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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샹치와 멍때리기

by 복gili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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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까지만 해도 하루가 너무 바빴는데 요즘 조금 쉬고 있다. 멍도 때리면서 가만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샹치를 다시 봤는데, 샹치에 나오는 장국영은 왜 이렇게 친근하게 생겼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주인공도 정말 열심히 운동도 하고 노력했을텐데 주인공은 안보이고 장국영이 보이는거야. 다 늙으셨는데 말이지. 장국영의 분량이 꽤 적고, 너무 나쁘게 나온 것 같아서 좋지가 않았다. 

 

장국영은 뭘 먹고 살았길래 타국에 있는 내가 봤을 때에도 매력적으로 보이는거지? 눈빛이 굉장히 차분하면서도 신뢰가 가는데, 그 사람이 자라나던 시절에는 어떤 일들이 많았었길래 그 사람이 그런 눈빛을 갖추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70,80년대가 리즈시절이니까. 

 

그 배우는 멍때리고 있어도 특별해보일 것 같다. 그런데 결말부분에서 용하고 싸우는데 왠지 너무 체구가 작아보이는거야. 어깨가 너무 좁아보였다. 전체적인 발란스를 보면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은데, 그 전 장면들까지는 카메라가 정말 구도를 잘 잡아줬다 싶은거야. 갑자기 환상에서 그제서야 깬 것 같았다. 

 

오늘 유튜브 쇼츠에서 성남에 사는 어떤 직장인 여성의 오피스텔 집 소개 영상을 봤는데 진짜 너무 좁고 열악한거야. 깨끗하지만, 신발장을 옷장으로 쓸 정도로 옷장이 없는거다.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나도 예전에 한창 나이때 고시원에서 삼년을 살았는데, 예쁘게 꾸미고 다녀야할 때, 그렇게 작고 볼품없는 집에서 살아야한다는게 너무 비극아닌가? 나라의 비극아니야?

 

댓글을 봤는데 경기도에 아파트가 그 원룸의 전세가로 살 수 있다는 댓글이 있었다. 그런데 경기도 외곽에는 일할만한 데가 없잖아. 있어도 막.. 외국인이나 일할법한 굉장히 열악하고, 공해도 심하고, 자차로 다니지 않으면 갇히듯 살아야하고, 남녀차별적인 임금이 존재하는 그런 공장같은데 있잖아. 노인들 박스접는걸 본격화시킨 물류센터라든지 말이야. 그런 일을 시키면서 큰 집에서 사느니 그래.. 서울에 고시원이나 신발장을 옷장으로 써야하는 좁은 오피스텔에서 사는게 낫기도 해. 

 

나이가 드니까, 나라는 존재만 생각하면서 살기가 힘들더라고. 점점 인식의 반경이 넓어지는 것 같고, 나란 존재는 그냥 점같은 암것도 아닌 부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보니까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 그렇게 큰 만족을 못느끼는거야. 예전에는 과자 한봉지만 가져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요즘에는 그렇지가 않아. 과자를 먹어도 죄책감이 드는거야. 이 과자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이나 불공정한 일이 발생한건 아닌가 싶고, 그런데 내가 가담한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니까 뭘 못하겠어. 

 

사람은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이 중요한 지식들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허무하게 죽잖아. 그게 아깝다고들 하지만, 그 사람이 죽지 않고 계속 살면서 행복해한다면 그 사람 진짜 나쁘고 이기적인 것 같아. 점점 보이는게 많은데 기분이 좋을 수가 없고,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수가 없는거야. 

 

엊그제는 충주시 유튜브를 보면서 엄청 웃었다. 잘 안봤는데, 피식대학 채널에서 나락퀴즈쇼를 보고 넘 재미있었지. 거기서 김영란법 5만원이랑 잠바 벗어던지는거보고 넘 웃겼다. 문득 그 지방은 그렇게라도 홍보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내가 사는 이 곳은 왜 암것도 안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서울이랑 그래도 가까운데, 충주시보다 말이야. 근데도 암것도 안하고 있는게 참 그런거지. 요즘 수직농법이 발전하고 있다는데, 도시에서도 농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쌀도 그리 많이 먹지도 않는데 아직도 논농사를 지으면서 땅을 허비하는게 신기한거야. 지식산업센터가 텅텅 비어있다는데 그만큼 우리나라에 지식인이 없다는거잖아?

 

지식인이 많아야지 거기 가서 일할 생각도 하고 창업할 생각도 할거 아니야. 근데 다 지금 뭐하고 있어? 카페?

지식인 다 어디갔어? 

 

거기다가 수직농법으로 농사나 지었으면 도시에서 바로 배송도 되고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우리 암것도 없는 이 농촌에는 땅에다가 건물 좀 올려가지고 회사나 좀 지었으면 좋겠다 싶어. 공부할 공간도 많이 만들고 말이지. 공원도 좀 만들고.. 

 

아직도 효율화가 안되어있어서 땅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 것 같다. 돈은 헤지펀드사에 온통 들어가있고 말이야. 그 돈으로 아무리 어딘가 끝없이 투자한들 나 자신은 전혀 혜택을 못받고 사는 것 같다. 나는 맨날 실패하고, 혼자 단절되는 것 같고, 일도 자부심도 못느낄 일을 하고, 동료하고도 친하게 지낼 수도 없을 만큼 이질감을 느낀다. 믿을 만한 사람도 없고, 만날만한 사람도 없고, 뭘하고 놀아야할지도 모르겠고, 지금 사는게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일할 때 퇴근시간되면, 내 자유시간 하나도 없구 말이지. 몸도 녹초가 되어있고, 뼈도 막 이상하게 변형되어서 매일 스트레칭도 해줘야하고 말이야. 살도 안빠지고 그렇다. 이게 지금 세상이 발전해가지고 내가 혜택을 얻고 있는건가. 나는 뭐하고 있는거지? 뭐가 좋은거지?? 

 

항상 나는 프로젝트에 일하러가면, 어떨 때는 엄청 열심히 일할 때도 있고 어쩔 때는 그냥 최소한의 에너지로 근근히 하루를 보내는 정도로만 일을 할 때도 있다. 열심히 일할 때는, 사람들이 뒤에서 나에 대해 엄청 뭐라고 뭐라고 소근대면서 그렇게 뭐 잘해주지도 않고, 뭔가 같이 지내기는 힘든 불쌍한 사람 취급하면서 덜떨어진 사람 취급을 당하면서도 일은 할게 많은거야. 뭔가 몰아주기 하듯이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렇게 사람들이 일하는걸 들여다보면 말야, 아무리 암것도 아닌 곳에서 일할지라도 사람들은 일단 그 조직에 대한 큰 그림을 분석하면서 거기 리더와 주요 인물간의 관계를 항상 곱씹으면서 자신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계속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러니까 이익에 대해서 엄청나게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실제로 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렇게 대단히 신경을 안쓰는 것 같더라고. 그게 맞는 것이긴 하지만, 그렇게 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살다보면 감정적이기가 쉽고 피곤하더라고. 경쟁과 이윤에만 집착하듯 살면은 사람이 사는게 아니고, 매일 뭔가 싸우는 듯이 사는거야. 매일 전쟁을 하는 기분이 드는거야. 

 

우리 엄마도 우리 아빠하고 결혼해서 이혼하고 그래도 결국 어떻게든 살려고 또 결혼하고 또 결혼해서 살더라고. 얘기를 하다보면 일반 여느 사람들처럼 비슷한 생각과 말을 하는거야. 근데 왜 사람 보는 눈이 없어가지고 그정도의 인생을 사는건지 모르겠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다 이기고, 어느 누구보다도 성공한 삶을 살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아빠같은 무능한 사람을 골라 결혼해버리고, 또 이혼해버리고, 양육권도 뺏기고 말이지. 어떤 나랑 동갑인 여자애도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거기서 내가 4일 일하면서 둘이서 얘기를 해봤는데, 그 친구는 결혼도 했고 애도 있어. 근데 왜 그런 공장에서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는지 나는 이해가 하나도 안되는거야. 내가 결혼했고 애도 있는데, 그런 공장에서 그렇게 시끄러운데서 하루종일 일할 수 있는건가? 남편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건가? 게다가 토요일도 일해야한다고 하는거야. 근데 그 친구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은 엄청 방어적이고, 어떤 사람이든지 다 물리칠 수 있을 정도로 비판적이고 경쟁적이고 그런데 왜 그런 삶을 사는거야??

 

근데 반면에 나라는 사람은 말이야. 그냥 물렁뼈같이 하나도 경쟁심도 없고, 이기고 싶지도 않고 그냥 되는데로 살면 사는가보다 싶으면서도 힘든거는 안할라고 하고, 건강염려증도 있고, 나보다 못하다고 함부로 대하지도 못하고, 어떻게든 편하게 살려고 하고 재밌는거 좋아하고 그게 다인 암것도 아닌 사람인데 말야. 어떤 삶이 더 좋은건지, 누가 끝까지 오래오래 행복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지 모르겠어. 

 

나같은 사람은 족쇄를 족쇄라고 인식하지만, 어떤 사람은 족쇄라는걸 알면서도 그냥 그 자리에서 살기 위해 차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더라고. 그러니까 엄청나게 중요한 판단을 할 때는 실패를 해버리고, 나머지 자잘한 판단에서는 성공하기 위해 발악을 하는거야. 근데 나도 뭔가 발견을 못하고 있으니까는 어떤 중요한 판단에서 실패를 해버렸고, 그로인한 충격파가 아직도 있는 것 같다. 

 

요즘들어서는, 우리가 많은가 적은가에 대해서 고민도 하게 되었다. 계속 다들 적다고 그러는데, 사실 죽어야할 사람들이 안죽어서 그런거지 이정도가 적당한거지. 인간자체가 소중한 존재가 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그런데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그냥 짐승같은게 아직도 많아서 적절한 조치가 계속될 것만 같아. 짐승과 짐승아닌 어떤 것의 과도기인 것 같기도 하구.. 그렇다고 해서 그 과도기를 넘었을 때 과연, 그때는 좀 평화로워지려나? 예전에 꿈에서 총에 맞아서 죽는 꿈을 꿨는데, 꽤 아팠다. 심장부위를 총에 맞았는데 감각이 실제로 맞는다면 그정도 일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나이가 들면 점점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어떻게 죽을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고 말이다. 

 

암튼, 샹치에서 장국영이 구백 오십년 정도? 구백 칠십년 정도 살다가 드디어 우연히 여자를 만나서 애를 둘을 낳았는데, 여자가 장국영의 적들한테 죽임을 당한거야. 그래서 여자가 살던 고향에 갇혀있는 엄청 못생긴 용이 있는데 그 용이 장국영한테 아내 흉내를 내면서 자신을 구하러 오라고 하고 결국에는 장국영을 죽였다. 근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천년 살았으면 죽을만도 하지 뭐. 그리고 애도 있어서 링 열개도 물려줄 사람도 생겼고, 한 십몇년은 연애하고 죽은거잖아. 구백 팔십년은 솔로이다가 이십년 정도 넉넉하게 아내도 있고, 애도 보면서 살았으면 됐지. 그리고 그 갇혀 있던 못생긴 용이 사실 천년 전에는 장국영하고 사귈려던 존재였을 수도 있잖아. 근데 장국영은 텐 링이 있어서 젊음을 유지하며 산거고, 그 용은 동굴에 천년동안 갇혀있다보니까 이상하게 변한 걸 수도 있지. 그런데 그 장국영이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용한테 너 힘들게 살았구나.. 천년동안 동굴안에서 갇혀서 힘들게 살았구나.. 한이 많아서 서편제에서 판소리하는 여자처럼 노래 잘부르겠다고 말하면 어떻게하지? 그러면서, 참 힘들었겠다.. 근데 누구나 다 힘들어.. 나도 힘들어~. 그래도 사는거지 하면서 위로해주고 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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