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십년도 전에, 돈을 억척같이 모으려고 노력하다가 만난 남자때문에 내 인생이 망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의 나는 결심했던 것 같다. 너무 한부분에만 집중해서 살지 말자고 말이지. 그러니까 돈을 모으기 위해서 악착같이 나자신의 모든걸 다 포기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도 외면하고, 내 감정도 외면하고, 내 욕망도 외면하고, 내 자존감마저도 외면하면서 살다보니까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내 주변에서 내 에너지를 흡혈해도 그것이 사랑이라 착각하며 사귀게 된거야. 그게 너무 화가 난거야. 그 사람을 만난 나자신에게 실망하고 화가 난거지.
생각해보면,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은 주변에 두지 않는게 좋은 것 같다. 돈을 벌기 위해서 잠깐 버티는건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내 일상의 24시간, 내 가족일원 취급까지 하면서 붙어있게는 하지 않아야한다.
며칠동안 휴우증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만 했다. 읽어야할 책도 펴놓고 해놔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다. 머리속이 너무 복잡했고, 뭘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더라고. 그럴 때는 괜히 뭘 할 생각을 하면 안되더라.
오늘은 간간히 나에게 전화를 하지만 받지 않았던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왜 전화를 하냐고 따졌다.
사람의 집착은 참.. 어리석은거야.
그것도 다 큰 어른일수록 상대방의 동의 없는 집착은 더더욱 어리석을 뿐이다.
예전에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일년에 한번 이렇게라도 안부를 묻곤 한 것 같다. 그냥 생각나서 전화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
근데 뭔가 그럴만하게 같이 일을 했다거나 그때 잘 지냈기 때문에 그런거지, 별 이유도 없이 그 사람에게 집착하면 안된다고 생각해.
어제는 서편제 운운하는 술주정뱅이 개발자에게 문자가 왔다. 뭐 이러쿵저러쿵해서 네가 싫다면 이제 연락안할께. 그런 내용이었고 나는 한심해서 가만 냅뒀다.
요즘에는 내가 자살할 생각을 진지하게 했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가 내가 덜컥 죽기라도 하면, 나와 연락했던 몇안되는 사람들에게 경찰들이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을거라 생각하니까 아무에게도 연락을 할수도 없고, 하여튼 왠지 주변 정리를 하고 죽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만큼 나는 살기가 너무 싫어.
오늘도 오늘 월급이 입금되는 날인데, 그 입금일에 업체에서 문자로 20일날 주겠다고 그러는거야. 문자로.
그것도 입금 당일에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하지 하다가, 정말 현금이 없어가지고 토스의 모든 계좌 사진을 다 찍어서 보내주고, 내일까지 국세청에 부가세 200만원을 내야지 안그러면 가산세가 붙고 연체자가 되어서 신용카드를 쓸 수 없게 된다고 사정을 했다. 그랬더니 반을 오늘 입금해준다고 답장이 왔고, 다행히도 부가세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요 며칠 쉬는 날에 일일 알바를 해보려고 여기저기 지원을 했다가 어떤 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오전에 일손이 많다고 쫓겨난 적이 있다. 근데 거기서 미안했는지 일이 있을 때마다 연락이 왔고, 내일 나가서 그 일을 하기로 했다.
이세상은 지금, 뭐 개발자는 필요없다는 듯이 그러고 있고, AWS클라우드를 다룰 수 있어야한다는 듯이 그러는데, 내가 작년에 진지하게 배울려고 하다가 그만둔 계기가 있었다. 왠지 그런 자격증 제도로 먹고 사는게 보여서 싫더라고. 나처럼 생각하면 안되는데 말이다. SAP 개발자는 돈도 많이 받고 그런다더라. 그냥 그런 학원에서 좀 참고 배웠다면 좋았을텐데, 나는 왠지 돈되는건 다 피해서 살아온 기분이 든다. 언제든지 얼마든지 돈을 많이 벌 기회가 있었는데 왜 나는 그렇게 피해다닌걸까. 오히려 그렇게 어려워보이고 이상해보이는 그것들이 더 몸편하게 일할 수 있고 안정되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데도 말이다. 왜 나는 구차한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사람대접 못받아가면서 힘들게 일을 한거지. 전혀 일을 했다고 인정해주지도 않는 일을 말이다. 그게 아무래도 내 무의식이 나라는 사람을 마음에 안들어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똑똑하고, 잠재적인 능력치도 최대치인 나지만, 왠지 살아오다보니 외적인 조건이 약해보이다 보니, 얼른 죽는게 차라리 이 무의식의 입장에서는 나라는 연약한 육체를 탈출해서 대자연의 요소가 되어버리는게 낫지 이 육체에 갇혀서 아무리 열심히 뭘 해봤자 한계가 있다고 판단이 된게 아닌가 싶어. 그러니까 내 무의식은 나라는 존재를 전혀 존중하지 않기에 나한테 도움되는건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냥 무기력하고 무능하게 살다가 지쳐서 죽었으면 하는거야.
그래서 이렇게 알바를 하는게 전혀 나한테 도움이 안되고, 한시간이라도 절실하게 공부를 해야하는데, 왜 나는 그런 단순한 일을 하려고 그러는지 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나자신은 나자신을 정말 한심하게 보고 있고, 빨리 죽었으면 하는구나.. 뭔가 마음에 하나도 드는게 없구나 그런거지. 근데 안죽고 있다. 그렇게나 내 무의식이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데 말이다.
난 어렸을 때, 암기능력이 뛰어난 편이었고, 집중력도 꽤 높은 편이었다. 그렇게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는데도 매일 도서관에 열심히 걸어가서 나름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왠지 하기가 싫은거야. 살아있어야한다는 그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지 노력을 하는데, 희망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때는 더더욱 희망이라곤 하나도 없는 때였는데 열심히 살았건만.. 나이 들어서 이렇게 희망이 없어지다니..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닌데도 말이지.
요즘들어 죽는 사람들 소식을 뉴스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 사람들이 안쓰럽다기보다는 먼저 간게 오히려 부럽기도 하다. 그만큼 이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게 우울증이야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처럼 이렇게 빚이 많아지면은 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으려나. 갚을 거는 갚고 있지만, 빨리 죽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예전에는 상대방과 대화할 때, 희망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얘기했던 것 같다. 요즘에는, 그렇지가 않아졌어. 그냥 어느 누구에게도 희망은 없는거고, 그걸 상대방도 빨리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거야. 그게 내가 어릴 때 봤던 흔한 어른의 모습이었고, 나도 그렇게 되어버린거다.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희망을 짓밟아버림으로써 지금도 살아있는걸 저주하는거야. 그게 내가 어릴 때 봤던 어른들이었어. 지금은 이해가 된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0) | 2024.02.24 |
---|---|
주말 알바 vs 공부 (0) | 2024.02.23 |
영화 샹치에 나오는 텐링즈의 수장역을 맡은 배우 이름 (0) | 2024.02.21 |
영화 나비효과 (0) | 2024.02.19 |
샹치와 멍때리기 (1) | 2024.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