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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영화 나비효과

by 복gili 202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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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참으로 많은 영화들을 보면서 살았다. 지금은 디즈니 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면 어릴 때 보고 싶었던 온갖 공주 만화들을 다 볼 수 있는데 예전에는 영화를 보는게 비디오가게에 가서 비디오를 고르는거였잖아. 영화 정보도 쉽게 얻을 수가 없어서 비디오 팩에 있는 줄거리랑 커버 사진을 보고 고를 수 밖에 없었지. 예전에 백설공주 비디오를 몇만원에 사와서는 심심할 때마다 그걸 하염없이 반복해서 보곤 했는데 하나도 질리지가 않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너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보니까 죄다 돌려서 빠르게 보거나, 리뷰 영상으로 보거나 아니면 그냥 처음 몇 장면만 보고 재미없겠다 싶어 안보게 되는거야. 영화관을 안가다보니까 이제는 영화관에 가도 집중이 하나도 안되고, 지루한 부분에서는 너무 괴로운거야. 그냥 박차고 집에 가버리게 되고 그런다. 윙카를 볼 때 그랬다. 

 

근데 전에는 어릴 때는 절대 안그랬거든. 그냥 아무리 지루해도 참고 봤던 것 같다. 너무 많이 봐서 지겨워서 그런건지 아니면 참을성이 없어진건지 모르겠다. 기대감도 사라지고 냉정해지고 상상력도 바닥나서 그런 것 같다. 

 

암튼 예전에 봤던 영화중에 나비효과라는 영화가 기억이 나서 써두려고 한다. 

이 영화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때 당시에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런 소재의 영화가 나오면 너무 재밌게 봤다. 근데 이 영화를 보기에는 내가 좀 어렸던 것 같아. 그래서 보는내내 너무 충격이었다. 그 주인공의 어린 시절이 끔찍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만만찮은데, 그때 당시에 주인공들은 어린 시절이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끔찍하진 않았는데, 그 영화가 너무 현실적이었다. 아동 성폭행도 다루고 말이야.

 

결국에는 주인공이 아무리 자신의 과거 일기 기록을 통해 바꾸고 싶은 시간대로 이동해서 상황을 바꾸려고 해도, 그 다음에 일어나는 다른 끔찍한 결말 때문에 점점 더 어린 나이대로 이동하게 되고, 결국에는 결말 버전 두개 중에 한개가 자기가 태어날 때 그냥 안태어나는 걸로 마무리하는 거였지. 그렇게 결국에는 현재가 가장 나은 결말 중 하나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 같더라고. 

 

나도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은 너무나 끔찍했지만 만약에 우리 아빠가 안아프고 건강하게 일했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이 되어있을까 싶은거야. 일단은 나를 진짜 암 것도 못하게 꽁꽁 싸매고, 간섭도 심했으니까 말이다. 지금은 가족의 품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아무리 나혼자 망하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알아서 하고 싶은데로 사는데 그 답답한 가정 속에서 벗어나질 못한다고 생각하면은 와... 또다른 끔찍한 어른이 되어있을 것 같은거야. 

 

쉬는 동안 본 드라마 시리즈 중에 악귀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그게 무당이 나오잖아. 그래서 유튜브에서 무당을 검색하는데 어떤 무당이 엄청 자극적인 소재로 제목을 올려가지고 꼭 보게끔 만든거야. 불륜, 낙태 이런 엄청 자극적인걸로 마치 점을 보러 온 사람이 알고보니 불륜이야. 근데 무당이 그걸 맞춘거야. 그러면서 막 그 점보러 온 사람을 엄청 욕하는거야. 그게 진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누군가가 그런 식의 잘못을 했더라하더라도 그 사람이 욕할 자격이 있는건가? 내가 요즘에 진짜 아무 희망도 뭣도 없어서 암것도 안하고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멍때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사는게 도덕적인건가? 그 사람들처럼 뭐라도 하면서 사는게 맞는거 아닌가. 그 사람들은 어쨌튼 산부인과든 모텔이든간에 먹여살리고 있는거잖아. 나는 그냥 집에서 가만히 숨만 쉬고 있었던거고 말이다. 암튼 그런거 보면은 어떻게 살아야지 이게 맞는건지를 모르겠는거다.  설날연휴 하루를 일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만난 50대 언니가 엄청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같이 일하는 어떤 20대 총각하고 친하다는거야. 사진도 찍고, 그 친구는 쉬는데 전화도 해가지고 그 친구가 일하는데로 저녁에 간다고까지 내 앞에서 전화를 하는거야. 뭔지 모르겠지만 불륜아니야? 겉으로는 뭐 그냥 아들처럼 지낸다 하는데 너무 이상했다. 근데 내가 그 언니를 뭐라고 할 자격이 있나 싶은거야. 

 

암튼 그렇다고 해서 뭘 하고싶은 것도 아니지만 남 욕할 자격도 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욕먹을 각오로 치열하게 사는데 나는 너무 한심하게 이러고 있기 때문이지. 내가 어떤 과거 시점으로 가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나 경험들이 엄청 가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서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난 지금의 나처럼 생각하지 못했을거다. 

 

요즘에 집에 있는 안쓰는 물건을 몇개 버렸다. 어떻게든 쓰면 쓰는데, 대체품이 있기도 하고 굳이 쓰질 않아서 그것도 그렇게 싼게 아닌데 일단 집에서 몰아냈다. 이렇게 해야지, 내가 더더욱 함부로 소비를 안하게 되더라구.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면, 그런 행동들도 내 몸 속에서 몰아내버려야했다. 그런 식으로 살려고 하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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