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하드웨어 회사라고 해야하나 공장이라고 해야하나 그런데를 다녔다. 거긴 경기도 수원 쪽에 위치한 회사였지. 처음에는 공장 알바로 들어가서 사원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필터라는 제품을 계측기로 측정해서 수치를 적는 일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품질팀이 만들어졌고 나는 사원으로 입사하게 됐어. 거기 이사님이 지긋한 할아버지였는데 자기 아들보다 더 똑똑해보인다면서 회사에 입사해서 일하라고 했지. 그래서 열심히 일했는데 갑자기 품질팀 팀장님이 바뀌었지. 왜냐하면 그 팀장님은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인데 왠지 그 회사가 너무 미래가 없어보였기 때문이지. 나도 얼마나 자기딴에는 부족한 인재로 보였겠어. 그냥 회사원같지 않은 어린애를 팀원이라고 아무리 그 이사님이 나를 좋게 봤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면서 나한테도 막 테이블에 앉혀놓고는, 너 대학을 가라고 그렇게 설명을 하는거야. 자기도 통계학을 전공했는데 이게 좋다면서 통계학을 전공하라면서 말이지. 이제까지 살면서 나한테 그렇게 진지하게 진로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난 그냥 그렇게 해버렸다. 진짜로 통계학을 전공했다. 방송통신대학이지만 말이지.
그리고 나서 바뀐 팀장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무시했다. 그리고 아빠가 죽었다는 소식을 새벽에 듣고 장례식장에 간거지. 회사에도 알리고 말이야. 근데 장례식장에 갔는데 너무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 남의 장례식장 같은거야.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하루만에 나온거야. 오빠하고도 사이가 안좋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남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그런 사정을 모르잖아. 나보고 회사 나오기 싫어서 거짓말 한거라고 그러는거야. 팀장이. 나름 사원으로 입사를 한 회사에서 나한테 그런 취급을 하더라고. 아니 무슨 장례식 가서 하루만 있다 오냐고 그것도 자기 아버지 장례식에 말이야 뭐 그런 식이야. 내가 집에서 내쫓기고 혼자 살게 되서 이렇게 된건지는 모르고 그냥 겉으로의 모습만 보고 계속 나를 싫어하던 팀장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때 그 사람의 나이가 서른 중반이었어.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래, 누군가가 죽었을 때는 적어도 그렇게 회사에서 같이 슬퍼도 해주고, 같이 와서 부조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고, 앉아서 소주라도 한잔 마시고 가는거지. 그걸 내가 거짓말했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루만 있다오냐면서 그러는게 팀장이야? 진짜 이해가 되지 않았어. 정말 미친 회사지.
그냥 그런 사람들하고 더이상 일을 안한게 나는 너무 다행이야.
진심으로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은근히 부모와 사이가 안좋은 자식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정말 나이가 마흔이 되어도 우리 부모가 전혀 이해가 안된다. 그렇게 밖에 살지 못했다는게 말이다.
그런 수준으로밖에 살지 못하면서도 어른이랍시고 애를 낳은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이해를 해줘야하는지 모르겠다. 뭐가 씌인게 아닌이상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어릴 때 생각만 하면 정말 자살하고 싶어 죽을 것 같고.. 성인이 되어서는 뭔가 어수룩한 내 모습을 무시하던 사람들이 너무 싫었다. 말할 수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고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죽고 싶지만 죽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참고 사는 것도 힘들고..
그런데 먹고는 살아야하고, 죽어야는 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 아무도 사귈 수도 없고 말이다. 누굴 사귀더라도 날 이해해주는 사람은 정말 하나도 없었다. 정말 다들 나를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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