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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반은 맞춘 날

by 복gili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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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프로젝트를 여기저기 떠돌다 만난 어떤 여자 개발자 언니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산책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득 내가 이 직업을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 언니는 아직 멀었다고 했지.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그때는 개발자 수요가 폭발하다가 코로나가 잠잠해지자, OpenAI사의 챗GPT가 세상에 나왔고 온라인 산업의 열기도 식어가면서 갑자기 개발자의 수요가 줄어들어 나조차도 일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때 나는 이 직업이 곧 망할 거라고 예측을 해놓고도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문제였지. 

어딜가도 프로젝트는 비슷한 형식으로 흘러가고 있고, 누군가가 일을 하지 않거나 일을 잘못하는데 그 역할을 맡게되어서 한쪽에서 뭔가 고장이 나면서 다른 곳에서 힘들게 일하는 그런 방식으로 그렇게 똑같이 가고 있더라구. 누군가는 나서서 불만을 터뜨리고, 누군가는 나가버리고, 누군가는 조용히 버티며 잘 지내고 있더라. 

 

예전에는 그리 많지 않던 물류센터가 많아지고, 온라인 마켓에서의 주문이 많아지다 보니까 소매점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집에서 요리하는 문화가 생겼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다보니까 외식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있어서 식당도 그리 잘되지 않는 것 같다. 

 

글로벌 기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국내 기업은 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간 해온게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점점 글로벌 기업에 열광하고 있다. 왜냐하면, 상업 기업한테도 지배받는다는 것이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지. 왠지 국내에는 왕이 사라져서 그대신 생긴 부유한 가문들의 지배를 받고 살다가 좀더 객관적인 기준으로 투명하게 대해주는 글로벌 기업의 제품에 열광하는 것 같은거야. 그리고 그들이 제시한 문화에 빠져드는 것 같다. 근데 그게 스스로를 옭죄고 있는 것임은 아무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다가는 별 뭣도 없는 개개인은 점점 암것도 아닌 단순 노동자가 되어서 대접받지 못한 상태로 일하게 될 것 같다. 자신이 돋보일만한 일은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을 넘겨줬기 때문이지.  

 

회사에 다니다보면 꼭 화장실에는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이 청소를 하고 계신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회사에 다니는 여자들중에 나이 든 분들이 거의 없더라고. 나이든 여자 분들은 그렇게 청소나 하시는 것처럼 보이는거야. 

 

그게 그렇게 된 이유가 뭘까. 나는 정식으로 기업에서 일한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어쨌튼 내가 일하는 곳에서 보면은 같은 여자들끼리 뭉치질 않는 것 같더라고. 좀더 큰 차원으로 생각해서 뭉치고 그랬어야하는데도 안그러더라. 왜 서로 미워하고 그러는지를 모르겠어. 자기 산업에 종사하는 여자들인데, 희귀한 사람들인데 서로 돌봐주고 끌어주고 그래야하는데 말이야. 그게 안되니까는 다들 도무지 어디서 뭘하는지 모르겠더라. 나이가 들면 말이야. 지금 내 나이인 사람이 같은데서 일하는 사람이 거의 드물더라고. 그게 참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해야할지, 어떤 심정으로 해야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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