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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by 복gili 2024.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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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나랑 동갑이라는 동료와 얘기를 잠깐 하게 되었는데, 일단 생김새가 진짜 내 나이에 맞는 그런 어른의 모습인거야. 내가 어릴 때 마흔살 넘었다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나이들었구나.. 어른이구나.. 뭔가 말수도 적고, 대부분 결혼을 해서인지 생활력도 강하고, 현실적이기도 하고, 옷차림새는 이제는 젊은 사람들의 유행은 쫓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나는.. 참.. 보면은 철도 없고, 강하지도 않고 불혹이라고 여길만한 뭣도 없는 것 같다. 

원래 평범한 사람의 인생 루트는 대학나와서 직장 들어가서, 연애하다가 결혼해서, 애낳고 이것저것 투자해서 돈 불려서 은퇴해서 자식 결혼시키고, 소일거리하다가 암걸려서 죽는 것인데.. 

 

 

나는 지금 그 루트에서 좀 벗어나있다보니까 그냥 좀 적응이 안된다. 

결혼한 분들이 다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분들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사회적 파워가 있다. 무시할 수도 없는 뭔가가 있어. 게다가 요즘에는 드디어 출산율 때문에 지원정책도 많아지고 그런 사회적 목소리도 커지다보니까는 결혼한 분들의 상황에 대해서나 그분들의 생각이나 고충에 대해서 무시할 수가 없는거야. 

 

근데 사실 나는 진짜 돈도 없고 백도 없고, 지원받을 가족들도 없어서 결혼을 못한 케이스인데 나는 그냥 내가 결혼실패를 예방한 사람인건데, 이게 잘못된 건가 싶은거야. 결혼한 사람들은 막 돈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 사는데, 사실 결혼 안하고 애도 안낳았다면 안그래도 됐을건데 그러는거잖아. 나도 그래서 결혼안한건데, 그 사람들은 대책도 없이 결혼해서 스스로도 힘들어하고 왠지 주변에도 전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야. 

 

그냥 이런거다. 밥을 먹을 때도, 감자탕 4인분을 시켜서 다들 똑같은 돈을 내고 먹지만 테이블에서 왠지 나보다 체격이 큰 동료가 더 많은 양을 먹는거야. 자기가 체격이 크니까 나보다 더 많이 먹어야한다면서 말이야. 돈은 똑같이 내면서 말이야. 

 

그런 상황들이 계속되는데 거기서 내가 큰소리를 낼 수도 없는 입장이라 점점 격리되듯이 그렇게 혼자가 되어버린 것 같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여자, 같은 나이, 같은 직업, 같은 동네일 수는 있겠지만 입장이 달라 서로 잘 지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난 태어난걸 후회한다. 내가 별달리 분노할 대상도 없을만큼, 우리 엄마는 내가 뭐라고 하면, 외할머니한테 달려가 뭐라고 하니까.. 그게 뭐야. 애가 철없이 애를 낳아서 왠지 철든 할머니한테 그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거지. 사실 그 외할머니도 어른들이 시키니까 결혼철이 되어 결혼한거지 뭐가 있겠어. 그나마 좀더 자유로운 시절에 우리 엄마가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했어. 나처럼. 그렇게 잘 키울수도 없는 형편인데다가 능력도 없었다면 말이지. 

 

누군가를 낳았는데, 키울 능력이 없는다는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이 성숙하지 못했다는거잖아. 

난 그래서 낙태 찬성이다. 키울 능력도 없는데 고아원에 보낼려고, 입양을 보내려고 낳는게 말이 되느냐는거지. 

나도 그냥 낙태를 당했으면 이렇게 굳이 태어나서 평범한 사람이 겪는 인생이벤트를 겪지도 못한채로 괜히 사회에서 눈치보면서 살 일도 없었을텐데 말이야. 

 

오늘 나와 동갑이라는 어떤 작곡가가 왠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를 봤어. 그래.. 내 나이대는 지금 패닉상태야. 

나도 그렇고.. 정말 자살을 해야지만 되는 것처럼 이렇게 세상이 되어있다니까?

그래.. 결혼 안할 사람은 자살해라 하면서 약이라도 달란 말이야. 

 

지금 너무 힘들다. 그냥.. 뭐든지 다 힘들어.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모르겠고.. 

아직도 어른같이 성숙하질 못한 것 같아. 

하와이에 산다는 요리사와 건축자재 판매업을 하는 사람이 부부인데, 그 부부가 아이들을 키우는거야. 하와이로 가서 말이지. 근데 시골 땅을 산건데도, 너무 경관이 멋지고, 집을 지었는데 그 안에 인테리어가 인테리어잡지에 실릴만한 수준이고, 요리를 하는데 요리사 출신이라서 예술적으로 요리를 하는거야.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건강한 식자재를 직접 키우면서 말이야. 그러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토론을 해서, 대안학교에 보내고, 평소에도 항상 같이 소일거리나 게임이라도 하고, 하와이 해변에서 서핑하면서 사는데 말이야. 내가 여기서 살면서 그런게 가능하겠어?

 

내가 좋아하던 사람과 헤어지게 된 이유중에 하나는 대화의 품질이 너무 낮아서야. 하는 생각이 그냥, 우리나라에 그 흔한, 주입식교육의 피해자같은 사람이었어. 그렇다보니 술담배를 하지 않고서는 전혀 말이 안통하는거야. 현실에서 온갖 유교사회의 그 신분사회 피라미드 구조의 압력에 짓눌려서는 스트레스가 장난 아닌 상태에서는 그 사람의 시선에서는 아무리 상대방이 좋아하는 사람이더라하더라도 잘못된점이 너무 크게 보이고, 그 단점을 직설적으로 공격해야지만 맘이 풀리는데 그게 나는 성숙하다고 보이지가 않는거야. 같이 만나서 할 수 있는 일이나 대화가 단조롭고, 1차원적인데 아무리 외적인게 맘에 들어도 컨텐츠가 별로라서 오래 만날 수가 없는거야. 나도 너무 맨날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말도 한마디도 안하고 할 때가 많다. 말을 한다고 해도, 뭐 그냥 정말 뻔한 얘기들 있잖아. 왠지 그 얘기를 하라고 어디선가 이것저것 주워들어와서 하는 그런 소리들 말이야. 저기 하와이 그 부부들하고 그 얘기하면은 그분들이 학을 떼면서 자리를 뜰만한 허접한 가십거리들 말이야. 

 

아무튼, 이세상에는 이길 수 없는게 있고, 그런데 태어나서 내가 할 수 있는게 제한적인데다가, 눈치도 보면서 살아야하니까 이게 뭔지 모르겠다. 이 무력감이라는게 사람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결국엔 허무하게 죽게 되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동화를 읽어주던 사람들은.. 도대체 뭘까. 뭘 기대하는거야. 애들한테.. 애들이 맞닿뜨린 현실은 너무 냉정하고 냉철하잖아. 동화같은 세상은 없는데 왜 그렇게 동화를 쓴걸까. 그 동화를 믿고 산 사람들은 다 보이스피싱이니 성폭행이니 왕따니 이런거 다 당하면서 살았을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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