해야하잖아. 일진인데 말이야. 그런거 보면은 그렇게 마음이 강한 일진들도 결혼하면은 뭔가 힘든거야. 자기보다 더 강한 사람들과 가족을 이뤄서 사니까, 자기가 서열이 낮으니까 일을 힘들게 하면서 사는거야.
아무리 상대방이 좋아도, 그 사람하고 살면서 어떤 인생을 살건지 아무런 예측을 하지 못하면은 그렇게 되는건가봐. 나도 정말 큰일날뻔했지. 난 내가 강하게 살기를 바란 것도 뭣도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 그냥 주도적으로 살고 싶었던 것 같아. 남들 다하는 것들에 관심보이지 말고, 그냥 담백하게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고 싶었던 것 같아. 외로움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 매일 매일 뭔가 배우면 아무리 외로워도 할게 있다보니까 그럭저럭 혼자인게 괜찮더라고.
오늘은 허브를 작은 종이컵 수십개에다가 잔뜩 심어놨지. 종이컵에다가 씨앗을 조금씩 나눠서 싹을 튀워서 화분에 옮겨심을려고.
그냥 요즘에는 식물에 물주는게 하루 일과가 되었고 그게 너무 좋아. 퇴근하고 바로 얼마나 자랐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더라고. 큰 책상을 방에다 안놓고 베란다에 놨더니 식물을 공부하는 책상이 되어버렸어.
매일 매일 식물들은 그 높은 책상에서 베란다의 열려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바람도 맞고, 태양의 자외선도 쬐어가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 아무 말도 안하고, 딱히 움직임도 없고 그냥 가만히 자랄 뿐이지만 식물처럼 담백한 친구도 없는 것 같아.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이유는 그냥 그 사람이 아무 사심없이 자기 얘기할 때? 왠지 내가 선뜻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더라고. 근데 그 상대방이 뭔가 사심을 가득 가지고 얘기하면은 그 사람자체가 다시는 보기가 싫은거야. 왠지 간접적으로 돌려서 얘기하는 기색이 보이면 또 싫어지더라고. 그런 사람들은 계속 괜히 자란 새싹을 솟아내듯이 내 앞에서 치워버리는 것 같아. 요즘 식물을 키우면서 더 그런 편집증이 심해진 것도 같아.
식물도 보면은 왠지 잎이 시든 부분은 바로 떼어주거든. 이번에는 버섯도 피길래 버섯도 바로바로 뽑아버리고 있지. 어쨌튼 무럭무럭 자라야하고 결실도 맺어야하고 꽃도 피워야하고 암튼 앞날이 창창한데 왠지모를 장애물은 다 치워야지. 물도 매일 주고, 매일매일 관심을 주고 있거든. 그냥 그뿐인거야. 일도 그런식으로 요즘은 하는 것 같아.
아무리 좋은 사람이고 뭐고 간에, 내게 아닌게 있지.. 페라리도 너무 좋잖아. 차가. 매력적이고 말이야. 근데 내가 가질 수는 없잖아. 내가 능력이 없어서 못가지는거야. 내가 훔칠 수도 없잖아. 능력이 없으니까 말이야. 페라리가 좋은 차인건 다 알지만, 나도 알지만, 가질 수는 없는거야. 사람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하더라도, 내가 능력이 없으면 못만나는거야. 그게 다인거지. 내가 바나나를 재배하고 싶어도 우리집 베란다에서 키울 수는 없잖아. 바나나는 온도가 중요한데 우리집 베란다에서 키우기는 역부족이잖아. 그래서 내가 안키우잖아. 우리 엄마도 우리 아빠가 차지하기엔 너무 멋진 여자였는데 무능한 우리 아빠가 대쉬하는 바람에 불행하게 살았잖아. 먹여살리지도 못할거면서 좋아하는게 어딨어. 자기가 뭣도 아닌주제에 말이야. 우리 엄마보다도 멍청한 주제에 괜히 건드려가지고, 괜히 덮쳐가지고, 엄마가 스스로가 아 나 이제 더러워졌구나 하고 인생포기하고 결혼한거잖아. 근데 너무 가난하다보니까 제대로된 집도 절도 없이 살고, 산부인과도 못가고 방안에서 짐승같이 나를 낳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못생기고 키가 작은거 아닐까. 어차피 못생긴 자식 낳을거면서 애는 왜낳고 결혼은 왜한거야. 아무튼 능력밖의 무언가를 가지려고 하면은 불행해지는 것 같아. 10만원이 전재산인데 1억짜리 페라리는 죽어도 못사잖아. 그냥 그런 식으로 만나면 안되는 사람도 있는거고, 혼자여도.. 혼자면 또 어때. 지구도 혼자서 놀잖아. 달도 혼자서 놀고. 다 모든 주요 행성들이 혼자서 놀고, 태양도 자기랑 비슷한 존재는 주변에 없잖아. 지구랑 비슷한 존재도 없고 말이야. 그냥 나를 지탱하는 환경마저도 왕따같이 혼자 사는데 내가 혼자 살면 좀 어때. 그래서 나 혼자 사는거야. 욕심내지도 말고, 그냥 안되는거는 안되는거다 생각하고 포기해버리는거야. 이세상은 나를 위한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욕심을 내는거는 일종의 조롱의 대상이 되는거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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